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제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또 어떻게 미리 막을 수 있는지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시론] ‘사랑하는 정아’ 위해 쓴 국민 혈세
지난해 3월 TV토론에서 그를 만났다. 양극화 대책이 주제인 토론이었는데 당시 변양균 장관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과장 시절 한 푼의 예산이라도 아끼려 노력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신, 우리의 나라 살림 규모가 OECD국가에서 제일 작은 수준이고, 어느 국가보다 재정이 건전하며, 나랏빚 규모도 전혀 걱정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보통 나라 살림을 책임진 기획예산처 공무원들은 엄살을 잘 떨기로 유명하다. 해마다 각 부처에서 요구되는 예산의 반 이상을 깎으려면 엄살 안 떨고는 배겨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라 살림 규모가 작으니 더 써도 된다는 식의 말을 기획예산처 공무원이, 그것도 장관이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문제는 더욱 커졌다. 공기업과 산하기관을 모두 포함하면 우리 정부 규모는 이미 크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가자 변 장관은 전면에 나서서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의 규모가 작다는 주장을 하면서 이른바 정부 크기 논쟁을 주도했었다. 현 정권이 만들어 낸 ‘큰 정부론’의 깃발을 거침없이 흔들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 와서 보니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한 정권뿐만 아니라 한 여자를 위해서까지 나라 살림 책임자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던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문화재청을 가리지 않고 예산을 어디어디에 배정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십 년 쌓아온 예산 공무원의 위상은 한순간에 땅에 떨어졌다. 결국 나라의 곳간 열쇠를 잘못 맡긴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비어만 가는 우리의 곳간 열쇠를 바람난 며느리에게 맡긴 꼴이 되어 버렸다.
현 정부는 그동안 그에게 곳간 열쇠를 맡기곤 너무나 좋아했다. 매 끼니마다 진수성찬을 내놓고 연일 동네잔치를 벌이는 며느리가 예쁘기만 했다. 해마다 번 것보다 쓴 게 더 많아 적자에 시달려도, 그래서 빚이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도, 며느리의 걱정 말라는 호언장담에 한껏 장단을 맞춰 주었다. 너무 신이 나서 청와대로 모셔오기까지 했다. ‘386 코드인사’에서 ‘관료 코드인사’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386의 아마추어리즘을 전문성 확보로 극복하도록 해주는 ‘관료 코드인사’야말로 현 정부 포퓰리즘의 완결판이었다. ‘관료 코드인사’가 예산 더 풀겠다는 ‘재정 포퓰리즘’과 만나면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음 정부가 아무리 바로잡으려 해도 이미 포퓰리즘이라는 악령에 홀려 있는 국민들을 설득해서 씀씀이를 줄이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 변양균이라는 한 사람을 놓고 하는 이야기는 그만두자. 사람을 놓고 비난하고 끝을 내면 안 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한동안 세상을 뒤흔든 스캔들로 끝을 내 버리면 제2, 제3의 변양균이라는 사람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또 어떻게 미리 막을 수 있는지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사실 예산의 사전·사후평가 체제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이번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예산 배정 시 철저히 타당성 조사를 하고 사후에는 제대로 썼는지 평가하는 시스템이 작동했더라면, 변 장관의 요구 자체가 수용될 수도 없었고 또 수용되었더라도 일찌감치 잘못이 밝혀졌을 것이다. 예결산 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국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작년 가을 국회에서 결산심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2005년 일은 벌써 1년 전에 발각되었을 것이다.
