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지지도가 언론의 집중 조명과 공격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정체 현상을 계속하고 있어, 정권 연장을 노리는 범여권 진영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손 전 지사의 정체-하락세는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확연히 증명된다. 조인스닷컴과 미디어다음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일 실시한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 전 지사의 지지도는 2주 전보다 1.4%p 하락한 5%에 불과했다. (전국 800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5%p)
‘한겨레신문’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12일 전국 1천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손 전 지사는 4%의 지지도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반면 한나라당 ‘빅 2’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4.25 재보선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도합 70%에 가까운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당지지도 역시 50%에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계속 중이다. 이는 손 전 지사의 탈당이 한나라당의 집권 가도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예측했던 일부 범여권 인사들의 관측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극좌’에 가까운 좌편향적 행보
손 전 지사가 탈당 이후 좀처럼 지지세를 확산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그의 ‘좌편향적 행보’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월 우파진영을 ‘냉전-수구세력’이라고 매도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월간조선 3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 나라가 ‘반공-수구꼴통의 나라냐”고 발언, 지난 50여년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가 체제를 지켜 온 반공세대를 ‘수구꼴통’이라고 원색적으로 폄하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손 전 지사의 주변에도 극좌성향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손 전 지사의 싱크탱크로 알려졌으며 최근 방북길에 동행했던 김성수 전 성공회대 총장은 지난 2004년 12월 28일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원로선언’에 참여한 바 있다. 또 지난 30일 출범한 손 전 지사의 지지세력 ‘선진평화포럼’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소설가 황석영씨는 5차례나 밀입북하고 김일성을 수차례 만난 적이 있는 극좌인사로, 역시 국가보안법 폐지 및 송두율 석방운동에 앞장선 경력이 있다.
손 전 지사 본인의 이념성향 또한 ‘극좌’에 가까운 것으로 최근 보도됐다. 최근 중앙일보와 강원택 숭실대 교수가 대선주자 11명을 상대로 정책 이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대북-안보 정책에서 0점에 가까운 1.3점을 기록,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0점)과 노회찬 의원(0.7점)과 유사한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손 전 지사가 국민 평균치인 5.3점보다 한참 좌측으로 쏠린 극좌 성향임을 입증한 것으로, 손 전 지사가 ‘중도개혁’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외연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일보와 강원택 숭실대 교수팀이 대선주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대북-안보 관련 이념성향 결과. 손 전 지사는 극좌에 가까운 1.3점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빈약한 탈당 명분
대다수 국민들이 손 전 지사의 탈당 명분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그의 대권 가도에 ‘원죄’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성인 929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한 ‘부정적’ 의견(46.0%)이 ‘긍정적’ 의견(18.6%)에 비해 약 2.5배 앞섰다.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22%p)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전국 1천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26일과 27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52.5%의 응답자가 ‘잘못한 선택이다’고 평가했고 ‘잘한 선택이다’는 의견은 25.3%에 불과했다.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한나라당을 ‘군정과 개발 독재 잔당들의 정당’이라고 비하한 손 전 지사의 탈당 명분 또한 궁색하다는 비판이 여전히 거세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과 신한국당 시절부터 당의 공천과 지명을 받아 3선 의원, 당 대변인, 경기도지사, 장관 등을 지낸 바 있다. 이런 손 전 지사가 대선 국면에서 한나라당을 ‘수구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자기부정에 가깝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이 나를 왕따시켰다’는 그의 주장 또한 설득력이 약하다. 대의원 및 당원 상대 여론조사가 아닌 일반 국민 상대 여론조사에서도 손 전 지사의 지지도는 5% 내외였다. 탈당 이후에도 한자릿수 지지도가 유지되고 있는 현상은 한나라당 내부의 역학구도와는 무관하게 손 전 지사를 바라보는 민심의 현주소를 증명한다.
