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씨, 당신은 틀렸소

북한의 떼쓰기, 좌익정권의 퍼주기에 환멸느끼는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를 新대북정책에 담았어야
“귀를 틀어막고는 새로운 시대의 종소리를 들을 수 없으며 보고 싶은 것만 보아서는 변화된 세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개혁-개방의 성패는 국제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결국 대한민국의 협력과 지원에 달려있으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정책적 의지가 중요하다.

언덕 너머 길이 끝난 곳에도 우리 눈에는 비록 보이지 않지만 길은 계속 이어져 있다. ‘한반도 평화비전’은 언덕 너머 보이지 않는 길까지 보면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경제공동체를 우리 주도로 만들겠다는 실천 프로그램이다.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포기’, ‘햇볕정책의 복사판’, ‘김정일 하수인’ 등의 주장은 ‘한반도 평화비전’을 정독하지 않았거나 난독적 정서에서 비롯된 몰이해와 정치적 공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상호주의의 포기’ 운운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상호주의를 언급할 때 경직되고 획일적인 절대적 상호주의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인도주의적 지원도 상대적인 상호주의를 담고 있고 대북의 지원협력도 전략적인 상호주의를 채택하는 것을 적용하고 있다.

저는 ‘한반도 평화비전’이 12월 대선승리 이후 집권 프로그램으로써 가장 구체적이고 전향적이며 실천가능한 대북정책이라고 확신한다. 저는 앞으로 계란세례를 열번, 백번 당한다고 하더라도 어디든지 가서 설득하고 토론할 것이다.“

7월23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형근 최고위원이 발언한 내용이다. 지난 7월19일, 강연차 향군회관을 방문했다가 과거의 ‘동지’였던 보수단체들로부터 계란세례까지 받았던 탓인지, 그의 발언에는 자뭇 비장감마저 묻어난다. 공안검사 출신답지 않은 서정적 표현도 보인다.

과거의 ‘반공투사’ 정형근은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에 대해 ‘상대적 상호주의’니, ‘전략적 상호주의’니 하는 말로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을 포장하고 있지만, 아무리 뜯어보아도 그건 ‘햇볕정책’의 아류요 짝퉁일 뿐이다.

우익의 외면, 좌익의 비아냥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비판했으므로,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신대북정책이 정치적 실패작이라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는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우선 신대북정책은 보수우익세력으로 하여금 한나라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좌파 한나라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정형근에게는 계란이 날아갔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도 이의가 제기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먼저 “상호주의를 포기하고, 북핵문제를 분리해서 여러 지원을 강구한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역시 이념적 정체성에 관한 한 박근혜 대표가 앞서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회창 전 총재도 “상호주의 포기는 한나라당의 정체성 포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에서도 “북한의 비핵화과정과 개혁-개방단계에 맞춰 경협과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상호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박근혜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는 당중심 모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은 한나라당 내부의 동의조차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이 좌익들의 공감이라도 얻어냈던가?

청와대는 “과거 정부의 평화적 해결노력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발목을 잡았던 전비(前非)를 사과하라”,“남북문제에 대해 ‘무늬’만 아니라 ‘속’까지 변해야 한다”고 비아냥 거렸다. 다 죽어가는 열우당의 정세균 의장도 모처럼 목청을 돋우어 “과거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에 대해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한나라당이 정권강탈을 위해 발악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에 대해서는 곁눈질조차 주지 않았다.

정형근이 의욕적으로 내놓았던 신대북정책이 왜 이렇게 안팎곱사등이가 되고 말았을까?

꼭 한나라당 지지층이 아니더라도 대다수 보통 국민들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냈어야

며칠 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副相)이 “우리는 중유(重油)먹는 기생충이 아니다”라면서 경수로 제공을 요구했을 때였다.

지하철역에서 TV뉴스를 보던 한 40대 여성은 ‘중유 먹는 기생충’ 운운하는 김계관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기생충 맞잖아”라고 내뱉었다. 그녀는 경수로 얘기가 나오자 “쟤들은 왜 저런대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또 세금 들어가게 생겼네.” 라고 말했다.

재작년 가을인가, 택시를 탔을 때였다. 내가 월간조선을 들고 있는 것을 본 70대 택시기사는 “거기 ‘편집장의 편지’ 봤어요?”라고 물었다.

월간조선을 펴면 제일 앞에 나오는 ‘편집장의 편지’에는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의 평양방문기가 실려 있었다. 거기에는 화성의 표면을 연상케 벌거벗은 민둥산, 동력을 사용하는 운송수단은 멈춰버리고 소달구지에 의존하는 운송체계 등, 망가져버린 북한의 현실이 담담하지만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평양관광을 해 본 적이 있다는 그 70대 기사는 “북한 방문기가 수없이 많지만, 제대로 쓴 것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뿐”이라면서, “북한에 대해 이런 저런 환상을 심어주는 소리를 하는 지식인들, 정치인들, 관리들은 죄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한나라당이 제대로 된 야당이라면, 한나라당이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라면,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은 당연히 이런 목소리들을 소중하게 여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적 상호주의’니 ‘전략적 상호주의’니 하는 복잡한 설명 말고, “신대북정책과 햇볕정책이 이런 점에서 같은 것 같으면서도 같지 않다”고 요설을 늘어놓지 말고, 바로 이런 평범한 사람들, 북한의 끝없는 떼쓰기와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환멸을 느끼는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했다.

정형근은, 한나라당은 그렇지 못했다. 정형근과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은 그래서 잘못된 것이다.

어렵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거리로 나가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라.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다시 대북정책을 짜라. 그게 한나라당이 살고,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살고, 나라가 사는 길이다.

출처: 프리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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