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당 ‘유령선거인단’ 사실로 드러나

<프리존뉴스> 기자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민주신당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신청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
▲<프리존뉴스> 기자가 29일 두 차례에 걸쳐 받은 국민경선 참여 확인 전화내역.ⓒ 프리존뉴스


이주영 기자 2007-08-29 오후 2:37:48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유령 선거인단’ 실체가 드러났다. 일반인도 아닌 <프리존뉴스> 기자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민주신당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신청되어 있는 것으로 29일 확인된 것이다. 이로서 친노(親盧)-비노(非盧) 주자간 벌어졌던 유령 선거인단 공방이 사실로 입증됐다.

기자는 29일 오전 10시9분 발신자 번호 ‘02-3780-8888’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민주신당의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참여했느냐는 확인 ARS 전화였다. 참여를 하지 않았으면 1번을 선택하라는 메시지였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기자 신분으로서 민주신당의 경선에 참여할 일이 없는 터라 황당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1번을 누르자 ARS 안내는 친절하게도 ‘잘못 눌렀을 수도 있으니 다시 확인해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 전화 통화에 이어 오전 11시49분에는 민주신당 관련 여론조사를 한다는 ARS 전화를 연거푸 받았다. 이 전화는 선거인단 등록을 했는지 여부를 물었고 ‘아니다’라고 답하자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묻는 항목으로 넘어갔다. 선거인단 등록을 한 것도 아닌데 지지 후보를 묻는 것이 의아했다.

현재 민주신당 국민경선위원회는 주자간 '박스접수', '유령선거인단' 문제가 불거지자 일단 전화ARS 조사로 사태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기자가 받은 것이 바로 이번 확인 전화다. 기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휴대폰 번호 등이 입력된 신청서가 본인도 모르게 민주신당 국민경선위원회 내에 있다는 말이다.

현재 민주신당 국민경선 참여 신청은 ▲중앙당 및 시도당 지구당에 직접 신청서 제출(대리인 제출 가능) ▲ARS 자동 전화 신청 ▲당 홈페이지에서 신청 등 세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기자의 경우 전화 신청이나 인터넷 신청을 한 적이 없으니 중앙당 및 지구당에 기자의 정보가 고스란히 적힌 신청서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누군가가 대리인 명목으로 기자의 신청서를 냈다고 짐작할 뿐이다.

경로 역 추적을 위해 ‘02-3780-8888’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통화중 신호만 울릴 뿐이었다.

중앙당 및 시도당에 직접 신청서를 낼 경우 신청자는 선거인 접수 확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기자는 그런 확인증을 받은 바도 없다.


민주신당의 국민경선 선거인단 신청서에는 “제 17대 대통령후보자 선출 선거인 실명 인증을 위하여 본인의 서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경선 기간 중 민주신당이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무시무시’한 서약 문구가 적혀 있다.

개인정보 유출은 명백히 현행법 위반이다. 민주신당이라는 원내 1당에서 이런 일이 자행되었다는 것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상황 파악을 위해 민주신당 국민경선위원회 이목희 집행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했으나, 이 집행위원장은 “종이 선거인단이라니 말도 안된다. 종이 선거인단은 없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기자가 직접 전화를 받았다고 하자 “각 캠프에서 온 전화가 아니냐”며 또다시 부인했다.

재차 기자가 “캠프에서 온 전화가 아니라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신청을 했는데 본인이 신청한 것이 맞느냐'는 확인 전화였다”고 정황 설명을 하자 “경선위원회에 신고를 하라”고만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성명,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적어서 경선위원회에 내라. 인터넷 신청의 경우 IP확인, 전화 접수는 녹음, 문서 접수의 경우 신분증 확인과 대리인 신분증 확인을 꼭 하니 역 추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령선거인단, 종이선거인단 문제를 제기한 한명숙, 신기남 후보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명숙 캠프의 신상영 공보실장은 이날 <프리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익히 예상했던 상황”이라며 “프리존뉴스 기자와 같은 정황이 이곳저곳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더군다나 신청을 안했으면 1번, 아니면 그냥 전화를 끊어 달라는 식의 ARS 조사는 문제가 있다”며 “요즘같이 스팸 전화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을 때 응답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모집 3~4일 만에 인터넷으로 신청한 선거인단이 45만명이 된다는 것은 그 안에 분명히 허수가 있다는 것”이라며 “해당 IP를 모두 다 조사해야 할 것이다. 허수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신기남 후보측 김형식 공보팀장도 “정말로 전화를 받았느냐”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이냐”며 놀라워했다.

김 팀장은 “역 추적을 하면 어느 캠프에서 신청서를 냈는지 밝혀질 것”이라며 “이 상황은 현행법 위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정말이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 대변인은 “자기네 당을 취재하는 기자까지 선거인단에 등록을 시킬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국민참여 선거라더니 대리접수, 박스접수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난다”며 “국민참여 선거가 아니라 불법 동원 선거를 하고 있다. 민주신당이 과연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당인지 아니면 구태를 답습하는 정당인지 모를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도 이런 상황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그렇지 않아도 유령선거인단 문제로 민주신당 내에 내홍이 이는 마당에 자기 당을 취재하는 기자까지 선거인단에 집어넣느냐. 누가 보냈는지 확인해 해당 후보 진영으로부터 공개 사과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babylift@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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