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세율은 부자를 해외로 내몬다

富者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스웨덴 조세개혁의 교훈
스웨덴은 재산세율을 대폭 인하하고 단일세율로 단순화하고 부유세를 연내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스위스도 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소득세를 인하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의 정부 재정과 국민들의 세금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재정을 확대해 본 선진국이 왜 재정을 줄이고 세금을 폐지, 인하하려 하는지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을 굳이 직접 경험하고자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편집자 주]

경제학에는 바그너의 법칙이라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법칙이 있다. 문화적 발전의 일반적 결과로 국가의 활동영역이 팽창하면서 정부의 지출이 증대된다는 법칙이다. 바그너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지는 않더라도 경제현상에 약간의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추세를 지적한 것뿐 아니냐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제학자 아돌프 바그너가 이 법칙을 정립한 19세기 말까지는 지구상의 그 어떤 정부도 통화정책과 같은 막강한 경제정책 수단을 갖고 있지 못했으며, 재정정책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두어들이기 위한 세원을 찾아내지도 또 그럴 행정력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의 경제력은 보잘 것 없었고, 소득재분배를 위한 사회보장성 정부지출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미미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니까 유럽 국가들이 복지국가를 표방하고 정부 팽창의 역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 경부터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바그너의 통찰도 어느 정도는 인정해 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것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예견한 것인지 아니면 ‘국가사회주의자’였던 그의 기대를 반영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여튼 그의 법칙은 1989년 까지 백 년 동안은 건재했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몰락이 이 법칙의 예외를 만들어낸 이후 다른 유럽의 복지국가들에서도 정부부문의 비중을 줄이는 개혁이 이어져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스웨덴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스웨덴GDP의 삼분의 이에 달하던 정부부문이 지금은 5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세금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고, 신성불가침은 아니다”라면서, 구조조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세금을 올려, 국가재정 전체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스웨덴의 복지국가 모형을 동경하여 벤치마킹해온 것으로 알려진 현 정부는 그 모형의 정부 재정규모에만 관심이 있고, 그 모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9월 법인세 및 재산세 인하, 부유세 폐지를 포함한 세금감면,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 시장 친화적 효율성 제고 방안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집권에 성공한 중도우파 연정의 스웨덴이 이미 그 공약을 이행하기 시작하였다. 지난달에는 작년 1.5%에서 금년 0.75%로 인하된 부유세를 연내에 아주 폐지하겠다고 선언하더니, 지난주에는 0.5내지 1%에 달하던 재산세율을 대폭 인하하는 동시에 단일세율로 단순화한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이다. 서울 강남의 34평형 아파트의 종합부동산세가 금년에는 2.5배 가까이 오를 것이라는 대한민국 발 지난달의 언론보도와는 대조적이다.

“정권이 바뀌면 세금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재미가 있으면 좋지 않겠나.”라고 한 노대통령도 이제는 세금을 재미나 묘미 정도로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일자리와 나라의 장래가 걸린 심각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왜 그간 “스웨덴에서 부유세는 당초 의도했던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부자를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으며, 스웨덴의 재무장관은 왜 “부유세의 폐지가 스웨덴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되돌아가는 첫걸음이다”라고 했는지 그 의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 재정확대를 해볼 만큼 해본 선진 복지국가들이 어떤 세금을 먼저 폐지하고 어떤 세율을 인하하는지는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국들에게는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선진국의 실수를 통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 때문에 그들이 폐지하는 세금을 굳이 새로 도입하여 폐해를 직접 경험하고자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세금 폭탄의 재미를 즐기는 것은 잠깐이지만 나라의 경제와 국민들의 삶에 미칠 후유증은 오래 갈 것이다.


김우택 / 한림대 경제학과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