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캄캄한 대선 구도

한나라당의 이전투구, 범여권의 재통합, '화려한 휴가'와 '대한민국개조론'의 선전, 아프간 인질사태, 제2차남북정상회담 등 애국우익에게 난제 산적
한나라당의 이전투구

참 아귀가 딱딱 맞는다. 누군가가 작심하고 프로그램한 대로 일이 흘러가는 것만 같다.

2월까지만 해도 정권탈환은 틀림없이 가능할 것 같았다. 노무현은 입만 열면 국민들 정 떨어지는 소리를 했고, 열우당은 일종의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하기야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한나라당 후보 3명의 지지율을 모두 합치면 70%를 넘어 80%에 육박할 정도였으니, 그런 생각이 무리도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유승민 의원이 검증 주장을 제기하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이후 한나라당,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나라당이 양대 후보 진영은 전에 없는 용감성과 무모함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것이 노무현과 좌익 세력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경쟁 캠프를 향한 것이었다는데 있다.

이제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캠프 간 다툼은 그야말로 진흙밭의 개싸움이 되어 버렸다. 이명박의 숨겨놓은 재산이나 딸,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 등은 이제 둘째 문제가 되어버렸다. KBS와 MBC에서는 연설회장에서 서로 치고받는 명빠와 박빠들의 모습을 기회 있을 때마다 내보내며 이죽거리고 있고, 그걸 보는 거리의 보통사람들은 혀를 차고 고개를 돌리면서, '쟤들 때문에 또 안 되겠다'고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다.

검찰, 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들은 하루는 이명박 쪽을 뒤집어 놓으면, 다음날은 박근혜 캠프를 건드린다. 꼭 고양이가 궁지에 몰린 쥐를 가지고 노는 것 같다. 그 결과에 따라 양 진영 대변인들은 혹은 목소리를 높이고, 혹은 꼬리를 만다.

‘여권이 정치공작을 해서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이명박을 먼저 주저앉히고 박근혜를 후보로 만든 후, 박근혜가 당선되면 최태민 건 등으로 집중 공격해 박근혜마저 낙마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법 설득력 있게 떠돌고 있다.


범여권 후보 난립은 범여권에게는 찬스

한동안 지리멸렬하는 것 같던 범여권은 이제 열우당과 민주당 탈당파, DJ 측근들, 좌파 시민단체 출신들이 만든 ‘대통합민주신당’이 중심에 서서 열우당과 민주당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를 두고 다들 DJ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범여권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이 스물 몇 명이나 된다. ‘개중 나은 사람이 7~8%, 나머지는 1~3%대의 지지율을 자랑(?)하는 고만 고만한 난장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비웃을 일이 아니다.

선수가 많으면, 흥행요소도 그만큼 많다. 손학규가 과연 범여권 후보 자리를 쟁취할 수 있을지, 정동영이 재기할 수 있을지, 이해찬이나 유시민, 한명숙 가운데 누가 노무현의 낙점을 받을지 등등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많다.

지금은 지지율이 미미해도 범여권 안에서 자기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가 등장하고, 그가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전대미문의 흥행에서 성공할 경우, 그는 하루아침에 스타, 그것도 ‘때 묻지 않은 신선한 스타’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다.

그 순간 진흙탕 싸움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이명박이나 박근혜는 ‘지는 별’이 되고 말 것이다.


<화려한 휴가>와 <대한민국개조론>

난데없이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가 나와 ‘1980년 광주’라는 오랜 상처를 헤집어 놓는다. 범여권 주자들이 다투어 극장으로 달려가고, 젊은 논술선생이 젊은이들을 이끌고 단체관람에 나서고, 당시 광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이들이 모임을 열어 ‘그날의 의미’를 기리고 있다. 이제 그만 DJ의 자장(磁場)에서 벗어나 한나라당도 고려해보겠다던 호남 사람들의 마음이 다시 흔들릴 수도 있다.

유시민의 <대한민국개조론>은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지만,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대선 출마선언하면서 낸 책이 그만큼 팔렸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이상돈 교수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은 <대한민국개조론>의 10분의1도 팔려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상돈 교수가 번역한 미국의 보수논객 앤 코울러의 <중상모략>은 그런 책이 나왔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진보’논객 레이코프의 <프레임 전쟁>은 작년에 나왔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후광 덕분인지 나오자 마자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주가상승, 김승연의 복수혈전

한미FTA가 타결되고, 주가가 오르고,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이제 “노무현이 아니었다면, 세계적인 호황에 힘입어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모를까, “노무현이 경제 파탄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게 됐다. '경제대통령론'도 힘을 받기 조금 어렵게 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제 아들을 위해 복수혈전을 벌였다가 감옥으로 갔다. 그는 우리 사회 ‘가진 자’들의 오만과 파렴치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가진 자들의 사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두환의 둘째 아들과 탤런트 박상아의 염문도 사소한 일 같지만, 우리 사회 가진 자들의 몰지각함을 보여준 사례였다.

작은 일이지만, 이런 일들이 쌓일 때마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원망과 증오의 씨앗이 뿌려진다.


아프간 인질사태, 제2차남북정상회담

게다가 미묘한 시점에 아프간 인질사태까지 터졌다. 솔직히 현재 아프간 상황으로 볼 때, 인질들의 운명은 장담하기 어렵다. 거기에 부시는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만나 ‘원칙 고수’를 선언했다. 아직까지는 잠잠하지만, 인질들이 전원 희생될 경우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 반미세력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제2의 효순-미선 사건’으로 만들려 할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제2차남북정상회담’이라는 폭탄이 터졌다. ‘언젠가 터지고 말 것’이라고 생각해 오긴 했지만, 역시 좋은 일은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대선용 정치쑈’임을 직감하고, 이를 비판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깨어 있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당장 다음이나 네이버 사이트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토론방에 들어가 보라. 정상회담에 찬성하는 목소리들이 의외로 크다. 아니 솔직히 말해 다수이다. 그런 포털 사이트를 즐겨 찾는 이들의 성향을 감안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역시 좌익정권 10년의 후유증, 전교조의 망령은 가볍게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저들은 ‘반미’ 코드와 ‘우리민족끼리’ 코드의 환상적인 결합을 꿈꾸고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만 바라보면서 샴페인을 미리 터뜨렸던 애국우익세력들은 ‘이건 뭔가 찜찜한데…. 이러다가 정권교체는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이 씨가 될까봐 그런 얘기를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있다.

너무 암울한 얘기만 했나?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상돈 교수의 책 제목처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이다. 지금은 비상한 상황이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사람만이 비상한 일을 해 낼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비상한 사람’은 누구인가?

일단은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이다. 그들은 오늘날 위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다.


* 한나라당이, 이명박과 박근혜 두 사람이, 애국우익 진영이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이 위기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다음에 글을 올리도록 하겠다 (사실 그건 내가 생각해도 꿈같은 얘기다. 꿈같은 얘기지만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애국우익은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또 다른 ‘꿈’을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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