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를 쓰는 자신이 환멸스럽습니다"

일심회 주범 마이클 장 '채무3억 변제'를 구걸하는 對北보고문 中
◎ 정상적인 남조선 생활이 불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동지들과 제 힘으로 해결이 불가능하여 고심 끝에 이 편지를 씁니다. 총부채는 3억 원 정도여서 2005년 5월23일까지 70%상환하지 않으면 법적조치 취하겠다고 합니다. 이 편지를 쓰는 자신이 환멸스럽고 부끄럽습니다.
일심회 간첩들은 386운동권 출신으로서 이후 개인사업 등을 벌이지만, 심각한 생활고와 가정불화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인 불평·불만이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 나아가 反대한민국활동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은 김일성주의라는 신념에 찬 「혁명전사들(?)」이 아니라 거듭된 실패(失敗)로 복수심에 빠져든 사회不적응자들이라는 해석도 가능케 해준다.

일심회 간첩들의 2002년 10월 對北보고문에 수록된 「일심회 조직성원들의 직업 및 생활형편」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손정목은 나래디지털엔터테인먼트사 영업이사이지만 개인부채 3억을 안고 있었고, △이정훈은 영어학원 운영과정에서 경영경험이 없어 사업 확장에 많은 애로를 겪었고, △이진강은 2000년 이혼했으며 개인부채 2억을 안고 있으며, △주범 장민호는 부친이 치매를 오랜 기간 앓아와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돼 있다. 장민호는 재판 과정에서 부인과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심회 1심판결문에 따르면, 2005년 4월 주범 장민호는 자신의 빚 3억 원을 갚아달라며 북한 공작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구걸(求乞)성」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아버님 병수발에 빚이 누적돼 경제적 파산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DMB사업권을 취득해 회사주가가 상승하면 매매대금으로 빚을 갚겠다고 했으나 사업권 취득에 실패해 채권자들은 집을 가압류하고 저를 신용불량자 명단에 올리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정상적인 남조선 생활이 불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동지들과 제 힘으로 해결이 불가능하여 고심 끝에 이 편지를 씁니다. 총부채는 3억 원 정도여서 2005년 5월23일까지 70%상환하지 않으면 법적조치 취하겠다고 합니다. 이 편지를 쓰는 자신이 환멸스럽고 부끄럽습니다. 제 요청이 도덕적으로 잘못되었으면 질책, 비판해 주시고 도움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본인 011-000-0000으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북한은 장민호의 빚을 실제 갚아주지는 않았다. 부채 문제가 채권자들에 의해 1년간 연기됐기 때문이다. 북한 공작원들이 3개월 뒤 장민호에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경제생활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오직 민족지상의 과업인 통일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고 계시는 동지들에게 무슨 말로 인사를 드려야 할지 충심으로 되는 인사를 드립니다. 빚 문제를 1년 연기하시였다니 근심 걱정이 좀 풀립니다. 이제는 우리 서로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나가면 될 것이라고 봅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