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급급한 한나라, 표정 관리하는 여권

쓰나미처럼 닥쳐오는 '대붕괴'를 피하기가 어렵지 않나 한다.
1. 한나라당은 ‘야당’인가 ?

요즘 한나라당의 대권 주자들을 보게 되면 한나라당이 과연 ‘야당’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 대통령 후보라면 1956년에 ‘못살겠다 바꿔보자’라는 구호를 내 걸었던 신익희 민주당 후보, 1987년에 ‘군정 종식’을 내걸고 강도 높은 공세를 가했던 김영삼 후보를 닮아야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요즘 한나라당 후보들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신익희-김영삼 씨의 전통을 조금이라고 갖춘 야당이라면 ‘좌파 정권을 종식하겠다’고 공세를 펴야 할 것이 아닌가? 기껏해야 자신들의 ‘과거’를 변명하고, ‘공상만화영화’ 같은 것을 공약이라고 내놓고 열을 올리고 있으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2. 윤리위원회는 무엇하나 ?

명색이 거대 야당이라는 한나라당이 당의 윤리를 확립해 보겠다고 목사를 한 분을 모셔놓았다. 그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간첩의 상투용어인 ‘비핵 반전 평화’를 당의 슬로건으로 내 걸었던 ‘정신 없는 정당’이니까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하지만 그 후에 한나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전혀 윤리적이지 못하다. 기자 성추행 사건, 벌금 대납 사건 등 듣기에도 민망한 일이 계속 생기고 있지 않은가.

이제 그 막강한 윤리위원회가 해야할 일이 생겼다. 장상 씨와 장대환 씨를 위장전입이라는 이유로 총리 지명에서 낙마시킨 한나라당이니, 그 막강한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위장전입한 사람에게 대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 아닌가?

3. ‘노 대통령이 선거법을 어겼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탄핵을 시도했었다. 한나라당은 최근에도 노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열을 올렸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법을 어겼다고 몰아 붙이려면 자기들부터 법을 잘 지켜야 하는 법이다. 주민등록법의 위장전입죄나 형법의 범인도피죄는 법이 아니고, 공직선거법의 공무원 중립위반죄만 법이란 말인가? 대통령은 취임할 때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겠다”고 맹세를 한다. 미국은 대통령이 취임할 때 성경에 손을 얹고 하느님(God)에 대해 미합중국의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겠다고 맹세한다. 법을 우습게 아는 사람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

4. “운하 파고, 골재 수출하고 - - -”

오늘 이명박 씨가 가진 기자회견을 보니 우리나라가 운하를 파는 과정에서 강바닥에서 쏟아져 나오는 골재를 외국에 수출하게 될 것 같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또 유럽연합의 마르코 폴로 계획(Marco Polo Programme)이 운하 건설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도 금시초문이다. 내가 아는 한 마르코 폴로 계획은 육상 운송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해상 및 내륙 수로 운송과 연계해서 보다 저조한 수상 운송을 다소 확대시켜 보자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멀쩡한 땅을 가르고 운하를 건설하라는 것은 아니다.

지난 번 토론회 때 이명박 씨는 한반도 운하의 목적은 80%가 관광이고, 20%가 화물 운송이라고 했는데, 오늘 회견을 보니 온통 화물운송 이야기뿐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화물기지로 보이는 것인지, 참으로 알쏭달쏭할 따름이다. 이 씨는 운하에 대해 “국민은 동의하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너무 강하다”고 했다. 그것도 알쏭달쏭한 이야기이다. 그가 말하는 ‘국민’이 도무지 누구인지 알 도리가 없으니 말이다.

이 씨는 청계천 복구할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고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에 언론도 찬성했고, 정부도 찬성했다. 다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될 상인들이 반대했을 뿐이다. 이 씨는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고 하지만, 그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당시 김대중 씨 등 야당정치인들은 반대했지만 언론이나 교수들이 반대했다는 말은 못 들어 봤다.

5. ‘대붕괴’를 향해 가는 것 같다

이명박 씨가 연일 도마에 오르자 박근혜 씨 측은 의기양양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웃기는 일이다. 박근혜 씨라고 해서 닥쳐오는 쓰나미를 피할 수 있을 것인가. 문제의 본질은 간단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후보군(群)이 도무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의 후보들로는 어렵다는 말이다. 이것이 한나라당의 문제이고 한계인 것이며, 그래서 저들은 표정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교황을 선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보통사람 보다는 엄격한 윤리기준을 가져야 하는 법이다. 칼끝을 붙잡고 있는 야당 후보는 특히 그래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도 지금 한나라당 대권 주자들은 자기들이 칼집을 들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쓰나미처럼 닥쳐오는 ‘대붕괴’를 피하기가 어렵지 않나 한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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