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정세균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일행을 맞아 다시 대선 관련 지침을 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대북송금 특검, 국가정보원 도청 수사, 민주당 분당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다. 그래야 “여권 지지자들 마음속 응어리가 풀린다”는 것이다. 민주신당이 떴는데도 지지율이 바닥을 면치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란 얘기였다.
김 전 대통령은 “정략적으로 민족적 대사인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특검을 하고 상처를 입혔다”며 사과하라고 했다. 국정원 도청에 대해서도 “임동원, 신건 두 국정원장을 아무런 증거 없이 구속했다. 과거 정부의 도청은 다 빠지고 죄 없는 국민의 정부 두 국정원장만 구속했다”고 했다.
대북 송금은 김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 대가로 김정일 위원장에게 국책은행과 민간기업에서 빼낸 돈 5억 달러를 불법으로 건넨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스스로 ‘민족적 대사’라고 규정한 남북정상회담을 국회의원 총선거 3일 전에 발표했다. 어떻게 ‘민족적 대사’를 갖고 선거에 활용할 생각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당시 정권 핵심들은 뒷돈 의혹에 대해 “단돈 1달러도 주지 않았다”고 펄펄 뛰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뒤 특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거짓말이 진실을 덮고 있을 것이다. 특검이 없었다면 남북관계가 지금 이 정도나마 공개적·합법적으로 진행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국정원 도청 사건은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정원이 각계 인사 1800명을 상시로 도청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800명도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한다. 1심 법원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모두 사실로 인정해 두 국정원장에게 징역3년 집행유예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근엔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을 국정원이 ‘현안 1호’로 취급해 1년간 도청했다는 등의 검찰 수사기록도 공개됐다. 그런데도 김 전 대통령은 도청을 한 두 국정원장이 “죄가 없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 비서관은 “국민의 정부에서는 어떤 도청도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법원이 없었던 사실에 대해 有罪유죄를 선고했다는 말인가.
두 사건 모두 노 대통령 임기 중 수사가 진행돼 김 전 대통령 치부가 드러난 것이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자신에게 사과해야 여권 지지자들이 다시 모인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도 국정원 도청 대상이었다. 사과를 해야 한다면 김 전 대통령이 국민과 노 대통령에게 하는 게 도리에 맞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分黨분당도 사과하라”고 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깨고 나올 때 김 전 대통령은 침묵했었다. 그 후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찾아 갈 때마다 김 전 대통령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여러분이 나의 정치적 계승자”라고까지 했었다. 그런데 왜 사과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김 전 대통령은 여권 인사들에게 “대중 속으로 들어가 왜 민주개혁정부가 재창출돼야 하는지 직접 설득하고 이해시키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이렇게 여권 대선의 총감독으로 나서니, 반대쪽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가 나선다는 말이 도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나이 80대인 3金김이 다시 나서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모두 김 전 대통령 때문에 생기는 어이없는 현상이다.
김 전 대통령이 나서면 反반DJ가 일어서고, 다시 70년대 80년대식 지역주의가 나라를 반으로 가르게 될 것이다. 올해로 김 전 대통령도 83세가 되었다. 일개 정파가 아니라 국가의 원로로서 말을 아끼고 나라의 평온을 위해 天理천리를 따를 때가 됐다. 그를 좋아했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이 ‘DJ 얘기’에 지쳤다.
국민들 지치게 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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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24, 2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