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고통

'노익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얼마나 사실에 어긋난 말인가. '늙어 더욱 건장한 사람'은 없다.

2007.08.19

팔십 노인이 되고 보니 건강이 젊었을 때 같지가 않다. 벌써 한 달 가까이 오른쪽 다리가 아파서 자유롭게 걷지를 못한다. 병명은 좌골신경통. 어쨌건 걷기가 힘드니까 어디에든 가기를 꺼리게 된다.

그러나 이미 약속한 강연이나 설교를 취소할 수 없어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어느 기업체의 교양강좌에도 여러 번 나갔고 강남기도원에 가서 설교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목요강좌를 안할 수 없어 53회 강좌는 앉아서 했다. '맑은 만남'의 나이든 학생들을 위해 파스칼을 강의했고 설교 때문에 원주에도 갔다. 휴가철이라 동해안으로 가는 차가 밀려 차 안에 5시간 15분을 갇혀 있었고 오는 길도 3시간이나 걸렸다. '예수 모임'에서도 앉아서 설교했다.

이런 한심한 상황에서 중국 청도에까지 다녀와야 했으니. 비행시간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탑승구를 찾아가고 비행기에 오르내리는 일이 다리 아픈 사람으로는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었다. 그 곳에서 벌어진 모든 행사에 참석했고, 최고 경영자과정에서 한 번 강의했으며, 청도한인교회에서 한 번 설교하였다. 다리의 고통을 참아가면서.

'노익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얼마나 사실에 어긋난 말인가. '늙어 더욱 건장한 사람'은 없다. 팔십에 이 꼴인데 무슨 더 할 말이 있겠는가.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