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말' 중계자로 전락한 기자들

"유시민 온다고? 껄떡 대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란 말도 기사꺼리인가?
정치는 말로 하는 게임이다. 정치인의 말이 중요한 이유이다. 기자들은 정치인의 말을 기사의 주제로 삼게 된다. 문제는 참말과 거짓말, 저질 말과 교양어를 가리지 않고 중계방송을 하다가 보면 정치인의 노리개가 된다는 점이다. 뉴스 가치가 없는 말, 공해가 되는 말, 인간의 심성을 파괴하는 말은 보도하지 말거나 비판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기자들은 요사이 정치인의 튀는 말을 크게 취급한다. 오늘도 joins.com에는 '기자실에서 죽치고 앉아'운운한 盧 대통령의 폭언이 정책화된 점을 다루고 있고, 조선닷컴은 '유시민 온다고? 껄떡 대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저질발언이 제목으로 올라 있다. 정치인들은 기자들이 좋아하는 행동을 한다. 삭발하면 언론이 크게 보도하니 삭발을 하고 斷食을 하면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니 斷食하는 식이다. 정치인들은 야비하더라도 튀는 말을 해야 언론을 탄다고 생각할 것이다.

튀는 말을 크게 보도하는 철부지 기자들이 기자보다 더 저질인 정치인들을 더 저질로 몰아가고 있다. 말을 따라가는 사람은 반드시 속는다. 행동을 따라가는 이는 속지 않는다. 말과 실천을 구별할 줄 모르는 한국인이 많다. 관념주의적 판단습관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란 너무나 간단한 원리를 모르는 머리 좋은 바보들이 참으로 많다.

기자들도 그 그룹에 들어갈 것이다. 기자들은 말을 좇다가 돈이 가는 길을 놓친다. 정치를 움직이는 돈, 뇌물, 비자금 같은 분야에 한국의 기자들이 제대로 들어가 보도한 적이 별로 없다. 돈길을 모르면 정치의 흐름을 모른다. 예컨대 1995년과 96년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사건으로 감옥에 가 있을 때 그 수사를 지시했던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1000억원이나 되는 자신의 비자금을 안기부 계좌에 넣어 관리하다가 빼내 선거자금으로 썼다. 당시 기자들은 盧泰愚 전 대통령을 부패한 사람으로 몰면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을 '취임후 한 푼도 받지 않은 깨끗한 대통령'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돈길을 모르다가 권력자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 기자이고 언론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재 얼마나 되는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는지, 三星이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게 얼마나 되는 선거자금을 제공했는지를 알아야 기자인데 이런 주제를 취재대상으로 삼고 달려드는 기자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기자가 어려운 취재를 하지 않게 되면 정치인들의 말을 받아쓰는 대서방 아저씨로 전락해버린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니 일이 우습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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