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無用論을 비판한다

배가 산으로, 자동차가 바다속으로 가는 21세기
필자의 집이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도나우강의 한 갈래로 비엔나 시내를 관통하는 도나우운하(Donau Kanal) 근처에 있기에 아침저녁으로 사계절 내내 흑해로 흘러가는 도나우 물결을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논의되는 ‘한반도대운하’에 대해서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와 관련된 오마이 뉴스, 환경운동연합, 이명박홈피, 박근혜홈피 등 여러 언론매체와 시민단체의 찬반 주장을 살펴 보면서 유럽운하에 대한 다양한 정보부족으로 빚어지는 많은 우려와 잘못된 판단을 발견하였다.

특히 어떤 운하사고에 대한 정확한 경위나 운하건설에 대한 특정 지역의 일부 반대주장이 유럽운하 전체의 현황인양 침소붕대하여 비판하거나 혹은 운하의 유용성을 추상적으로 과대선전하는 양극적 논쟁은 무엇보다도 운하의 총체성과 객관적 데이터 부족에서 기인되는 것처럼 보인다.

국내에서 운하는 19세기 교통수단으로 ‘이미 한물 갔고’ ‘배를 산으로 끌고가는 짓’이고 ‘시멘트로 강바닥을 덮는 짓’ ‘삽질공사’ 등으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가하면, 반면에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 ‘24시간내로 서울-부산 운항이 가능’ 하다는 등 긍정적 주장 등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반된 견해로 다소 국민들이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지금 유럽은 ‘운하의 르네상스기’라고 할 만큼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그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다는 점.
2. 가뭄, 홍수 대책에 아주 유용하다는 점
3. 내륙해양 관광레저 공간
4.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
5. 저렴한 수송비


운하 - 왜 가장 환경친화적인가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로 홍수와 가뭄 피해로 몸살을 안고 있다. 이 온난화의 원인에 대한 여러 설이 있지만 ‘CO2(이산화탄소)’의 대량 방출을 가장 요인으로 다루고 있다. 마침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의 발효로 각국은 배출량 감축 대책에 비상한 노력을 기울리고 있다. 각국에 부여된 일정량 쿼터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한국은 2013년까지 배출량 5%를 감축해야 하는데, 이 경우 GDP 기준으로 무려 62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Co2 배출의 최대 주범으로 도로교통을 꼽고 있다. 유럽의 경우 1950년대 이후 도로망의 급속한 확장돠면서 기존의 철도와 운하의 물동량 이동이 도로교통으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개인용 자동차의 보급 또한 꾸준히 증대하고 이에 따른 레저문화의 양적 질적 변화는 시골 농촌에서의 휴가문화를 유발시킴으로서 유럽의 도로는 산간벽지까지 산업적 용도가 아닌 지역까지 확장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산업물동량의 중축을 감당했던 운하와 철도의 수송이 도로에 밀리게 되었다. 운하와 철도는 이제 대량의 물건을 실어나르는 기능에서 레저를 즐기는 사람을 실어나르는 유람선과 기차로 그 기능이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초부터 서유럽에서 대기오염, 물 그리고 먹거리에서의 농약의 심각한 유해 사례를 의식함으로서 시민단체에서 불기 시작한 환경운동은 새로운 환경문제인식을 가져왔고 그 영향은 산업전반에 걸친 ‘친환경적 생산소비구조’를 낳게 되었다.

환경시민단체는 ‘녹색당’의 이름으로 독일을 비롯하여 서유럽 곳곳에 연방의회에 진출하게 된다. 이들이 제일 먼저 정책으로 손을 대는 부분이 도로교통의 억제와 핵발전소 철폐, 바이오 농산물 장려 등이다.

Co2 방출이 지국온난화의 주범으로 주목되고, 특히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는 자연히 자동차 물류수송체계를 대체를 촉구하게 되었다. 그 대안으로 ‘운하’가 다시 각광 받으면서 낡은 소형선박에서 첨단기술이 접목된 대형 내륙주운 선박이 개발되기 시작되었다.