이제 국회는 현 정권이 마지막으로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해야 한다. 그런데 필요 이상의 큰 규모로 짜인 이번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소홀해질 것 같아 걱정이다. 다음 정부가 쓸 예산이고, 또 이 예산의 결산은 내년에 당선되는 새 국회의원들이 할 것이라서 더더욱 걱정이다. 예산안 심의과정에 온 국민의 관심이 모아져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잘못 만들어지고 쓰이는 나라 살림을 금방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시론] ‘사랑하는 정아’ 위해 쓴 국민 혈세
지난해 3월 TV토론에서 그를 만났다. 양극화 대책이 주제인 토론이었는데 당시 변양균 장관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과장 시절 한 푼의 예산이라도 아끼려 노력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신, 우리의 나라 살림 규모가 OECD국가에서 제일 작은 수준이고, 어느 국가보다 재정이 건전하며, 나랏빚 규모도 전혀 걱정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보통 나라 살림을 책임진 기획예산처 공무원들은 엄살을 잘 떨기로 유명하다. 해마다 각 부처에서 요구되는 예산의 반 이상을 깎으려면 엄살 안 떨고는 배겨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라 살림 규모가 작으니 더 써도 된다는 식의 말을 기획예산처 공무원이, 그것도 장관이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문제는 더욱 커졌다. 공기업과 산하기관을 모두 포함하면 우리 정부 규모는 이미 크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가자 변 장관은 전면에 나서서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의 규모가 작다는 주장을 하면서 이른바 정부 크기 논쟁을 주도했었다. 현 정권이 만들어 낸 ‘큰 정부론’의 깃발을 거침없이 흔들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 와서 보니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한 정권뿐만 아니라 한 여자를 위해서까지 나라 살림 책임자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던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문화재청을 가리지 않고 예산을 어디어디에 배정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십 년 쌓아온 예산 공무원의 위상은 한순간에 땅에 떨어졌다. 결국 나라의 곳간 열쇠를 잘못 맡긴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비어만 가는 우리의 곳간 열쇠를 바람난 며느리에게 맡긴 꼴이 되어 버렸다.
현 정부는 그동안 그에게 곳간 열쇠를 맡기곤 너무나 좋아했다. 매 끼니마다 진수성찬을 내놓고 연일 동네잔치를 벌이는 며느리가 예쁘기만 했다. 해마다 번 것보다 쓴 게 더 많아 적자에 시달려도, 그래서 빚이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도, 며느리의 걱정 말라는 호언장담에 한껏 장단을 맞춰 주었다. 너무 신이 나서 청와대로 모셔오기까지 했다. ‘386 코드인사’에서 ‘관료 코드인사’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386의 아마추어리즘을 전문성 확보로 극복하도록 해주는 ‘관료 코드인사’야말로 현 정부 포퓰리즘의 완결판이었다. ‘관료 코드인사’가 예산 더 풀겠다는 ‘재정 포퓰리즘’과 만나면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음 정부가 아무리 바로잡으려 해도 이미 포퓰리즘이라는 악령에 홀려 있는 국민들을 설득해서 씀씀이를 줄이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 변양균이라는 한 사람을 놓고 하는 이야기는 그만두자. 사람을 놓고 비난하고 끝을 내면 안 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한동안 세상을 뒤흔든 스캔들로 끝을 내 버리면 제2, 제3의 변양균이라는 사람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또 어떻게 미리 막을 수 있는지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사실 예산의 사전·사후평가 체제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이번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예산 배정 시 철저히 타당성 조사를 하고 사후에는 제대로 썼는지 평가하는 시스템이 작동했더라면, 변 장관의 요구 자체가 수용될 수도 없었고 또 수용되었더라도 일찌감치 잘못이 밝혀졌을 것이다. 예결산 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국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작년 가을 국회에서 결산심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2005년 일은 벌써 1년 전에 발각되었을 것이다.
이제 국회는 현 정권이 마지막으로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해야 한다. 그런데 필요 이상의 큰 규모로 짜인 이번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소홀해질 것 같아 걱정이다. 다음 정부가 쓸 예산이고, 또 이 예산의 결산은 내년에 당선되는 새 국회의원들이 할 것이라서 더더욱 걱정이다. 예산안 심의과정에 온 국민의 관심이 모아져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잘못 만들어지고 쓰이는 나라 살림을 금방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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