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독립성 확보가 大選승리 좌우"

李會昌씨 '방송지킴이' 창립총회 특강全文:"나쁜 방송은 나쁜 나라를 만들 뿐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한다"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는 8월1일 편파·불공정 방송을 감시하기 위해 각계 인사 845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대한민국방송지킴이 국민연대’ 창립총회에서 '대한민국 방송의 독립'이란 제목의 특강을 했다. 그는 “확산력과 전파력이 강한 방송이 일방적으로 비방·모략을 사실인 양 보도하면 아무리 현명한 국민도 현혹되기 쉽다”면서 선거에서 방송의 공정보도를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李 前총재의 강연 '대한민국 방송의 독립'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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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방송의 독립

이 회 창

1. 주최 측이 제시한 특강제목은 「대한민국 방송의 독립」으로 되어있다. 이 독립이란 말에는 방송의 공정성, 중립성, 책임성의 의미가 모두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뜻으로 말씀드리고자 한다.

우리는 왜 방송의 독립을 강조하는가? 왜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책임성있는 방송이 되어주기를 갈망하는가? 그것은 언론은 바로 민주주의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독립이 확보된 터전 위에서만 민주주의는 지켜지고 또 발전한다.언론의 독립이 흔들리는 곳,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며 무책임한 언론이 판치는 곳에서는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그 존립조차 위태롭게 된다.

민주주의 하에서 주권자는 국민이다. 그런데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 국민이 선거에서 좋은 선택을 하면 좋은 대통령, 좋은 정부를 갖게 되지만, 나쁜 선택을 하면 나쁜 대통령, 나쁜 정부를 갖게 된다. 그래서 좋은 나라는 좋은 국민이 만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이 좋은 선택을 하거나 나쁜 선택을 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좋은 언론은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나쁜 언론은 현명한 국민조차도 나쁜 선택을 하게끔 우매하게 만들어 버린다. 특히 확산력과 전파력이 강한 방송의 영향력은 참으로 막강하다.

방송이 일방적으로 편파적인 선동을 하거나 비방·모략을 사실인 양 보도하면 아무리 현명한 국민이라도 이에 현혹되기 쉽다. 이렇게 해서 선거가 잘못되면 국민은 민주주의 자체에 대해서 불신을 하게 된다. 한 마디로 나쁜 방송은 나쁜 나라를 만들 뿐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방송은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며 무책임한 보도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였다. 또 2004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시에도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보도로 국민 여론을 크게 잘못된 방향으로 바꾸어 놓았다.

만일 이번 대선에서도 방송이 공정하지 못하고 편파적인 방송으로 국민을 현혹시킨다면 많은 국민의 염원인 좌파시대의 종식과 정권교체는 또다시 실패하고 말 것이다. 결코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이념과 정체성을 지키고 세계 속에 한국을 도약시킬 수 있는 새 정권을 반드시 탄생시켜야 한다.

2. 나쁜 방송의 폐해를 실감하기 위해 2002년 대선에서 내가 직접 겪은 일을 얘기해 보겠다. 2002년 대선 기간 중 여권측에서는 나를 상대로 네거티브 수법을 동원해 온갖 모략중상을 했다. 이른바 3대의혹사건, 즉 김대업을 동원한 병역비리은폐의혹사건, 설훈 의원이 제기한 미화 20만불 수수의혹사건, 나의 아내를 연계시킨 기양건설 10억원 수수의혹사건이 주된 것들이다.

결론적으로 위 사건들은 모두 대선이 끝난 후에 대법원에서 완전히 허위날조된 사건으로 판명되었고 하수인들은 모두 실형을 받고 손해배상 판결까지 받았다. 하지만 위와 같은 허위날조된 비방·모략으로 예컨대 김대업 병풍의혹 사건의 경우만 해도 나의 지지도가 11.8% 하락했다. 나와 노후보의 당락 차이가 2.3%인 것을 감안하면 이 지지도 하락은 엄청난 것이다.
위와 같은 지지율 하락은 KBS 등 공중파 방송들이 위 사건들을 불공정하고 편파적으로 무책임하게 방송한데 따른 것이다.

예컨대 KBS의 경우는 당시 고위직에 있던 사람이 말한 대로 병역비리은폐의혹사건에 관해 95일 동안 무려 101건을 집중적으로 편파 보도를 했다.
또 보도 내용도 “은폐 물증 있다”, “비리 첩보 있었다”는 제목을 달거나, 김대업 영상 옆에 군병원 관계자에게 청탁이 이뤄져 면제받았고 나의 아내가 직접 관여했다는 내용의 자막을 영상화해서 방송했다.

