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화협정 통해 미군철수·제2 월남화 노려

國益에 反하는 정상회담 추진기도 주목해야

‘2·13 합의’는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첫 단계로 북한 핵 해결을 위한 시작으로서 조그만 진전에 불과하다.

미국은 북한 핵무기의 궁극적 폐기를 목표를 삼고 있지만, 이번 합의 시에는 북한이 이미 만든 핵폭탄과 핵물질보다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과 핵물질 추출을 억제하는 수준에서 타결이 되었고, 2002년 10월 제2차 북한 핵위기를 야기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원자탄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도 않았다.

북한은 이번 협상에서 영변 원자로와 핵시설만 한정하는 입장을 취해 왔고 또 앞으로 고비마다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것이 예상되므로 북한 핵 해결의 전망이 밝지는 않다.

북한의 대남전략에 이용될 우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 대하여 한국은 비대칭적 군사력으로 상대할 수가 없다. 더구나 전시작전권 단독행사 합의로 막강한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유사시 자동적으로 증원되는 미국군의 지원도 확실하지 않다. 경제적으로 북한보다 30여 배 이상 우월하지만, 이제 한국은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됨으로써 건국 이래 초유의 비상사태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범여권의 움직임은 ‘2·13 합의’를 마치 북한이 핵포기에 동의하여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한 것인 양 선전하면서 평화공세를 벌이고, 기다렸다는 듯이 2월 27일부터 3월 2일 제20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하여 각종 회담 일정을 합의하였다.
범여권 인사들은 줄줄이 평양을 방문하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내세워 자신을 평화세력으로 자처하고 한나라당 등 상대방을 전쟁세력으로 몰고 가고 있다. 정부와 범여권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임기 말에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정략적이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범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의제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국가보안법 철폐-연방제 통일이 되어 북한의 대남전략에 이용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시기는 ‘2·13 합의’ 이행 추이와 향후 남북한 관계 동향에 달려 있다. 그 시기는 개략적으로 ‘2·13 합의’에 따른 60일 이내 초기단계 이행조치가 마무리된 후 국내외에 가시적 성과를 보일 경우 ‘6·15 남북공동선언 7주년이 되는 6월 15일 전후나 광복 62주년이 되는 8월 15일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임기 말 대선용 정상회담

북한이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필요가 있을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유독 남한의 올해 대선 결과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남한 ‘좌파정권’의 집권 연장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것이며, 회담만 하면 막대한 지원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정상회담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만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장밋빛 내용의 ‘평화선언’을 채택한다면 한국 사회는 ‘6·15 선언’ 직후와 같이 북한의 미사일, 핵 실험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반도에 평화가 실현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범여권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남북한 간의 평화정착과 궁극적 통일 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남북정상회담은 개최될 수 있지만, 다음의 주요한 세 가지 이유로 지금의 정부에 이 일을 맡길 수 없다.

첫째, 북한과 해석을 달리하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합의하고 국민을 속인 DJ 정부의 포용정책을 계승한 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실패하였다.

둘째, 2005년 2월 10일 북한이 핵보유선언을 하여 1992년 1월 20일 남북한 총리 간에 채택한 ‘한반도비핵화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을 때 동 선언의 당사자인 이 정부는 공식적인 유감이나 비판을 하지 않았다.

셋째, 국민의 대다수는 이 정부의 임기 말 대선용 정상회담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어느 나라나 정상회담을 하는 일반적 방식은 장관급 회담에서 의제와 합의할 내용을 거의 채택한 후 마지막으로 정상들이 만나서 그 합의를 최종 확인하는 것이다.

북한이 2000년 9월 25~26일 제주에서 열린 국방부장관 간 회담에서도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의 논의조차 거부하는데, 무슨 정상회담이며 또 개최된다 하더라도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북한은 남한정부를 우습게 여기고 한국국민의 분열을 노리는 이행 불능의 조항만을 합의하려 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섣부른 정상회담 추진이 아니라 ‘2·13 합의’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고 북한이 이를 이행하도록 주변 4강국과 긴밀히 협조하는 일이다.

자유민주체제 위협 요인

범여권이 구상하고 있는 정상회담의 의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문서 서명,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이행을 위한 구체적 합의 문제들이다.

이러한 의제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 번도 이 틀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북한의 대남전략과 통일정책의 기본, 즉 미 제국주의자들로부터 남한을 해방하는 ‘민족해방’과 남한에서 노동자, 농민 등이 착취계급이 쥐고 있는 정권을 폭력으로 탈취하는 ‘인민민주주의혁명’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주한미군철수를 요체로 하는 평화협정을 미국과 체결하고 남한과는 불가침협정을 체결하여 제2의 월남화를 노리는 것이다. 남북한이 응당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일에 직접 당사자가 되어야 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국가연합과 연방제 통일에 대하여는 검토할 일이 더 많다. 연방제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한국의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사적 소유에 기초하는 자본주의를 구현하는 단일국가를 지향하므로 공산당 일당독재의 인민민주주의 체제와의 연방 구성을 합의하는 것은 위헌 행위이다.

둘째, 상호 신뢰구축 과정 없이, 민족동질성이 전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과 정치적 결단으로 국가권력을 안배하여 통합을 하였던 남북예멘이 4년 만에 내전에 돌입한 것처럼 사회, 경제, 문화 분야에서의 민족통합 없이 국가연합 같은 것을 먼저 실시하는 것은 내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지금까지 연방제를 실시하여 성공한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연방을 구성하는 각 주(州)의 정부들은 모두 동일한 정치 이데올로기와 하나의 경제 제도이며 서로 공존과 공영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남한에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인민정권’이 들어서거나 북한에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지 않는 한 연방제는 구성될 수가 없다.

20~30년 간 남북한이 국가연합 형태로 지내면 연방제로 갈 수 있다는 주장은 북한이 공산화 통일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일 뿐이며 자칫 잘못하면 공산화 연방제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결론적으로 DJ 정부를 계승한 현 정부가 이른바 좌파세력의 활동을 양성화한 상황에서 대통령 임기 말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정략적으로 밖에 볼 수 없고, 범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정상회담의 예상 의제들도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압축되는 정체성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

신뢰할 수 없는 대화 반대해야

노 대통령이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정략적 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지 여부는 6자회담의 동향, 북측의 호응, 국민 여론 등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성사되더라도 결코 유익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정상회담을 노 대통령이 추진할지 국민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자.

아니 지켜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는 지금까지 신뢰할 수 없는 대화를 해온 현 정부가 임기 말에 대선용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주변 강국에도 이를 적극 알려야 한다.

한국이 바라보는 긍극적 통일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과 제4조에 규정되어 있는 자유 민주, 평화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실현하는 사회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임기 말 대선용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중단하고, 국민 모두는 차기 대선에서 합당한 지도자를 뽑도록 각성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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