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 아이덴티티 확립하라"

"親與세력 후보 낼 자격도 없어"... 이재원 美 클리브랜드 주립대교수
<편집자 주 ;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홀에서는 미국 클리브랜드 주립대 교수인 이재원 박사가 「한국의 보수 세력, 주도권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李박사는 미국에서 오랜 기간 언론과 선거분야 전문가로 활약해 온 인물이다. 그는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회에서 『보수주의에 입각한 이념적 정체성을 확립하라』고 한나라당에 주문했다. 아래는 강연요지이다.>

보수세력은 어떻게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 선거전략 차원의 몇 가지 예를 들면서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 어제 뉴스를 보니, 한국의 무슨, 무슨 노총(勞總)들이 노동절 행사를 하던데 태극기는 안 보이고 한반도기만 나부꼈다. 저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여기서 하나의 선거 전략이 나올 수 있다. 전국을 태극기 물결로 덮어버리는 대선(大選)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現 대통령의 엉뚱한 이야기는 전략적 발언들이다. 그는 방미 당시 『미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치범수용소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나중에는 『그 발언을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한다』고 후회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을 30초짜리 영상으로 만들어보라. 선거전략 차원에서 대단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특정인 집권 위한 단체는 정당이 아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한 첫 번째 충고는 보수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아이덴티티(identity; 정체성)를 수립하라는 것이다. 외국에서 한국 상황을 볼 때 의아한 것이 있다. 한나라당 두 주자가 나와 경쟁을 벌이지만, 정작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야심가들이 사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머무는 곳은 아닐까?

특정인의 집권을 위한 단체는 정당이 아니다. 정당이란 정강(政綱), 정책(政策), 이념(理念)을 기본으로 한다. 물론 정당은 정권창출이 목적이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정당은 「이념에 기반 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것이다. 실체가 분명한 단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이 「이념에 기반 한 아이덴티티」가 없으면, 대통령이 꼭 정당에서 나올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한나라당에서 나올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은 보다 간명(簡明)하고, 간략(簡略)하고 선명(鮮明)한 아이덴티티를 가져야 한다.

공화당 「코끼리」 민주당 「당나귀」 긴 말 불필요

당(黨)의 로고도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로고를 보면 스페인에 있는 관광회사 로고를 보는 것 같다. 당의 로고는 당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준다. 옛날에 쓰던 「황소」 이미지도 좋았다. 민정당이 쓰던 거라 곤란하다면 「시베리아호랑이」는 어떤가?

미국의 공화당은 「코끼리」, 민주당은 「당나귀」를 쓴다. 코끼리, 당나귀가 그렇게 잘 맞아떨어질 수 없다. 복잡한 신념, 이념을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코끼리는 가만히 있을 땐 평화롭지만, 떼 지어 지나가면 산도 무너뜨린다. 육중하고 무섭지만, 함부로 난리치는 것도 아니다. 아기코끼리를 기르는 모습은 사랑스러워 사람에게도 귀감이 된다. 공화당을 소개하는데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민주당은 당나귀 같다. 「똑똑한 사람」이 많아서인지, 팔짝팔짝 뛰다, 넘어지기도 하고, 실수도 한다. 민주당은 대선에 두 번이나 실패했는데, 마치 제주도 조랑말 같은 모습이다. 당나귀를 야생마로 바꿨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코끼리하고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로고를 바꿔서 내셔널캠페인(national campaign)을 벌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이다.

정당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라. 물론 정강(政綱)에는 좋은 말이 많지만, 국민들에게 간략히 알려줄 선명한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체계적 씽크탱크로 체계적 연구개발

둘째, 정책 연구를 위한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여의도연구소를 언급한다. 그러나 이곳이 무엇을 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체계적 씽크탱크가 있어야 체계적 연구개발이 가능하다. 여의도연구소 같은 「강의」이벤트론 부족하다. 여의도연구소 보고서 중 사회적 아젠다를 불러일으키거나, 쟁점을 제기할만한 결과물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뉴라이트 쪽에서 「국가의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던데, 한나라당은 이런 점을 배워야 할 것이다.