2002년 12월 유럽의회에 모인 전유럽 좌파정당연합 회의에서 독일 민사당(PDS)과 북부 녹색연합(NGL)의 대표단이 발표한 ‘미래 유럽의 신정책’ 보고서 결론에서 “ 무엇보다도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 운하와 철도교통강화를 국가적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06년 6월24일 포츠담에서 독일 PDS 민사당(Partei des Demokratischen Sozialismus:PDS 민주 사회당)은 1990년 2월에 독일 통일사회당(통사당)의 후속정당으로서 동베를린에 설립)의 교통정책컨퍼런스에서 “도로교통이 CO2의 배출의 주범에 속한다( Der Verkehr gehoert zum Hauptversacher fuer den Co2-Ausstoss.)”고 단정하고 그 근거로 “전체 CO2 배출의 96%가 도로교통, 1% 의 철도, 0.5%의 운하. 그리고 2.6%의 항공이다”는 2003년도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Vgl.MWV aktuell, Der monatliche Informationsdienst fuer Wirtschaft und Politik, Nummer 7/05)

에너지 절약이란 측면에서 운하의 경제성은 다음과 같다. 동일한 디젤류로 100톤의 화물을 1 Km 운송시 화물차는 4.1 리터, 철도는 1.7 리터, 운하는 1.3 리터로 가장 적게 든다. ( 2007년 위키페디아 독일)

동일한 1마력(PS)으로 화물차의 경우 150 Kg을 옮길 수 있고 기차는 500 Kg, 바지선는 4000 Kg를 옮긴다( Donaunachrichten 2007).

올해 6월 호남고속도로 터널안에서 연쇄 차량 화재가 발생하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사고의 원인은 25톤 화물차가 앞서가던 마티즈 승용차를 들이받으면서 차량 3대에 불이 나면서부터이다.

3700톤 운하 바지선 한대의 물량을 화물차 25톤으로 운반할 시 무려 148 대가 동원되어야 하고, 이것을 100m 간격으로 일렬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약 15 Km의 도로가 점유된다. 3700톤의 물량을 철도로 운반시 1량 최대 탑재 40톤 기준으로 무려 93량에 해당된다.(VIA Donau 2007년)

KTX의 1대의 경우 총 20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국내 어떤 화물차량도 40톤 적재의 20량을 한번에 옮기는 열차는 없다. 철도청 자료에 의하면 현재 국내 승용차 수송열차의 경우 2층 적재가 가능한 1량에 크기에 따라 8-14 대 까지 실을 수 있다. 최다 8량으로 해도 열차 한대로 한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자동차는 100 여대 불과하다. 반면 바지선의 경우 최대 600대까지 승용차를 실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1톤의 화물을 1000 km 운반하는 거리에서 유지 보수 비용을 비교하면 도로 17,5 유로, 철도 62,7 유로, 운하 9,5 유로가 든다( Via Donau 2007)

1톤의 화물을 1000 Km 운반시 환경손실(사고, 소음, 기후변화, 환경유해물질 배출 등)에 대한 부담 비용의 경우 도로35유로, 철도 15유로, 운하 10 유로로 나타난다(2004년 유럽집행위원회, Via Donau 2007).

1톤 1km 운반시 Co2 배출량의 경우 화물차 164 g, 기차 48,1g, 바지선 33,4g 으로 비교된다 (Donaunachrichten 2007).

