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해범 중국전문기자 hbjee@chosun.com
2001년 말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다.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남서부 국경도시 퀘타로 가는 중형 항공기에 올랐다. 퀘타는 전란을 피해온 사람들이 거대한 난민촌을 형성해 있었고, 그곳은 아프간 전황(戰況)을 듣는 기지 역할을 했다. 비행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끝없이 이어지는 발루치스탄 산맥이었다.
놀라운 것은 산의 색깔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늘 보는 ‘푸른색’이 아니라 ‘붉은색’이었다. 마치 달나라에 온 것 같았다. 바람이 불면 붉은 흙먼지가 일었다. 산과 산 사이의 계곡에는 홍수 때 생긴 듯한 물 흐른 자국이 깊게 파여 있었다. 현지인은 “원래 이곳에도 나무가 많았지만 수십 년 동안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쓰는 바람에 민둥산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오면 순식간에 흘러내려 홍수가 났다가 비가 그치면 가뭄이 발생한다”고 했다.
비슷한 모습을 본 것은 압록강 하류 북한~중국 국경을 갔을 때다. 압록강이 내려다보이는 강변도로를 따라 차를 달리다 보면, 강 이쪽과 저쪽에 펼쳐지는 너무 다른 풍경에 놀라게 된다. 중국 산은 비록 잡목이긴 해도 푸른 나무들이 산의 살갗을 덮었다. 하지만 강 건너편 북한의 산들은 이발기계로 머리카락을 민 듯 나무 몇 그루 없이 맨땅을 드러냈다. 산 여기저기에는 여름 장마 때 무너진 듯한 계단식 밭들이 보수도 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지난 22일 아리랑1호 위성이 촬영한 북한 원산 주변 지역 항공사진이 공개됐다. 사진은 동해로 흘러드는 용흥강이 하류 지역에서 범람하여 흙탕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에서는 지난 8월 7~14일 8일 동안 796㎜(하루 평균 99.5㎜)의 폭우가 쏟아져 610명이 사망·실종되고, 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평양이 물에 잠겨 수백만 채의 주택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비교되는 점은, 이달 초 경기도 포천지역에서도 북한과 비슷한 폭우가 쏟아졌지만 피해는 매우 적었다는 점이다. 포천에서는 일주일간 629㎜(하루 평균 89.9㎜)의 비가 내려 일부 도로와 농지가 유실되었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차이는 어디서 발생한 것일까.
북한지역 산림복구 운동을 펼치는 ‘겨레의 숲’ 관계자는 “북한 전체 산림 750만㏊ 가운데 약 20%인 160만~200만㏊가 완전히 황폐화된 민둥산이며, 나머지 80%도 금강산과 묘향산 등 명승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울창하지 않은 산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산림 황폐화의 원인은 70년대 ‘다락밭 개간’과 90년대 소위 ‘고난의 행군’ 시절 땔감 마련을 위한 남벌”이라고 지적했다. 1960~70년대 한국이 나무를 심을 때, 북한이 전 인민을 동원해 벌인 ‘경지면적 넓히기’ 운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여준다.
원인이 이렇다면, 처방도 그에 맞아야 한다. 한국 정부가 해마다 반복되는 북한 수해에 식료품과 수해복구 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제는 북한의 산림 복구를 유도하는 지원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나무심기를 돕는다든지, 심은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연탄 사용을 유도하는 에너지 정책에 지원하는 방법 등이다. 아울러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을 지원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북녘의 산하를 병들게 한 북한 지도부의 정책적 오류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양은 왜 물에 잠겼을까?
- 지해범(조선닷컴)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7-08-29, 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