셋째, 「정당정치」와 「정치문화」를 확립해서 한나라당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한국정치의 긴요한 과제를 달성하는데, 한나라당이 앞장서라는 것이다. 다음 번 집권을 자임한다면, 맨 앞에서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손학규 前지사의 행태는 아쉽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까지 경선에 참여해 왔으면서 안 될 것 같으니까 나가버린 것 아닌가? 그렇게 하려면 정당정치는 뭣 때문에 하나?

친여(親與)세력은 당도 없이 정치를 하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 정당도 없는 이런 세력은 후보를 낼 자격도 없다. 그런 면에서 친여세력은 차기 집권 자격을 이미 잃어버렸다. 한나라당이 만일 정당정치와 정당문화 확립에 모범적이었다면 이런 세력은 명함도 못 내밀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음성적 돈 개입이 또 드러났다. 재산공개는 자기 소유니까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도 재산을 어떻게 썼는지, 자선단체 기부나 봉사활동 참여 정도를 보여주는 것은 한나라당이 앞장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후보가 아닌 당이 이기도록 결집하라

끝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候補)가 아닌 당(黨)이 이기도록 모든 것을 결집하라는 것이다.

경선이 끝나면,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을 도와 당(黨)이 이길 수 있도록 하는 정치풍토가 형성돼야 한다. 몇 달 후 두고 볼 일이지만, 만일 두 주자가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한나라당은 정당으로서 신뢰를 회복키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말한 세 가지 면에서 모두 취약하다. FTA만 해도 이념 공부가 안 돼 있으니, 찬성도 반대도 못하고 박수부대가 돼버렸다. 씽크탱크가 있었다면 청사진과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북핵문제도 마찬가지이다. 6자회담이 진행되니까, 한나라당은 속수무책이다. 어정쩡하게 관망만 하고 있다. 이런 게 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인권문제는 왜 남의 문제로 보는가? 북한의 인권참상에 대해 몇몇 의원들이 문제 제기하지만, 당 차원에서 똑 부러지게 말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탈북자, 납북자 문제도 당 차원의 관심 표명은 본 적이 없다.

對北원조가 인도적 차원에서 불가피한 것이라면 검증은 왜 하지 않는가? 원조가 집권층의 호사스런 생활의 밑거름이 되는 게 아닌지 검증해야 한다. 오죽하면 UN의 對北제재안에 사치품제한을 집어넣었을까?

지난 몇 달간 한나라당의 두 주자가 경쟁했지만, 정책경쟁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경쟁은 좋은 것이다. 인신공격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념에 기반 한 아이디어를 다퉜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열차」 대 「페리」라는 공식 외에는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

공화당의 「새로운 미국의 세기」, 민주당의 「진보적 국제주의」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씽크탱크가 만든 보고서를 연구해서 배워갈 필요가 있다.

공화당 네오콘은 거액을 들여 21세기를 「새로운 미국의 세기(世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이 「글로벌리더십」이 돼서 세계평화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도 좋고, 세계에도 좋은 리더십이라는 요지다.

민주당은 「제3의 길」을 주장한 뒤 회색분자로 인식되자, 「진보적 국제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것도 실은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존경받는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양 당의 씽크탱크는 이런 담론을 확립해 놓은 상태다. 각 당의 경선에서 이긴 주자는 당의 씽크탱크가 제공하는 비전을 백분 활용할 것이다. 정치가 정책과 이념에 기반 해 이뤄지는 실례이다.

참고로 한나라당과 뉴라이트는 서로 힘을 합치고 있지만, 뉴라이트는 이익집단이나 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 뉴라이트는 사회운동(social movement)을 하는 곳이다. 사회운동단체는 정당과 거리를 두고 객관적 입장에서 활동해야 한다. 집권을 한 후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덕적 우월성 주장은 명분을 잃을 것이다. 정치적 야욕으로 운동을 벌인다면, 사회운동이 아닌 이익집단으로 변질돼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내려서 서울을 거쳐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인천공항을 이승만이나 박정희 이름을 딴 공항으로 정하고, 「맥아더highway」를 거쳐 서울로 온 뒤, 부산까지 「박정희express」를 따라 가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리 김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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