2006년 11월 16일 오스트리아 녹색당 교통대변인 가브리엘라 모제(Gabriela Moser)는 오스트리아는 교토의정서의 목적달성의 하나로서 “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물류수단으로서 운하교통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수와 가뭄조절의 기능 - 운하

20세기 들어와 운하를 증설하는 여러 동기 중에 홍수 조절기능을 아주 높게 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를 가로 질러 가는 도나우강 한복팎에 21Km의 인공섬(Donauinsel)을 조성한 것이다. 비엔나는 한강과 마찬가지로 도나우강이 자주 홍수로 범람하여 막대한 피해를 반복해서 보게 되었다. 당시 사회당의 집권의 비엔나시와 의회는 야당 국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근본적인 홍수대책으로 인공섬 개발을 입안하여 1974년에 시작하여 1988년에 갑문과 수력발전댐을 갖춘 21Km의 섬을 완성시킨다.

인공섬으로 인해 홍수조절과 더불어 수질개선이 이루어져 비엔나 시민은 도나우강에서 수영하고 수상 요트를 타고 있다. 인공섬에 조성된 생태계는 현대 환경공학의 결정체로 평가되고 있다. 소득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환경이 좋아진다는 ‘환경 쿠즈네츠 곡선’이 현실적으로 검증된 사례이다.

당시 야당인 국민당의 홍수대책안은 강둑 양쪽으로 네델란드식 댐을 쌓자는 것이고, 이것은 인공섬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 나머지 예산으로 시급한 종합병원을 짓자는 것이었다. 최근의 평가에 의하면 만약 강둑 양 옆으로 방파제식 댐이 쌓아졌다면 이것이 비엔나를 동서로 나누어 도시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였을 것이다는 것이다. ‘제2의 베를린 장벽’이 되었을 것이다.

모후보가 운하보다 기존의 고속도로를 복개하여 이중도로화하자는 안은 아마도 영호남을 동서로 영구분단하는 ‘제2의 휴전선 콘크리트 장벽’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540 Km의 콘크리트 장벽을 상상만 해봐도 아찔해진다.

한반도대운하의 모델로서 자주 거론되는 독일의 ‘마인-도나우운하’ 역시 홍수조절 기능이 크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밤베르크에서 켈하임까지 이어지는 171Km의 ‘마인-도나우 운하’(171km)의 하류에 위치한 슈트라우빙-빌스호펜 구간(70km)은 만성 홍수범람 지역이었지만 운하의 완공으로 홍수의 범람을 제어하게 되었다.

건설교통부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홍수방지 기능을 강화하면서도 환경기능을 접목한 ‘친환경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하여 2005년부터 전국적으로 도시를 지나는 50개 국가하천에 대해 ‘테마형 도시생태하천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003-2005년 건설교통백서 P. 676). 내륙수운조성은 정부의 ‘친환경하천정비사업’과 문제의식에서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운하의 레저 경제성

21세기 운하의 경제성은 친환경성과 함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레저공간으로서의 무한한 가치를 내포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운하반대론자들이 운하를 통한 레저관광수익이 형편없다는 근거로 충주호에 떠 있는 충주호관광선㈜을 들고 있다(환경연합-경향신문, ‘본전도 못찾을 관광운하’, 2007.7.04). 이들 기사에 의하면 충주호댐의 완공으로 형성된 여의도 15배의 충주호에 단양8경과 탐금대 등을 코스로하는 유람선(700인승, 50억원) 2척, 쾌속선(100인 이하, 30억) 3척, 정비선(70억) 1척이 운항되고 있다. 17년째 내리 적자에서 최근 3년간 3억원 내외의 흑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1988년 40만 4천명 탑승객, 2005년 42만 7천여명 탑승객 통계를 보면 2000년 2001년을 제외하고 거의 평균 이용자가 17년간 40만명 내외임을 알 수 있다.

3억 밖에 안되는 작금의 충주호 관광사업을 기준으로 미래의 새로운 운하레저를 판단하는 것은 맞지가 않다. 관광과 레저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고 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의 운하가 레저로서의 기능에는 우리처럼 단순히 유람선을 타고 일정 지역을 ‘보는 관광’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수로 주변에는 무수한 수영장과 요트 선착장이 형성되어 있다.