우파진영의 대(對) 손학규 총공세
손 전 지사의 탈당 이후 연일 계속되는 우파진영의 ‘총공세’ 또한 손 전 지사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는 지난 22일자 칼럼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지사의 선택은 수백만의 동포들을 굶겨 죽이고 수십만의 탈북동포들로 하여금 중국 땅으로 유랑하게 만들었으며 수십만의 동포들을 정치범수용소에 가두어 둔 북한판 수용소군도를 철권으로 통치하는 독재자 김정일과 손잡고 ‘반 한나라당ㆍ반 보수 연합전선’을 구축해서 북한의 힘을 빌어서라도 오는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저지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러한 손 전 지사의 가면(假面)을 쓴 얼굴에 속아서 한나라당이 그를 대선 후보로 공천하고 또 유권자들이 그를 17대 대통령으로 뽑는 일이 발생했다면 이 나라가 어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끔찍하기만 하다”고 덧붙이며 손 전 지사의 탈당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역설했다.
정창인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도 연일 손 전 지사를 향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22일 ‘프리존’에 기고한 칼럼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손 전 지사를 만나 “북측이 손 전 지사에게 적극적인 것 같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이는 북한의 군사독재자가 손학규를 내세워 이번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보겠다는 의미이며, 그렇다면 손학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적에 의해 선택된 대통령 선거 후보라면 이는 대한민국에 대해 적대적인 인물이라는 뜻”이라며 손 전 지사를 겨냥하고 “손학규가 자유애국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자 본색을 드러내 친북행각을 노골적으로 벌이고 이를 통해 김정일의 신임을 받아 ‘반(反) 한나라당-반(反) 보수대연합’ 세력의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손학규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는 조국도 서슴치 않고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일침을 가했다.
월간조선 조갑제 전 대표는 손 전 지사가 2003년 6월호 월간조선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하며 “4년 전 손학규씨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업적을 변호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불법송금, 노무현의 대북정책, 특히 ‘평화적 북핵 대책’을 비판했으나 요사이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즉 대북굴종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하고 불법송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고 언급, 손 전 지사의 ‘말바꾸기’에 직격탄을 날렸다.
‘영어마을’도 도마에 올라
경기도지사 시절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던 영어마을 또한 ‘돈먹는 하마’라는 비난 속에 도마에 올라, 대선 국면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5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3월 12일 13일 경기 영어마을 이사회에서 “영어마을은 원래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해야 할 사안으로 경기도가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더구나 중학교 2학년 학생의 16%만 혜택을 받는 점을 고려할때 공공적인 면에서도 정의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는 “전국에서 땅값까지 합쳐 2천억원 이상을 들여 영어마을을 운영하는 곳은 경기도 밖에 없을 것이고, 전국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임 손학규 지사 시절 논란 속에 추진된 영어마을 설립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지사는 또 “영어마을 구조조정으로 적자 규모를 33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줄였으나 기본 자체가 큰 적자를 가진 상태”라며 “(4박5일) 40만원짜리를 12만원에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 손 전 지사의 영어마을 추진이 ‘선심성 행정’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 최근 손학규 전 지사를 만나 각종 조언을 한 김대중 전 대통령.ⓒ 프리존미디어 DB
‘DJ 후계자’로 승부 걸까
탈당 이후 두달이 지났음에도 민심을 얻는데 실패한 손 전 지사측은 좌파진영의 핵심 축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공조에 더욱 매달려야 할 입장이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햇볕정책에 동조하는 손 전 지사를 ‘후계자’로 점찍었다는 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동교동 자택에서 손 전 지사를 만난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손 전 지사에게 “북한이든 미국이든 무슨 얘기는 하고 무슨 얘기는 안하면 대화가 안되기 때문에 이야기 할 것은 다 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손 전 지사에게 “60살이면 청년으로 한참 일할 때”라면서 “열심히 잘 하시라”고 격려했으며, 이에 손 전 지사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진전을 이뤄 보람을 느끼시겠다”는 덕담으로 화답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전직 대통령인 DJ와 연대하는 것이 여론을 반전시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내일신문이 한길리서치와 함께 지난 4월 6일과 7일 양일간 전국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결과 김 전 대통령의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38.0%)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40.9%)는 부정적인 응답이 78.9%에 달했다. (95% 신뢰수준에서 오차한계는 ±3.1%p)
한 정치권 인사는 “DJ가 손 전 지사를 지원함으로 인해 호남지역의 일부 표심이 손 전 지사 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있겠으나 북한 핵실험과 김홍업씨 당선 이후 확산되고 있는 반(反) DJ 정서를 감안하면 손 전 지사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손학규가 죽어라 안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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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5-26, 21: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