MBC, SBS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MBC의 경우는 김대업을 마치 의인처럼 취급하여 여러 차례 인터뷰하거나 대담프로에 출연시켜 그의 허위주장을 크게 부각시켰다. 심지어 한나라당 당직자를 불러내어 대담시키기까지 했다. 그 당직자는 뭣도 모르고 김대업을 박살내겠다고 갔다가 오히려 박살이 되어 돌아왔다. 정직한 말을 하는 사람은 거짓말 잘하는 사람과 말싸움에서 결코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기양건설 의혹사건의 경우도 선거일을 눈앞에 두고 방송은 허위사실을 마치 진실인 양 집중적으로 편파적인 보도를 했다. 특히 노무현 후보는 여러 차례 TV방송연설에서 병역비리은폐의혹과 기양건설 10억원 수수의혹 등이 마치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이것은 전형적인 네거티브 수법이며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면대결이 아니라 암수·꼼수를 쓰는 것이다.

노후보의 방송연설을 듣고 일부 당직자들이 나에게 방송연설에서 노후보의 장수천의혹 등을 공격할 것을 제의했지만 나는 거부했다. 상대방이 암수·꼼수를 쓴다 해서 나도 그렇게 한다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선거판에서는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정권을 차지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정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논리가 민주화 이후 우리의 정치문화를 후퇴시켜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논리라면 총칼로 정권을 잡은 것도 탓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특히 금년 대선과 관련해서 걱정이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남북관계에 관해 방송이 잘못된 평화무드를 확산시켜 대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다. 지금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2.13자 합의 후에도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다. 북측은 영변핵시설 폐쇄를 완료하기도 전에 경수로 제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때에 노무현정권은 대선 전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평화협정에 관한 협의도 시작하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면 남북정상회담도 해야 하고 또 북핵문제 진전에 따라 평화체제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금년 대선 전에 남북정상회담이나 평화체제 논의를 하게 되면 북핵문제가 마치 크게 진전되고 남북간 평화시대가 금방 올 것 같은 착각과 허황된 평화무드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이것은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노무현 정권과 여권은 이러한 분위기를 대선에 활용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나 평화체제 논의는 차기대통령에게 넘겨야 한다. 만일 연내에 이런 일들이 생길 때에는 우리는 방송이 편파적이고 무책임한 보도로 허황된 평화무드를 확산시키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우리는 방송이 다시는 불공정방송, 편파방송, 무책임방송으로 정권교체의 국민적 여망을 무산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3. 방송의 독립이 가장 절실한 당사자는 한나라당이다. 방송의 독립이 무너질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을 보면 참으로 걱정스럽다. 당내 경선만 잘되면 본선은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경선에 올인하고 있고, 방송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후보들도 경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본선에서는 당연히 이길 것으로 생각하고 경선에 지나치게 열중하고 있다.

나는 검찰까지 끌어들이는 이렇게 지독한 경선은 처음 보았다. 1997년 신한국당 시절의 경선도 이른바 9룡이 격렬하게 격돌하는 경선이었고 그 후 탈당사태까지 빚어졌지만, 그러나 경선과정은 이렇게 상대방 죽이기 식은 아니었다. 12차례 지역별 합동연설회를 가졌는데 어느 한 곳에서도 어느 후보에 대해서도 야유나 폭언, 또는 지지자 간 충돌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온 노무현 정권 다음의 새 정권은 통합과 화해로 국민의 마음과 국력을 다시 모으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당내 경선에서조차 상대방을 짓밟아 버리려는 행태를 보인다면 이 후보들이 과연 통합과 화해의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은 의심할 것이다. 후보들은 이점을 특히 유념해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에게는 경선이 전부가 아니다. 경선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이 나라 안보와 직결된 북핵문제 그리고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우리의 미래와 관련된 한미동맹과 개방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를 제시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은 엉뚱하게도 새로운 대북정책이라면서 「평화비전」이라는 햇볕정책의 아류 같은 정책을 내 놓았다. 나는 한나라당이 평화비전을 발표한 후 당대표에게 구두로 또 서한으로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것을 당론으로 확정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아직 회답이 없다. 국민들 중에는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가 되는 것이 급선무이고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것은 한나라당에는 매우 고무적인 말이겠지만 이런 여론 때문에 한나라당은 대북정책을 아류 햇볕정책으로 바꾸더라도 통할 것이라고 자만한 것 아닌가?

또한 한나라당의 경선후보들이 내 놓은 정책공약에 대해서도 나는 솔직히 아쉬운 감이 있다. 두 차례의 좌파정권을 겪은 국민은 새로 탄생할 다음 정권에 대해 기존의 정책수준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기대하고 있다. 대운하다, 페리철도 연결이다 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세계 속에 한국을 도약시키는 개방의 그림을 그리지 않는 한 우리는 중국과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비전을 볼 수 없다.

만일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비롯한 정책방향이 기본적으로 지난 두 차례의 정권과 별 차이가 없다면, 또 후보들마저 분명한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보이지 못한다면 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야 하는가? 국민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우리밖에 대안이 없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겸허한 자세로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대선 승리를 바란다면 지난 대선에서 방송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다시 돌이켜보고 진지하게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4. 끝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은 진정으로 방송이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책임성있는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런 염원을 담아 오늘 출범하는 대한민국방송지킴이국민연대는 방송 80년 역사에 새로운 기원을 여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시도한 바 없었던 선구자적인 시도이고, 바로 좋은 나라, 튼튼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작업인 것이다.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축하를 드리며 무한한 발전을 기원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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