요트는 더 이상 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서민들이 즐기는 레저로 자리잡고 있다. 바다로 가지 못하는 내륙사람이 해양레저를 운하에서 즐기고 잇는 것이다. 이로 인한 요트는 승용차 개념으로 대중보급되고 있다. 요트가 새로운 ‘신동력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유럽의 운하지도를 보면 수심 1.80 m 미만의 하천(클래스 0 범주)에서도 스포츠 요트의 운항이 허용되고 있다.

500톤 미만의 무수한 배들이 운항하던 19세기, 20 세기 중엽 당시에는 유람선의 규모나 수요 및 요트의 수요는 극히 미미하였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선박기술의 발달이 중첩됨으로서 오늘날 바지선의 규모가 5000톤까지 왔다. 바지선의 규모가 대형화되는 것과 동시에 초대형 유람선과 소형 요트의 폭발적 공급이 이루어졌다.

21세기 운하는 내륙의 ‘해양문화공간’를 창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07년 현재 총 내륙수로 상선의 등록수가 4841대이며 이중 일반 여객선은 총 1000대로 한꺼번에 전체 240.485 명을 탑승시킬 수 있다. 네덜란드 상선 등록은 15.000 대, 우리보다 훨씬 작은 벨기에 1300대, 오스트리아 190대, 스위스 111대, 프랑스 2000대, 룩셈부르크 83대, 루마니아 1396 대, 폴란드 1302 대가 등록되어 있다.

여기서 요트의 등록수는 제외되어 있는데 그 수는 상선에 비해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 내륙수로레저는 ‘보는 관광’이 아니라 ‘체험관광’의 성격으로서 지금의 보는 관광과 유람선 숫자로 경제성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유람선 관광도 ‘먹고 마시고 춤도 추는’는 승객이 재미있게 즐기는 관광어야 하는데 한강에 정박된 레스토랑 유람선에서도 주류를 판매하지 않으니 달리는 유람선에서 오직 보는 재미외에 다른 재미거리가 무엇이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주호에만 1년에 무려 40만명 이상이 승선한다고 하는데 540 km 전역에서 유람선이 유럽식 기준으로 여흥이 허용되고 즐긴다면 그 수요가 자연히 증대되지 않겠는가?

최근 문제된 국토연구원의 2006년 7월 ‘물류체계 구축방안 연구 최종보고서 172 페이지를 보면 편익검토 부분에서 운하의 홍수방지편익과 레저 및 지역개발편익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운하건설에 따른 구간별 유량의 증대로 인한 수상활동기회의 증가를 편익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한다.

청계천 복원안이 나왔을 때 그 사업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반대한 주요 근거가 교통혼잡, 주변 토지보상문제, 공기와 쓰레기처리문제 등이었지 그것이 완공된 이후의 레저문화공간으로서의 경제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운하레저의 경제적 부가가치는 지금의 청계천과는 비교가 안되는 규모로 압도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


운하 – 도로, 철로와 같은 또 하나의 수로

사람과 물건이 도로, 철도로 따라 이동하듯이 운하 역시 대단한 사업이 아니다. 우린 일제 강점기 전까지 자연 하천의 흐름에 따라 마을을 형성하면서 수로가 삶의 또 다른 ‘길’이었다. 신작로와 철도로 마을이 사라지고 하천이 방치됨으로서 우리의 하천은 유럽처럼 성장이 중단되었을 뿐이다.

이제 다시 그 ‘잃어버린 물길’을 다시 찾는다는 시각에서 운하논의를 전개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운하논의가 단순히 교통대란과 물류비를 줄이는데 도로와 철도보다 저렴하다는데서 출발하는 것은 운하을 개천으로 왜소화시키는 행위이다. 21세기 운하의 기능과 유용성은 대단히 광범위하다. 때문에 운하를 삶의 총체성으로 시야를 넓게 잡아 운하찬반의 쟁점을 다각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21세기는 배가 산으로 가고 자동차가 바다속으로 도버해협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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