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22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평양 방문 이후 한반도 북핵 정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오래 시간을 끌어 온 BDA 자금의 北 송금이 완료되면서 한반도에 봇물 터지듯 변화의 물살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2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이 평양에 들어가고, 7월 초 6자 수석대표 회담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방북에서 힐 대사는 북한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고 돌아왔다. 통상 외국 최정상급 귀빈을 대접하는 평양의 ‘백화원초대소’에서 묵었으며, 자리를 옮겨 술대접까지 받았다고 한다.
북한의 환대를 받은 힐 대사는 서울에 돌아올 때 북핵 문제를 낙관하고 있었다. 그는 북한이 2·13합의에 따라 영변 원자로를 3주 내에 폐쇄할 의사가 있으며, 김정일 정권이 ‘완전한 비핵화’ 의사를 가진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문제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발언을 삼가고 해결가능성을 높게 두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북한이 HEU 프로그램에 대해 그 개발을 시인했다거나 ‘폐기 의사’를 시사한 근거는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분명 힐 차관보는 실재(實在)하는 현실보다 앞서는 낙관적 입장에 서 있다. 그는 7월 초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과, 이어지는 6자 외교장관 회담,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 간의 美北 외무장관 회담까지 전망했다.
그의 북핵 낙관론과 일종의 ‘흥분(euphoria)’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북한의 노회(老獪)하고 교묘한 대접을 통해 졸지에 北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게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지금까지 北을 다녀 온 사람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2000년 말 평양을 방문했던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도 그랬었다.
또 北으로부터 핵문제에 관해 모종의 언질을 받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힐 차관보는 원래 功名心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북핵 문제에 성과를 보여 미 외교가에서 승진 및 성공하기를 원한다. 이런 공명심을 나무랄 수는 없으나, 현실을 자기 욕구로 끌고 가서는 대세를 그르칠 수 있다. 이런 힐을 미 국무장관 라이스가 전폭 지원하고 있다.
이에 부시대통령의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란 노선이 일조(一助)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며칠 전 “내가 (북핵 문제에서) 실수한 것 같다” 등의 발언으로 대북 ‘원칙론’으로 U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협상’ 쪽으로 방향을 잡는 모습이다.
미국은 외교정책을 수행할 많은 수단을 보유하고 있고 또 힘도 있다. 그러나 부시의 경험 부족과 ‘나이브(naive)함’이 동북아에서 미국의 태도를 유화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부시는 기독교인으로서 선(善)한 사람이고 ‘자유의 확산 정책’이란 독트린도 발표했으나, 盧정권과 중국의 노회하고 집요한 친북정책과 김정일의 교활함 및 영악함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힐 대사가 언급한 대로, 부시행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이른 바 “포괄적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괄적 해결’이란 북한이 늘 주장하던 ‘동시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핵문제와 함께 美北 양국 간 현안 문제를 ‘함께’ 해결·처리하자는 방식이다. DJ도 늘 이런 방식을 주장했었다. 그렇다면 핵 이외 무슨 현안이 있는가?
예컨대, 테러지정국 해제, 평화체제 수립, 미북 수교, 주한미군 위상 변경 문제 등으로, 쉽게 말하면 북핵을 미끼로 북한의 제반 요구사항을 들어달라는 것 외 다름 아닌 것이다.
라이스 국무장관의 訪北 얘기도 나온다. 美 국무장관의 평양 방북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한반도 정세의 大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사건이 될 것이다.
뉴욕 타임즈 紙는 “힐 방북이 북한을 협상 대상자로 부시행정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전문가들은 부시행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외교적 성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 정권은 이 ‘평화’ 무드의 호기를 놓칠세라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27일 송민순 외교부장관이 訪美하여, 28일 라이스 국무장관과 외무장관 회담을 연다. 노 정권은 또 중유 5만 톤과 쌀 40만 톤의 北제공을 서두르고 있다.
한반도에 북한의 실제 핵 포기가 뒤따르지 않는 ‘허구적’ 평화가 조성되려 하고 있다. 김정일은 미국을 유인하고 역(逆)이용하기 위해 북핵 폐기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이에 부시행정부가 ‘협상’에 희망을 걸고 외교 총력전을 펼치며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한반도 정세가 DJ-盧 친북 세력이 원하는 대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 지각변동은 지금까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급진적이고 대규모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면서, 남한 내 친북 세력과 결탁, 대선(大選) 정국을 그들의 뜻대로 유도하려 할 것이다. 자유 보수 세력은 향후 다가올지 모르는 비상시·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http://www.khhong.com/
힐 訪北 이후 北核 정세
- 홍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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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6-25, 17: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