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2·13합의 뿌리칠 첫 기회 왔다"

존 볼튼 (John R. Bolton) 미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월스트리트저널 5/18>
지난 2월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미·북 양자 협정이 채택됐다. 북한은 최종 폐기를 목적으로 한 초기이행조치로 협정 채택 후 60일 이내에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먼저 행동해야 하는 측은 분명히 북한이었다. 그 60일이 지났고 이제는 시한을 넘긴 지 35일 되었다. 북한은IAEA사찰단의 재입국을 허락하지 않았고 영변시설을 폐쇄했다고 발표하지도 않았다.
이란과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다른 국가들은 2·13북핵 문제에 당황해하는 미국의 약함을 보고 있다. 그것은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에 동결된 북한자금 2,500만 달러를 북한에 돌려주는 것에 대한 북한의 요구다.

그 자금은 미 재무부가 2003년부터 조사한 결과 밝혀진 것으로 미국 달러 위조,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활동으로 마련된 것이다. 그 계좌는 2005년 동결되었고 BDA는 미 재무부가 지목한 불법활동 블랙리스트에 즉시 올랐다.

부시행정부는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부인하고 있지만 북한은 공개적으로 BDA 자금이 안전하게 돌려지지 않으면 양자 협상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에 매우 당황스러운 것일 뿐 아니라 미국을 공갈협박하는 다른 정권들에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이 BDA 자금을 북한에 반환한 결과는 무엇인가?

첫째, 2·13 북핵합의 시간표는 이미 깨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 북핵합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이 거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을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옳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이번 거래의 성사자이며 수석협상가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우리는 무엇보다 마감일이 지켜지지 못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들은 옳았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말들이 실제로는 작동되지 않는 것 같다.

둘째, 미 국무부와 북한의 비밀거래는 향후 재협상에서 미국의 입장을 취약하게 했다. 이것은 북한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협정을 도출하기 위해 어렵게 협상하고 서명 후 다시 재협상하고 말할 것도 없이 이를 어기는 것이다. 미국의 BDA에 대한 일련의 양보는 북한에 미 국무부는 이 거래를 살리는 데 안달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BDA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입장 변화를 보라. 처음에는 범죄조사와 핵문제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하자 미국은 굴복했다. 북한이 이어 자신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사전조건으로 자금의 반환을 요구하자 부시행정부는 안된다라고 말하지 못하면서 합법, 불법 자금을 구분, 합법 자금만 반환한다고 했다. 그 합법 자금이 북한에 반환되면 김정일정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사업에만 사용된다는 전제하에서였다. 이것이 어떻게 검증될 것인지 국무부 역시 의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요구한 조건이었다.

북한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모든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자금 가운데 일부는 분명히 불법자금이라는 것을 모두가 동의했지만 어떤 제한도 없이 돌려줘야 한다고 북한이 요구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이것 역시 수용했다.

셋째, 우리는 BDA와 관련 또 다른 비밀거래가 있는지에 대한 계속되는 질문에 봉착하고 있다. 국무부는 BDA 문제를 민감하게 취급, 2·13합의가 폐기될 때까지는 미국민들에게 이를 알려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복잡한 이야기들이 흘러 넘치고 있지만 북한은 BDA 자금 반환 뿐 아니라 미국 은행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보장받으려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주 와코비아 회사(미 은행)는 이 돈(BDA 동결자금)을 북한에 전달하는 데 도와달라는 미 국무부의 접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분명히 연관되어 있다. 북한이 불법활동으로 얻은 수입을 세탁하기 위해 국제금융시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북한 핵개발을 위한 재정 마련과 김정일의 권력을 유지시키는 데 결정적이다. 또 그렇게 되면 앞으로 미국이 깡패국가들과 테러단체들에 금융압박을 한다고 위협할 때 누가 이를 진지하게 보겠는가?

넷째, BDA 문제는 2·13합의이행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다음을 상기해보자. 2007년은 미국과 북한 간 제네바협정이 체결된 지 13년이 된다. 또 남북한 간에 한반도비핵화선언을 한 지 15년이 되는 해다. 북한이 이 협정들을 어긴 지 각각 13년과 15년이 된 것이다. 북한이 핵프로그램 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보는 관찰자는 없다. 북한이 앞서 체결한 이 협정들도 지키지 않았는데 2·13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

북한이 실제로 2·13북핵합의에서 중요한 어떤 것을 포기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영변 핵시설은 사용 수명이 다한 폐기직전 상태라 북한이 이 폐물을 폐쇄한다고 동의한 것일 수 있다. 영변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있는 연료봉에서 모든 플루토늄을 추출해 더 이상 빼낼 것이 없는 상태일 것이다. 2·13합의에서 누락된 것들 즉, 북한이 이미 재처리해 무기화되었거나 그렇지 않은 플루토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거래가 북한을 넘어 특히 이란에 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부시행정부가 외교적 성공이 절실해 2·13합의를 했다고 말한다.

정리/워싱턴=이상민 특파원 zzangsm@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