犯法者 노무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설] 대통령은 헌법 아래 무릎을 꿇어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7일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은 “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대통령은 그 특강에서 “한나라당 집권을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들과 그들의 공약을 하나하나 공격했다. 선관위는 이 발언이 “특정 정당 집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폄하한 것으로 단순한 의견 개진의 범위를 벗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판정했다. 선관위는 다만 이 특강이 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은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해 어떤 선거 개입 행위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기관인 선관위 결정을 깔아뭉개고 계속 선거에 개입하려 들면 憲政헌정 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헌정 질서가 허물어지면 대한민국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청와대는 선관위 회의를 앞두고 “중립 의무를 어긴 게 아니다”고 우기는 의견서 제출, 변론 요청 등 前例전례 없는 수단을 동원해 선관위를 압박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청와대의 노골적 압력 속에서도 청와대의 변론 요청을 “그런 전례가 없다”며 거부하고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렸다.

노 대통령이 저지른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은 분명한 犯法범법 행위다. 대한민국 법질서의 최고 수호책임자인 대통령이 똑같은 법률에 의해 3년3개월 만에 다시 범법 판정을 받은 것이다. 대통령은 2004년 2월 한 기자회견에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가 1주일 뒤 선관위로부터 ‘중립 의무 위반’ 결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까지 당했다.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며 선관위 결정에 불복해 법률적 대응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를 찾아가 헌법소원이든 권한쟁의심판이든 해보겠다는 것이다. 2일 특강에서 헌법을 ‘그 놈의 헌법’이라며 대놓고 조롱했던 대통령이 이제 와서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들고 나오고 헌법재판소를 찾겠다는 것 자체가 自家撞着자가당착이다. 대한민국 公權力공권력의 최고 상징인 대통령이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수단’인 헌법소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부터가 의심스럽다.

대통령이 선관위가 내린 결정을 법정으로 끌고 가 무력화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헌법기관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대통령이 이러면 어떤 정부 부처, 어느 공무원이 헌법과 선관위와 선거법을 무섭게 알고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려 들겠는가. 어느 정당이 선거법을 존중하겠는가. 이런 식으로 가면 대선 정국에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청와대는 “공무원법상 대통령은 정치 활동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선거법상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에 무작정 대통령을 포함시켜선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4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총괄·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당연히 선거 중립 의무를 진다”고 못박았다.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만 해도 헌재는 “대통령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경우에도 대통령직의 중요성과 언행의 정치적 파장에 상응하는 절제와 자제가 있어야 하며, 대통령이 더 이상 자신의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확한 線선을 그었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헌법 아래 무릎을 꿇어 마땅하다. 그 길만이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을 짓밟아 온 과거를 속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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