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오늘로 87일 남았다. 다음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국민의 결단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결정에 따라 대한민국은 다음 5년이 아니라 50년이 바뀔 수도 있는 순간이다. 그만큼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북핵문제는 다음 대통령 임기 초반에 핵 폐기냐, 핵 위기냐 하는 결정적 갈림길에 도달하게 된다. 핵시설 불능화와 핵물질 신고까지는 미국과 북한이 정치적으로 ‘진실의 순간’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8년에는 북한이 核핵과 對美대미 관계 정상화를 맞바꾸는 선택을 할 것인지, 아니면 결코 핵은 포기할 수 없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진심이 드러날 것인지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한반도 정세는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음 대통령의 리더십과 지혜, 용기에 따라서 그 격변을 대한민국의 기회로 만들 수도 있고, 나라를 일대 위기에 봉착하게 만들 수도 있다.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 한국을 둘러싼 아시아·태평양 정세는 미국·일본·호주 對대 중국·러시아의 두 軸축으로 급속하게 재편돼 갈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중대한 상황에서 분명한 전략 없이 구경꾼 신세로 전락해 가고 있다. 구경꾼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100년 전에 이미 경험했다. 미국과 등질 수 없고 그렇다고 중국을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국가 지도자의 역사적 혜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과 기약 없는 정체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복지와 분배를 외치며 지난 5년 세월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경제성장률이 5%만 넘어도 몸살이 걸려 열이 날 정도의 경제왜소증에 걸려버렸다. 지금의 이 체격에 머물러 있다가는 얼마 안가 중국과의 국력차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고 말 것이다. 그때는 초강대국 중국과 기술대국 일본의 사이에 끼여 숨도 쉬지 못하는 악몽은 현실로 바뀌게 된다. 현 정권이 출범할 때 ‘서민을 위한다는 정권이 서민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줄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그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경제 성장과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없이 공무원만 늘리는 청년 실업대책과 돈만 뿌리는 저소득층 문제 대책이란 것은 임시변통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모든 것은 우리가 국가적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는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강남 사람과 강북 사람,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젊은이와 나이 든 사람으로 갈라졌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나라를 편 가르고 갈가리 찢어 놓았다. 이 상처를 치료하고 흩어진 마음을 모으지 않고서는 경제도 될 수 없고 국제 정세의 파고도 헤쳐갈 수 없다.
이제 대선구도는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높은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여권의 정동영·손학규·이해찬 경선 후보가 그 뒤를 쫓고 있다. 싫든 좋든 국민은 이 네 사람 중에서 다음 대통령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선택은 권한이면서 책임이기도 하다. 5년 전의 선택도 국민이 한 것이고, 그로 인한 책임도 결국 국민이 져야 했다.
이 시점에서 모두가 생각해야 할 것은 대통령의 자질이다. 리더십, 국민 통합 능력,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안목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品性품성 역시 중요한 자질이란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품성이야말로 대통령으로서의 다른 모든 자질을 관통하는 공통분모일 수도 있다. 지난 5년의 경험으로 국민이 확실히 체득한 사실일 것이다. 한가윗날 휘영청 밝은 달 아래 객지에 나가 있던 형제 자매들이 부모님 모시고 모처럼 고향집 평상 위에 둘러앉아서 이런 나라 사정 이야기도 도란도란 나눠볼 일이다.
기로에 선 대한민국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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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9-23, 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