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 탄압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3명의 주역이 있다. 가장 많은 조명을 받는 사람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다. 그는 자신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반세기 이상 이어온 중립 성향의 RCTV를 폐쇄했다. 두 번째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다. 2000년 그가 취임한 후 러시아에서는 14명의 기자들이 피살됐다. 체첸사태를 취재 중 의문사한 여기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명예롭지 못한 언론 사냥꾼 리스트에 노무현 대통령이 3번째로 올랐다. 취임 초부터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가 기자실을 통폐합한다고 해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임기 말에 왜 이런 과격한 조치를, 무슨 의도로 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노 대통령은 5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기자실 개혁문제는 대통령 지시로 하는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난 22일 국정홍보처가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지 꼭 1주일 만에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그는 특히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번 기자실 개혁 조치가 마치 언론 탄압인양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압이란 비난을 “선진화”로 위장하고 언론과 여론을 궤멸하는 군대식 선제공격을 하고 있다.
차베스는 RCTV에 대해 방송허가권을 갱신해 주지 않은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합법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불안을 획책하려는 새로운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지자들에게 '긴장 상태를 유지하도록' 당부하고 공무원들에게는 언론매체들의 동태를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을 지시했다. 노무현이 국무회의에서 토해낸 언론성토와 뉘앙스가 비슷하다.
푸틴은 최근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반사회적 단체로 규정했다. 이제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은 거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언론을 침묵시키려는 작업은 거의 완료단계에 이르렀다. 이상하게도 언론을 통제하면 할수록 푸틴의 인기는 올라간다. 푸틴과 정부를 비판하는 소리를 누구로부터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지난 1월 개헌 논의에 불참하는 야당들의 태도를 “독재”라고 비난했다. 권위주의 시대 강자의 독재에 시달려온 국민으로는 야당을 보고 독재한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독재자들은 통상 장기집권을 위해 개혁이란 마술을 부린다. 차베스나 푸틴이 하고 있는 처사들이 대체로 그런 수법에 속한다.
노무현은 연정, 개헌,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마술을 걸어 좌파정권 연장을 시도했다. 이것이 여의치 않자 이번에는 언론게임을 시작했다. 언론문제로 여론을 들끓게 한 점에서 그의 시도는 일단 성공했다. 이 나라에 언론 말고는 아무런 이슈도 없는 것 같은 최면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이틈을 타서 판을 깨고 좌파의 재집권 음모를 꾸미고 있다. 그의 의식구조로 봐서는 밑져야 본전이다. 잘 되면 자신의 치적이 될 것이고 실패하면 언론과 야당에 책임을 돌리면 된다. 그는 이런 게임으로 여러 번 재미를 봤다.
재선에 성공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반미 사회주의 건설을 선언하고 이에 저항하는 모든 사람들을 “반역”으로 규정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모든 불행이 미국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하면서 “반미‘라는 최음제를 활용하여 압도적 재선에 성공했다. 푸틴은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려는 부시를 나치에 비유하면서 옛 소련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노무현은 효순, 미선 양의 죽음을 반미 기폭제로 이용해 권력을 잡았고 이번에는 엉뚱한 언론 게임을 벌여 친북 정권 연장을 노린다. .
동서를 막론하고 독재자들의 수법은 비슷한 것 같다. 기존의 틀을 깨고 달콤한 명분을 내세운다. 노무현도 이 룰을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중요한 한 가지를 결여하고 있다. 차베스는 대선에서 69%의 지지를 획득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열망하는 보수층을 업고 있다. 부시는 중동에서 미국의 패권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안고 있다. 이에 비해 노무현의 명분은 없다. 좌파정권을 연장해서 대한민국을 김정일에게 헌납하는 게 전부다. 다수의 국민은 그렇게 보고 있다. 굳이 명분을 따진다면 허무주의일 뿐이다. 그의 지지는 10% 대로 추락했다가 한미 FTA로 조금 올라갔다.
이런 여건에서 그의 꿈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그의 개혁은 명분도 목표도 상실했다. 우파이든 좌파이든 국민의 지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치국의 요체다. 공자도 일찍이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다. 신뢰를 얻지 못하고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말이다. 노무현은 신뢰는 고사하고 연이은 “깽판”을 통해 간신히 권력의 끈에 매달려 있다. 좌파들의 “사생결단”을 .DJ가 정곡을 찔러 표현했다. 차베스, 푸틴과 함께 언론 플레이의 3인방에 등극한 노무현의 마술이 볼만 하다. (끝)
노무현의 마술 게임
-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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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6-02, 2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