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발·비누·옷 등을 만들 수 있는 남한의 원자재와 북한의 지하자원을 맞바꾸는 협력 사업을 추진하면서, 북측 지하자원의 가치를 알아보기도 전에 원자재부터 주는 합의를 했다. 남북은 7일 개성에서 실무회의를 열어 남측이 주기로 한 8000만달러(약 780억원)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 가격과 수량에 대부분 합의했다. 남한에서 줄 원자재를 얼마로 계산하느냐를 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25일 폴리에스테르 섬유 500?(약 7억원 상당)을 실은 배가 인천항에서 남포항으로 떠난다. 11월 말까지 모든 원자재 수송을 완료키로 했다. 운임·보험료 등 부대비용 400만달러(약 36억원)도 남측이 물기로 했다.
그러나 이와 맞바꾸겠다는 북측의 지하자원이 얼마나 있는지, 있다면 경제성이 있는지 등 북한 지하자원의 가치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28일 함경남도 단천의 검덕·대흥·용산 광산에 대한 1차 현지조사에 나선다. 9월과 10월에도 현지조사가 예정돼 있긴 하다. 남측의 현지 현지조사가 끝날 무렵이면 경공업 원자재 북송은 거의 끝난다.
◆북 지하자원 가치 “몰라”
정부 당국자는 8일 경공업 원자재 값으로 받아야 할 북 단천지역 3개 광산의 가치에 대해 “아직 모른다”고 했다. 광업진흥공사의 자료가 있지만 정확한 가치는 “가봐야 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광업진흥공사의 흑연광산 개발 건이 있다. 광진공은 작년 4월 약 60억원을 투자해 황해도 정촌의 흑연 광산 준공식을 가졌다. 광진공은 “현재도 추진 중인 사업”이라고 밝혔지만, 전력 부족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남한에 반입된 흑연은 없다.
남북은 작년 6월과 올해 4월 열린 경제협력추진위에서 남측이 주는 경공업 원자재 값의 3%만 북측의 광물(아연, 마그네사이트 덩어리)로 갚고, 나머지 97%는 지하자원 개발권과 생산된 지하자원으로 대신키로 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대금의 97%를 어떻게 받을지 모호한 상태에서 남측 원자재만 먼저 주는 계약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광산 개발 경제성도 미지수
전문가들은 북한 광산 개발에 필요한 도로·철도·전력 등의 인프라 비용까지 우리가 부담해야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남북 경협에서 기반시설 비용은 주로 남측이 부담했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단천에는 전기·도로 등이 제대로 없어 광물을 캐오려면 상당한 추가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단천에는 마그네사이트·아연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발전소를 만들고 길을 뚫어 개발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인프라 비용 부담 문제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광산은 한번 성공하면 수억 달러를 벌 수 있는 만큼 8000만달러 원자재는 그 종자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용현 기자 justi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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