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김정일 정권, 핵 포기 의사 없어"

"한반도 평화체제, 북한의 비핵화 전에 결코 마무리 될 수 없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북핵 6자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대다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는지의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23일(현지시간) 제6차 6자 회담 결과에 대한 국무부 브리핑에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전면 포기하고 NPT에 복귀해야만 대북 경수로 논의가 가능하다며 북핵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경수로가 들어와야 영변핵 시설을 해체할 수 있다’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에 ‘적절한 시점’에 대북 경수로 제공을 논의하기로 명시돼 있음을 지적한 뒤, “적절한 시점이란 북한이 기존의 불순한 핵사업에서 벗어나고 NPT에 복귀한 때임을 우리는 설명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계관 부상은 21일 6자회담을 마치고 귀국에 앞서 베이징 서두우(首都)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지금 논의하는 것은 현존 핵 계획, 다시 말해 영변 핵 시설을 가동 중단하고 무력화하고 궁극적으로 해체하는 것이며, 그러자면 경수로가 들어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부상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6자 회담 수석대표 회의에서 다뤘던 핵 신고의 범위와 불능화에 대상이 영변 핵시설에 국한된다는 북한 정권의 태도를 명백히 한 것으로 사실상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김정일은 대내적으로 체제유지 문제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한국 등을 의식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 문제도 부시 대통령 임기 내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브루스 클링너 수석연구원.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이 최근 들어 집권 1기와는 달리 대북 정책 면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극히 제한적(dramtic but limited)일 것”이라며 “현재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반드시 협상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경수로 제공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앞으로 경수로 제공 주장을 더 많이 할 것”이라며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그것까지 수용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며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전 CIA 한반도 담당요원) 수석연구원도 “미국과 한국이 이번 회담에 앞서 낙관적인 기대에 불을 지폈지만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기로 전략적인 결단을 내렸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6자회담 산하에 설치된 5개 실무그룹 회의를 8월말 이후에, 또 다음 6자회담은 9월에 개최키로 합의한 데 대해서도 “북한이 조속하게 비핵화로 나가거나 올해 연말까지 북한 핵시설을 완전하게 불능화 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토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6자회담은 앞으로 길고 힘든 협상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이르면 9월중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6자 장관 회담과 관련, “(비핵화로) 조속히 나아가려는 북한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6자 장관급 회담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재미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 미 조지아대 교수도 최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영변의 5MW 원자로까지는 폐쇄할 수 있지만, 외부에서 그들이 가질 수 없는 것(물질적 지원)을 얻으려고 할 뿐 그 이상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
박 교수는 “핵무기를 포기 하지 않겠다는 것이 선군의 입장이다. 남북관계, 핵 문제 등 모든 문제는 북한의 선군사상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딸려 있다”면서 “지금 핵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다며 나라가 흥분돼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사람들(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면서 “이번에 북한에 가서도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에 핵탄두가 수천 개 있다’는 말을 들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빌미로 북핵 문제의 핵심을 흐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서도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는 결코 한반도 평화협정을 마무리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바꾸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평화체제 논의는) 북한의 핵 폐기 과정과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인혼 전 차관보는 “북한이 평화체제 논의를 비핵화에 앞서 모두 마무리 짓고 관련 협정 준수에 나서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며 “북한은 항상 자신의 협의이행에 앞서 상대측의 합의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 전에 결코 마무리 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도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은 우선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2·13 합의에 따르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나와 있을 뿐 불능화 단계에서 실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시킨다는 조항은 없다”고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그는 “지금은 북한의 인권문제보다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한 안보 문제 해결이 시급한 때이지만 미국과 특히 남한은 북한의 인권상화 개선을 원한다는 의사를 북한 측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위 기사의 출처는 인터넷 프리존뉴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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