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재설정시 '군사적 충돌' 위험 커져"

노무현 정권, 서해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논란 확산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6.25 전쟁이후 역대 정부가 지난 50년 동안 실효적 지배를 해온 ‘서해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노무현 정권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2년 서해 북방한계선 남방 5.4Km 지점에서 북한 함정과의 교전으로 침몰된 고속정 참수리 357호의 모습.ⓒ 대한민국 해군 홈페이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6.25 전쟁이후 역대 정부가 지난 50년 동안 실효적 지배를 해온 ‘서해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노무현 정권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 주재로 최근 정상회담 준비기획단 2차 회의를 가진 데 이어, 12일 청와대에서 관련 부처 장관들이 모인 가운데 1차 정상회담 추진위원회를 열어 정상회담 추진 방향과 준비접촉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당국자는 12일 '북한이 모든 종류의 군사회담에서 NLL 문제를 걸었다'면서 “최근 내부 준비회의 결과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가로막히고 쟁점이 될 부분은 NLL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NLL 문제와 관련, 바다목장이나 해양평화공원 설립과 같은 다양한 대안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정 장관 “NLL,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

앞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최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리에서 NLL의 성격에 대해 “‘영토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며 역대 정부가 실효적으로 지배해온 NLL에 대한 영토주권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장관의 이 같은 주장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의 해법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쪽은 그동안 NLL을 대체하는 해상경계선 재설정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을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해왔다.

현 정권과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NLL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첫째, NLL은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8월 30일 UN군이 설정한 경계선이자 남한의 양보와 배려로 만들어진 군사분계선이다. ▲둘째, NLL은 남북 간 영해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북방한계선 이남에 위치한 서해 5개 도서군(群)과 그 주변 해역은 전쟁 이전에도 남한의 관할권에 속해 있다. ▲셋째, NLL은 남한의 관할지역인 5개 도서와 북한 관할지역의 중간선을 그은 합리적 경계선 이라는 점 등이다.

대북전문가 “NLL 재검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의도”

이와 함께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NLL을 재검토하자는 발언의 배경에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의도가 숨어있으며, 이는 그동안 북한과 남한 내 친북(親北) 세력이 주장해온 대남혁명 논리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평화체제를 구축한 뒤, 북한과 연북(連北)세력이 주도하는 ‘연방제 적화통일’ 논리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그리고 이에 따른 주한미군 철수 등의 선동은 남북정상회담 발표이후 줄곧 반미(反美) 단체들의 성명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제기되고 있다.

이적단체인 범청학련 남측본부는 정상회담 발표 다음날인 9일 ‘을지훈련 규탄성명’을 냈다. 단체는 을지훈련을 “북한을 압살하려는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에 바탕을 둔 전쟁 불장난”이라고 규정한 뒤, “미국이 2·13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북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 위협을 가하는 것은 우리 민족에 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 국민들은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반미반전’(反美反戰), ‘주한미군철수’ 투쟁을 더욱 힘차게 벌여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도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민족 대(對) 미국의 대결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유리한 정세가 펼쳐지고 있다”면서 “진보세력은 범국민적 미군철수, 한미동맹 해체 투쟁을 전개해 최후 대결전을 승리로 장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실천연대는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통일선언’을 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일정 등을 약속하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를 어길 수 없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총련·평통사 등 반미친북 단체, NLL 재설정 선동

이들은 또 NLL 문제에 대해서도 현 정권을 겨냥, “통 크게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이적단체인 한총련도 “NLL문제 등 남아있는 장벽을 허물고 자주평화 시대를 열자”고 주장했다.

반미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눈치 보지 말고 최대 걸림돌인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문제에 대해 결단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핵 폐기에 상응한 미군 철수, 군축(軍縮)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선동했다.

한편, 보수성향의 대북전문가들의 경우 ‘평화체제’는 친북반미 단체들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온 ‘주한미군철수’, ‘한미동맹파기’, ‘사회주의이상의 실현’ 및 북한과의 ‘연방제 통일’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일종의 ‘국체(國體)변경’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유는 북한은 정전협정 이후 지난 50년 동안 서해상의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묵시적으로 인정해 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북한은 51년 11월 발간한 조선중앙년감을 통해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표시해 놓았고, 63년 5월 북한 간첩선 사건 발생 당시에는 NLL월선을 부인하기도 했다. 또 84년 9월 수해 구호물자 수송 시에는 NLL선상에서 상봉과 호송이 이뤄졌고, 98년 1월 한국비행정보구역 설정 시에도 현재의 해상 NLL을 인정한 바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12월 7일 대청도 북방에서 좌초된 ‘삼광 5’호 승조원을 NLL상에서 북측에 인계한 사례는 북한이 NLL을 해상불침경계선으로 인정해 왔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들어 “NLL이 1953년 8월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설정했다”면서 “새로운 해상 경계선 설정”을 주장하고 있다.

남북양측, 남북기본합의서 통해 NLL 법적지위 인정

정전협정 체결 당시 NLL은 UN군 사령관이 정전협정 정신에 입각해 상호 불가침을 통한 무력충돌 방지를 위해 설정했으며, 불분명한 해상경계선도 ‘정협규정’ 제2조 12항 및 13항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이와 함께 1992년 2월에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에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은 1953년 군사정전위에서 협정한 군사분계선을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서 NLL의 법적 지위를 이미 남북한은 상호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북한의 NLL 무력화 움직임에 대해 김찬규 경희대 명예 교수(국제법)는 “1992년 9월17일 채택돼 당일 발효한 ‘남북기본합의서’의 제2장 ‘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 합의서’에 있는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 한다’는 규정(제10조)을 근거로 당장 NLL의 재조정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듯하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북한 측은 NLL의 재조정 등 충돌방지를 위한 근원적 조치를 먼저 합의해 나가면 이것이 쌓여 긴장완화의 효과가 있고 나아가 평화상태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본말을 전도한 생각이며 91년 12월13일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에도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 평화정착이 되기도 전에 NLL에 손대려 함은 긴장완화는 도외시하고 휴전체제를 뜯어고치려는 기도에 불과한 것이다.”

대북전문가인 홍관희(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보전략연구소장은 13일 <프리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NLL은 북한과의 군사대치선인 휴전선(DMZ)이 바다로 연장된 것으로 ‘해상의 군사분계선’이자 수도권 방위에 직결돼있는 서해상의 전략적 요충지”라며 NLL 문제가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로 설정되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론했다.

“NLL 재설정시 노 정권 국민의 이름으로 타도해야”

그는 이어 현 정권을 겨냥, “군축이란 미명하에 NLL을 재협상한다는 구실을 들고 있으나, 핵개발도 막지 못하면서 범죄 집단(북한)과 무슨 군축 협상을 한단 말이냐“며 반문한 뒤, 국가의 안전보장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자유와 생명을 적(敵)의 위협 하에 노출시키는 (노무현) 정권은 헌법과 국민의 이름으로 타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 장군은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 등 두 차례의 무력충돌이 있었기는 해도 NLL은 기본적으로 지난 50여 년간 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한 뒤, “북측 주장을 받아들여 NLL을 건드린다면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은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위 기사의 출처는 인터넷 프리존뉴스 입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