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朴의 경선 승복 다짐은 다행"

경선에 노정권 끌어들이는 것은 역적질.
청문회, 의혹 해소에는 역부족

어제 한나라당 검증청문회가 끝났다. 차마 입에 올리기 민망했던 이야기들까지 후보 스스로 입에 올리는 등 박근혜-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려 애를 썼다. 하지만 솔직히 이 청문회로 그간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혹들이 속 시원하게 해소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박근혜-이명박 두 사람은 그동안 두 사람을 향해 제기됐던 거의 모든 의혹들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검증위원’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수사권도, 조사권도 없는 검증위원들은 실제로는 아무 것도 검증할 수 없었다. 안강민 검증위원장은 과거 숱한 특수수사 사건들을 처리했던 검찰의 맹장이었지만, 검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단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인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이 청문회는 후보들에게 두 개의 커다란 부담을 남겼다.

경선 승복 다짐은 고무적

첫째, 이명박-박근혜 후보 모두 그동안 떠돌던 의혹들에 대해 본인이 직접 나서 부정함으로써 그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제까지는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측근이나 참모들이 나서 해명을 하고, 후보는 한 걸음 뒤에 있는 형국이었다. 그들의 해명이 사실과 어긋나는 경우가 있어도, 후보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 측근이나 참모의 말실수로 돌려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박근혜-이명박 후보는 그동안 자신들을 향해 제기됐던 의혹에 대해 스스로의 입으로 해명했고, 그 사실은 기록으로 남게 됐다.

앞으로 어제 해명한 사실과 다른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두 사람은 ‘거짓말’을 했다는 치명상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행적을 추적해온 언론인들은 두 사람의 청문회를 보면서 “저건 거짓말인데....”라고 혀를 찼다는 얘기가 들린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까지 두 사람의 검증공방을 부채질해 온 ‘빅 브러더’는 지금쯤 어딘가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국민은 실수하는 대통령은 양해할 수 있지만, 거짓말 하는 대통령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던 안강민 검증위원장의 지적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다.

둘째, 이명박-박근혜 후보 모두 경선결과에 대한 승복을 다짐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경선에 승리할 경우 패배자와 지지자를 다 끌어안고 일하겠다고 맹세할 수 있느냐”는 안강민 검증위원장의 질문에 박근혜 전 대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같이 뛰겠다”고 확답했다. 솔직히 그 순간 박 전 대표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특히 최근 박 전 대표측 김무성 의원의 ’살생부’ 발언에 대해 언급하면서, “며칠 전 모 의원이 ’우리가 승리하면 (이명박 캠프의) 아무개 아무개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저는 그 얘기를 한 사람조차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눈물나게 고마운 얘기였다.

두 사람은 또 한 목소리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비판했다. 이 또한 두 사람 모두 “배신자 손학규의 전철(前轍)은 밟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여겨졌다.

두 사람 모두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그런 다짐을 한 만큼, 이를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진정어린 경선승복과 단결이 중요

나는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경선승복을 다짐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청문회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박근혜 후보는 본인들의 명예를 걸고 그런 다짐을 한 만큼, 경선 이후 패자는 승자에게 승복하고, 승자는 패자에게 아량을 베풀 것이라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그런 다짐, 그리고 경선 승복이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말로는 승자에게 축복을 보내면서도, 속으로는 앙앙불락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식으로 뒷전으로 물러나 방관자가 되어버린다면, 그건 진정어린 승복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말로는 패자까지 포용하겠다고 하면서, ‘당의 개혁’이나 ‘대선 대비태세 구축’이라는 명분으로 패자측 인사들을 숙청해 버린다면, 그것은 진정한 포용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박근혜-이명박 두 후보의 측근들, 캠프 인사들, 지지자들의 태도이다.

상대방 진영 사람들에 대해 “일단 경선이 끝나면 좌익정권 타도를 위해 함께 가야 할 동지”라고 생각해야지, ‘주군(主君)의 앞길을 가로막는 역도(逆徒)’라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양 진영이 경선 이후 진정어린 화합과 단결을 할 수 있으려면, 지금 경선과정에서 말과 행동 모두 금도(襟度)를 보여줘야 한다.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다. 할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다.

당내 경선에 노정권 끌어들이는 것은 역적질

하지만 지금 양 진영의 행태는 어떠한가?

이명박 지지자들은 박근혜 지지자들을, 박근혜 지지자들은 이명박 지지자들을 불구대천의 원수 보듯 하고 있다.

프리존의 네티즌들 역시 마찬가지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한 목소리로 노무현 좌익정권과 맞서 싸우던 이들이 이제는 명빠, 박빠로 갈라져 버렸다.

내가 글을 올릴 때면 따뜻한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던 이들이 이제는 그 글이 이명박에게 유리한 글이냐, 박근혜에게 유리한 글이냐에 따라 눈을 흘기고 돌을 던진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한 글을 올리면 쌍수를 들고 박수를 치다가도, 지지후보에게 비판적인 글을 올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쌍심지를 돋우고 달려든다.

아무리 표변하는 것이 인심이라지만,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서글픈 마음 금할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적의 적은 동지’라는 단순논리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들이다. 검찰을 끌어들여 상대측의 검증공세를 차단하려 하질 않나, 노무현 정권이 생산한 문건을 가지고 상대방의 정책을 공격하질 않나....

어제 프리존에 올라온 글 중에서는 “국정원이 검증에 나서라”는 글까지 있었다. 국정원은 태생적으로 권력자의 칼이다. 마치 지금의 국정원이 권력으로부터 중립지대에 있는 정의의 사도인 것으로 착각을 하는지, 노무현 정권의 국정원보고 이명박 검증에 나서달라고 목청을 높이는 인간을 보면서 한참 어이가 없었다. 이건 박근혜 후보측의 검증공세에 대해 검찰고발로 맞섰던 이명박 진영 못지 않은 바보짓이다.
정권의 힘을 빌려서라도 상대를 꺾겠다는 그런 행태가 바로 ‘역적질’이다.

우리가 왜 김대중과 노무현, 좌익들을 그렇게 미워하나? 그들이 대한민국의 보수우익세력을 꺾기 위해 김일성-김정일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라는 틀 안에서, 헌법의 틀 안에서 정권을 놓고 공정한 경쟁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으니까, 퍼주기를 하고, 정상회담을 하고, 북풍(北風)을 조장해서, 한 마디로 남과 북의 좌익세력이 연합해서 대한민국의 보수우익세력을 고립시키려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반역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검찰이나 국정원을 끌어들여서 상대방을 제압하려 하거나, 노무현 정권이 생산한 문건을 가지고 상대방의 정책을 비판하는 작태는, 논리구조상으로 보면, 김정일을 끌어들여 남북좌익합작으로 보수우익세력을 고립시키려는 김대중-노무현의 작태와 다를 바 없다.

이제 제발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기 바란다.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보다 이명박이 더 미운가?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보다 박근혜가 더 미운가?

이명박이 정권 잡는 꼴을 보느니, 손학규나 이해찬이 정권을 잡는게 더 나은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느니, 유시민이나 정동영이 대통령 되는 게 더 나은가?

만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피아(彼我) 구분도 못하는 얼간이다. 그는 애국우익이 아니라, ‘오열(五列)'이고,'세작(細作)'이다.

이제 경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경선 승리 뿐 아니라, 경선 이후의 대동단결을 고민해야 할 때다. 말과 행동에서 이성을 찾고 금도를 지키는 것, 그것이 한나라당과 애국우익세력 대동단결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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