어제 LA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마주 앉은 한국 언론인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어제 아침 버지니아 공과대 캠퍼스 총격학살사건 범인이 아시아인 얼굴을 하고 있었답니다. 한국 사람이 아니면 좋을 텐데”
이날 총격으로 32명이 피살되고 범인도 자살했다. 오늘 현지(17일 새벽 5시) 미국의 네트워크 TV뉴스는 범인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학교와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카고 한 신문사의 미확인 보도로 ‘중국 상해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학생이 사귀던 애인의 변심에 머리가 돌아버려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인용해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감정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하지만 미국언론이나 여론은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고 아주 냉정하게 보도하고 있다. 인종감정을 자극하는 보도를 일체 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유학중인 학생 수로는 한국 국적자가 약 9만 명으로 수년째 세계 1위이다. LA시내에는 일부 한국의 부잣집 자녀들이 유학을 와서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술과 약물에 빠지는가 하면, 총기난사까지 벌인다고 교민사회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국제화된 세계에서 연간 1200만 명이 외국여행을 하는 한국인으로서는 해외에 가서 행동을 조심하지 않다가는 큰 외교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내가 여기까지 기사를 썼을 때(새벽 6시30분) 버지니아 공대의 총격학살사건 중간발표가 TV에서 흘러나왔다.
“범인은 조승희(Cho Seung Hui)…South Koreaa”
나는 잠시 멍해졌다. 순간적으로 ‘한국이 배은망덕한 나라라는 욕을 먹게 생겼구나. 200만 교민들이 큰일 났다’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미국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사건이 된 ‘버지니아공대 학살’을 보도하던 미국 TV는 벌써 South Korean이라는 명사를 쏟아 붓고 있다. 9·11테러 수준의 집중보도이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만나본 적도 없는 한국인을 지키기 위해 젊은이들을 보낸 미국이었다. 한국전쟁에서 미군은 약 5만 명이 숨지고, 1만 명 이상이 다쳤다. 이라크 전사자의 약 20배이다. 미8군 사령관 워커 장군은 죽고 후임 8군사령관 벤 플리트 장군은 아들(조종사)도 전사했다. 트루먼의 참전결단과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릿지웨이의 대반격이 없었다면 4900만 한국인은 지금 김정일 독재치하에서 매일같이 굶어죽고, 맞아죽고 있을 것이다.
그 미국에 대해 한국의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 국회의원 고위성직자, 학생 그리고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해왔던가? 한국을 일제치하에서 해방시켜주고 6·2 5때 우리를 살려 준 나라를 철천지 원수처럼 몰아붙인 배은망덕의 좌익난동을 노무현·열린당 정권은 사실상 방치, 비호, 때로는 격려해왔다. 김정일을 미워해야 할 사람들이 고착화된 이념의 포로가 돼 생명의 은인을 증오하기에 바빴다.
한국의 反美분위기와 이번 사건은 형식상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은 원인과 결과 사이에 수많은 우연과 인연의 회로가 깔려있다.
韓人학생이 32명의 미국인을 죽였다는 뉴스를 듣고 순간적으로 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미 FTA협상을 이끈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단순한 교통사고로 숨진 두 여중생을 위하여 촛불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미국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고, 주한미군사령과, 국방장관에 이어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냈다.
인간으로서의 양심이 있다면 32명의 미국인 희생자들에 대해서 그들이 앞장서서 도리를 다해야 될 것이다.
"23세 韓人학생이 범인이다"
- 趙甲濟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7-04-18, 0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