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영변의 원자로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경수로가 들어와야 한다”고 한 북한 김계관 외무성부상의 발언은 북한의 핵폐기와 한반도의 비핵화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13합의문에 따라 중유 100만 톤 상당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5자회담 당사국들을 비롯하여 국제사회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 특히 문자 그대로 대북중유지원에 집착해 있는 남한으로써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기간 북한의 금호지구에서 경수로를 건설하다 철수한 경험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경수로건설 자금의 70% 정도를 남한이 분담하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수로 문제를 새롭게 걸고드는 북한의 의도는 위태롭기까지 하다. 그렇게 된다면 지원금 분담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남한은 또다시 김정일의 말장난에 놀아나게 된다.
북한에 김정일 독재체제가 존재하는 한 경수로 건설은 의미가 없다.
북한의 전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김정일이 북한의 전력난을 해결하여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생각이 꼬물만큼도 없다는 것이다. 1970년대 말, 북한에서는 에너지난이 증폭되면서 화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 중소형발전소 건설이 대대적으로 추진되었다.
지금 북한에 있는 대표적 화력발전소는 발전설비용량 160만kw에 달하는 북창화력발전소를 비롯하여 평양화력(50만kw), 청천강화력 및 선봉화력(20만kw) 등 8개소이며, 수력발전소는 70만kw 규모의 수풍발전소를 비롯하여 서두수(청진, 51만kw), 태천(평북, 43만kw), 운봉수력발전소(자강도, 40만kw) 등 20개소이다. 이중 수풍, 태평만(평북 삭주, 19만kw), 운봉, 위원(자강도, 39만kw) 등 4개 발전소는 중국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생산된 전력을 반반씩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2000년 전력사정을 종합해보면 노후화로 폐기된 설비 109만kw와 보수가 필요한 설비 430만kw를 합해 총 539만kw(71%)이며, 실제 발전 가능한 설비 용량은 216만kw(29%), 전력 생산량은 총 193.6억kwh이다. 이것은 가용 가능한 북한의 발전소 기능은 30%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북한의 국내 총 수요 전력량은 350억kwh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156억kwh, 즉 46%가 부족하다. 이 부족량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안변청년발전소와 태천수력발전소 등 10여개소를 통해 보충하려고 하지만 석탄을 비롯한 화력원료와 수원(水原)의 부족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북한은 원자력 발전에도 관심을 가져 영변발전소 1호기에 5천kw의 실험용 원자로를, 영변 2호기에 5만kw, 태천에 20만kw의 원전 건설을 시작했으나, 이는 처음부터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영변 발전소의 원자로를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흑연감속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는 영변원자로의 8천개 연료봉을 봉인했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KEDO에서 200만 kw의 경수로 2기를 지원하여 북한의 총 전력 수요량 360억kw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기어이 핵무기를 만들 야심으로 봉인된 영변원자로의 8천개 연료봉을 뜯고 재처리를 강행, 금호지구 경수로 건설은 착공 8년 6개월 만에 무산되고 말았다.
그 후 김정일은 핵 시험을 했다. 또 미사일 시험도 여러 차례 강행함으로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만약 김정일이 북한의 전력난을 해결할 의지가 있었다면 벌써 영변의 흑연감속로는 경수로(원자력발전소)로 건설되어, 지금처럼 북한주민들이 조명까지 보지 못할 정도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필이면 왜, 흑연감속로 건설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인민을 위해, 평화적 핵 이용을 처음부터 생각한 김정일이라면 이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경수로를 지원해 준다 해도 그곳에서 핵물질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몇해전 미국의 “핵비확산 교육센터”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북한 금호지구에 건설하는 경수로 가용 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도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바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경수로 사용 후 핵연료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또한 경수로를 통해 플루토늄의 추출은 가능하나, 경수로를 전력생산 목적으로 정상 가동 후 재처리했을 때 핵무기 제조에 부적합한 순도 70% 이하의 플루토늄만 생산된다는 주장도 있다.(핵무기 생산을 위해서는 순도 92% 이상의 플루토늄이 필요)
일부 전문가들은 경수로를 초저출력 및 단기간 운용 후 플루토늄 추출시 이론적으로는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미국, 러시아 등 오랜 핵무기 제조 경험이 있는 국가들만이 현실화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11일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은 지난달 21일 방북한 힐 차관보에게 구체적인 조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경수로의 제공을 요구했다'고 전했고, 이에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경수로 제공을 검토하는 것은 북한이 모든 핵 포기를 끝마치고 미 북 국교정상화가 실현된 후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한다. 또한 “북한이 현재 상황에서 경수로의 제공을 계속 요구하다면, 북핵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북한이 호락호락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적중해 지는 대목이다. 한편 김정일 독재체제가 존재하는한 북핵문제도 쉽게 해결될 수 없음이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주일 논설위원 lijuil@hanmail.net
경수로에서도 핵무기는 만들 수 있다
- 이주일(자유북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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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7-26, 13: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