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심은 한국인이 받은 原罪란 말인가"

아직도 유효한 許政 선생의 개탄.
1960년 4월26일 李承晩 대통령이 하야한 후 과도정부의 내각수반으로서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던 許政 선생은 '내일을 위한 證言'(1979년, 샘터사)이란 회고록을 낸 적이 있다. 韓民黨 창당을 주도했던 許 선생은 日帝 때는 상해, 파리, 미국을 돌면서 13년간 독립운동을 했었다. 그는 회고록에서 해외에 나가서도 단합하지 못하고 서로 싸우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절망적인 언급이 많아 읽는 이들의 가슴이 답답해진다.

<李朝 500년을 좀 먹은 고질적인 한국인의 파쟁심은 미국에서도 어김 없이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도대체 당파심은 하느님이 한국인에게 내린 原罪란 말인가,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조국독립이란 공통목표를 갖고 외국에서 고생을 하면서도 왜 한 갈래로 뭉치지 못하는가.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못한 중국에서는 상해 임시 정부가 옛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파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민주주의를 체험하여 민주적인 방식으로 독립운동이 진행되리라고 믿었던 나의 기대는 자칫 분노로 변할 정도였다>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 李承晩 대통령이 새삼 위대하게 보인다. 분열하는 한국인들을 한 방향으로 끌고 가서, 그것도 공산당의 집요한 방해공작을 꺾고서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니 그 리더십은 참으로 대단하다. 한편으로는 이런 민족성을 두고 과연 李承晩 대통령이 민주적으로 나라를 끌어 갈 수 있었을까 하는 회의도 생긴다. 요사이 한나라당, 여권, 좌파, 보수진영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四分五裂相을 보고서 '이것은 한국인이 받은 原罪인가'라고 개탄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日帝 때는 일본제국주의가 主敵인데 독립운동가들끼리 더 치열하게 싸우고 요사이는 김정일이 主敵인데 애국운동세력끼리 더 치열하게 싸운다. 彼我구분이 안되니 大同단결이 안되고 敵前분열하는 것이다. 彼我구분이 안되는 이유는 공부와 이념과 교양이 부족한 탓이다. 무식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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