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국의 대북정책, 변한 것은 없다

"美北 관계정상화, 북핵 폐기 전제돼야".. 게리 새모어
게리 새모어 CFR 부회장.ⓒ herzliyaconference.org
미국과 북한이 관계정상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와는 다르게 북한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미북 관계 정상화는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외교관계협의회(CFR)의 개리 새모어 부회장(전 NSC 비확산 담당 국장)은 12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뜻이 있다면 미국도 북한과 완전한 관계정상화를 이룰 준비가 돼 있지만, 핵 억지력을 주장하는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새모어 부회장은 최근 북한의 적극적인 미북 관계 정상화 움직임과 관련,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1~2년 정도 남았다. 이 기간 동안 미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좋은 기회가 왔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것”이라며 북한의 심중은 “다음 미 행정부와 관계를 진전시킬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여부 분명치 않아”

그는 이어 “미국과의 관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공화당 정부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북한이 많이들은 걸로 안다”면서 “북한과의 관계에 비판적인 공화당 정부와 관계를 터놓아야 다음 정부에서 누가 정권을 잡든 일이 편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지금 정치적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미북 실무그룹회의에서 북한이 올해 말까지 핵시설을 불능화 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에 관한 제안을 내놓았고, 이 제안의 기술적 타당성을 알아보기 위해 미·러·중의 전문가들이 북한을 방문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모어 부회장은 또 “북한이 취하려는 불능화 조치들이 핵시설을 쉽게 재가동 못할 정도인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또 한 가지 불확실한 것은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핵 프로그램을 신고할지 여부다. 제네바 미북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겠다고 밝혔지만, 비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그동안 생산한 플루토늄에 대해 무엇을 공개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미북 관계 정상화 전제는 북한 핵 폐기”

미북 관계 정상화가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포기할 뜻이 있다면 미국도 북한과 완전한 관계정상화를 이룰 준비가 돼 있을 것으로 생각 한다”면서도 이에 대한 전제 조건은 역시 “북한 핵 폐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핵무기라는 이른바 ‘핵 억지력’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다만 핵시설 불능화까지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새모어 부회장은 “어차피 영변 핵시설은 오래 돼 큰 가치가 없다. 핵 프로그램 신고도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까지 신고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미 생산한 플루토늄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한편, 역사적으로 미국과 유럽 정계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과시해온 ‘프리메이슨’(Freemason)의 공개 활동 조직인 ‘외교관계협의회’(CFR)는 지난 1921년 미국에서 설립된 외교정책 분야의 싱크 탱크로 현재 뉴욕과 워싱턴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현재 CFR에는 금융·통상·통신·학계의 유력한 지도자 3,300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창립 이후 줄곧 J.P. 모건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는데, CFR의 초대회장인 존 W. 데이비스는 J.P. 모건의 개인 변호사였다.

외교관계협의회, 미 정가서 막강한 영향력 과시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정치 각료와 국회의원이 CFR 회원이기 때문에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이 정권을 잡던 보수 성향의 공화당이 잡던 이들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유지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거의 모든 대통령이 CFR을 거쳤으며, 이 조직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일례로 아이젠하워(유태계), 닉슨, 카터, 조지 부시(프리메이슨 ‘Skull & Bones’ 단원), 빌 클린턴(프리메이슨 ‘드몰리 인터내셔널’ 단원)을 비롯, 지금의 부시 대통령(프리메이슨 Skull & Bones 단원)도 CFR 출신이다.

이와 함께 CFR은 1921년 창립 이후 재무장관 18명 중 12명, 국무장관 16명중 12명, 국방장관 15명중 9명, CIA부장 11명중 7명,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교장 7명중 6명, 유럽 연합군총사령관 전원, NATO주재 미 대사 전원을 회원으로 채워왔다.

