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남는 사람?'

가사에 수령이나 당을 꼭 지칭하지 않아 北당국이 對南공작을 할 때 문화적 무기로 사용하기에 더 없이 좋은 노래가 바로 ‘심장에 남는 사람’이다.
지난 주말 6.3빌딩의 한 가계에서 울리는 북한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인생의 길에 상봉과 이별/ 그 얼마나 많으랴/ 남한 버전으로 새롭게 만들어져 들리는 그 음악은 북한에서 듣던 것 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멋있었다.

젊은 점원에게 “이 노래는 북한노래인데 누가 부르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는 당황스러워하면서 급히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아 정말이네요?” 하면서 놀라워했다. 이 노래를 듣는 다른 젊은이들에게 “지금 듣는 것은 북한 노래다”고 말해주면 모두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한국의 2인조 보컬그룹 ‘바이브’가 불러 더 유명해진 이 노래는 북한과의 정식 계약을 하고 통일부 승인을 받아 남한의 유명 가수들에 의해 소개되는 노래 가운데 하나다. 동인(瞳人ㆍ상대방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이라는 뜻)이라는 엘범으로 소개된 북한노래 10곡은 한국의 유명가수들인 ‘마야’ ‘배슬기’ ‘베이비복스’ 등에 불려지고 있다. ‘심장에 남는 사람’은 7월 음반순위에서 15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나 자신도 한때 많이 좋아했고 북한사람들이 애창하는 이 노래가 남한에도 널리 소개돼 뿌듯하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지는 것은 그 노래에 담긴 뜻이 너무나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초급당 비서(공장 단위의 말단 노동당 비서)가 당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 ‘심장에 남는 사람’(상ㆍ 하편)의 주제곡이다. 북한에서 ‘심장에 남는 사람’이란 수령과 당을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헌신한 사람들이다. 북한에서도 이 노래는 꽤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르지만 각자 심장에 남는 사람은 이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당에 대한 충성은 옛말처럼 돼 버린 북한에서 요즘에는 부르지 말라는 남한노래를 용감하게 부르고 김정일을 비판하다 수용소에 끌려간 사람들을 ‘심장에 남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노래 가사에는 수령이나 당을 꼭 지칭하지 않아 북한 당국이 대남 공작을 할 때 문화적 무기로 사용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노래가 바로 ‘심장에 남는 사람’이다. 남한의 친북인사나 포섭대상에게 이 노래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부르게 함으로서 그 노래에 담긴 심장에 남는 사람의 의미를 알려주면 자연적으로 운명 공동체 의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북한은 남북 간의 행사나 공식석상에서 이 노래를 지나치게 자주 부르고 있다. 또 남한 사람들에게 배울 것을 강력하게 권유하기도 한다. 386운동권에게도 이 노래는 널리 알려졌다. 북한을 자주 다니는 김윤규 전 현대아산 사장의 애창곡도 이 노래이고,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심장에 남는 사람’이라고 대놓고 선전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부정하고 전향하기를 거부하다 숨진 비전향 장기수들을 기리는 추모행사에도 어김없이 ‘심장에 남는 사람’이 등장한다. 때문에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은 어떤 이념을 가지고 부르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 이념을 가진 사람에게 심장에 남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김정일에 충성을 해야 하는 것이고, 이 노래의 전후 사정을 모르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가슴속에 남는 사람을 기릴 수도 있을 것이다. 수령 우상화에 광분하면서 노래까지도 정치적 의도에 이용하는 북한이기 때문에 남한에서도 인기를 얻는 이 노래가 북한을 추종하거나 이념화에 이용당하지 말고 순수한 마음으로 각자의 가슴에 남는 사람을 기리는 노래로 남길 바랄 뿐이다.


강철환 / 북한민주화위원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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