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어른스러운 미국의 대응

가령 미국인 유학생이 서울 대학교에서 32명을 사살했다면 한국은 이렇게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버지니아 工大 학살사건을 다루는 미국 정부와 학교 당국, 경찰, 그리고 언론의 태도에서 몇 가지 느낀 점을 적는다.

1. 어느 누구도 조승희가 한국국적자임을 강조하여 反韓감정을 선동하지 않았다. 2002년 여중생 교통사고를 '미군에 의한 살인'으로 몰았던 좌파와 일부 언론이 반성할 점이다. 가령 미국인 유학생이 서울 대학교에서 32명을 사살했다면 한국은 이렇게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2. 학교와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서 애도를 표할 뿐 한번도 '우리의 책임이 여기에 있다'는 식으로 사과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아직도 2명을 죽인 최초의 범행자와 30명을 죽인 두 번째 범행자가 동일 인물이란 확증이 없다고 우기고 있다. 학교 당국, 경찰, 州 정부측은 입을 모아 범행당일 자신들이 취한 조치는 '최선의 정보에 입각한 최선의 조치였다'고 강변하고 있다.
3. CHO라는 성이 유명해졌다. 미국에서 한국인을 상징하는 姓이 KIM(金)이었는데 CHO가 좀 나쁜 의미에서 미국인의 눈과 귀에 익은 姓이 될 듯하다.

한국 내 반응에서 대세를 이룬 것은 이 사건은 조승희 개인의 범행이므로 한국인과는 관계가 없다는 생각인 듯하다. 법률적으로 말하면 이런 태도가 맞다. 도덕적, 민족적, 역사적 차원의 생각은 달라야 할 것이다.

얼굴은 흑인이고 국적도 미국인 한 축구선수가 슈퍼볼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하자 그의 어머니가 한국인임에 착안하여 영웅시했던 언론이 조승희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잘한 일 한 교포만 한민족이고 잘못한
짓을 한 교포는 동족이 아니다'는 기준을 가진 것이 한국의 민족주의라면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문다. 그렇다면 그 극성 민족주의자들은 왜 동족을 300만명이나 굶겨죽인 김정일을 동족시하는가?

보편적 인간애에 기초하지 않는 민족적 감정이란 것은 결정적 순간에 처했을 때 논리의 파탄을 일으키면서 그 본질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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