현재 CFR 회원으로 한반도 문제를 좌지우지 하는 인물은 헨리 키신저(유태인) 전 미 국무장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경유, 김정일에게 친서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日 시사 잡지 중앙공론 8월호)

키신저는 또 지난해 11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북핵문제는 외교로 풀 수 있는 쉬운 문제”라며 “북핵문제가 먼저 해결되면 (미북) 관계는 정상화되고 나머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지론을 밝혔다.

국내언론, 키신저의 ‘북핵 폐기 전제’ 발언에 주목해야

이와 함께 키신저는 ‘북핵 폐기’와 ‘정권 교체’가 별개 이슈라는 분리 대응론을 제기하면서, ‘주변이슈’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핵심이슈’(핵 폐기)에만 집중할 것과 핵 폐기를 전제로 북한의 체제를 인정해주고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여기서 문제는 다수의 국내 보수 성향 대북전문가들을 비롯, 좌파 언론들이 키신저의 발언 가운데 ‘선(先)핵폐기’를 빼놓고, 미북관계정상화, 평화협정체결, 대북경제지원 발언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경향신문의 경우 지난 10일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검증되지 않더라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충분한 신뢰를 보여줄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 내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올 가을 대북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및 적성국 교역금지법 적용 중단 등 북미 관계 개선의 1단계를 달성한 뒤, 내년 가을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아귀를 짓는 2단계 ‘가을계획’(Fall Project)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겨레, “평화체제 논의에 필요한 국제적 분위기 조성”(?)

한겨레신문의 경우 지난 11일자 보도에서 “이달 중순 열린 6자회담 로드맵 이행을 토대로 10월 하순 6자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고위급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평화체제 논의에 필요한 국제적 분위기는 어느 정도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한중, 한미정상회담·외교장관 회담(시드니 아펙회의 中)을 통해 평화체제 논의 시작 시점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제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는 공동인식을 천명하게 된다면 관련 회의체 조기출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같이 미국이 기존의 선(先)비핵화-(後)평화체제 입장을 버리고, 비핵화 이전 또는 비핵화와 동시에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미국이 남북 좌파(左派)정권의 입장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북한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미북 관계 정상화는 “가능성이 없다”는 프리메이슨 계열의 개리 새모어 부회장의 발언은 북한 핵 문제를 보는 미 정가의 분위기를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니엘 스나이더 “미북 관계 개선 걸림돌 많아”

북핵 문제에 대한 보수적 견해는 비(非)메이슨 계열의 인사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일례로 미 스탠포드 대학의 다니엘 스나이더 박사는 11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불능화의 정도문제, 핵 목록 신고 및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등으로 향후 미북 관계 진전의 걸림돌이 수없이 많다”면서 미북 관개 개선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표명했다.

스나이더 박사는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라는 용어대신 ‘무력화’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면서 “무력화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구체적인 불능화의 개념 정의부터 필요하고 또 북한의 핵목록 신고와 관련해서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2년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의혹을 제기했던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차관보의 경우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협상 진전과정을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관련한 입장을 분명히 하긴 했지만 한 단계씩 차근차근 진전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외교관들이 여기저기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꼭 이야기의 끝을 말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며 미북 관계 개선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일부 미국 내 대북전문가들은 미북 관계 개선을 향한 김정일 정권의 움직임을 경제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6자회담 진전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리처드 부시 “북한의 의도는 아무도 몰라”

이와 관련, 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박사는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를 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있지만 (북한은) 핵시설 불능화 이행에 앞서 최대한 협상 과정에 시간을 끌어 국제사회에서 최대한 많은 지원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올 10월 남북정상회담 후 북한의 핵 폐기 관련 의지가 보다 선명히 들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일 남한이 대규모 경제지원 약속을 했는데도 북한이 핵 불능화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으면 북한이 불능화 과정 진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수도 있다” 주장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박사도 “북한이 경제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미북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시 박사는 그러나 “북한의 의도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혹시 김정일이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핵문제 관련 담판을 지으려는 의도를 가졌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세상을 밝히는 자유언론-프리존뉴스/freezonenews.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