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레이건 日記’(하퍼 콜린스 출판)를 재미 있게 읽고 있다. 그 바쁜 미국의 대통령이 매일 일기를 썼다는 것이 경이롭다. 567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1988년 1월14일 목요일의 일기이다.
<백악관 안보회의를 열었다. 한국의 스파이 이야기: 바레인에서 잡힌 24세 여성은 대한항공 폭파용의자인데, 자신이 북한공작원이며 올해 열리는 서울 올림픽을 사보타지하도록 명령받았다는 자백을 했다고 한다>
그 전해인 1987년 11월에 김현희와 김승일은 이라크의 바그다드를 출발한 대한항공 858편 여객기에 時限폭탄을 두고 중간 기착지 아부다비에서 내렸다. 김현희는 비행기에서 내릴 때 승객들을 둘러보고는 “이 사람들이 몇 시간 뒤에 죽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으나 “조선혁명을 위해선 이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가르침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을 다잡아 먹었다”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바그다드 출발 KAL858기에 올라 김승일이 폭파용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액체폭약이 들어있는 비닐쇼핑 백을 좌석 위 선반에 올려놓는 것을 보고 사업결과 총화시 보고할 목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탑승객은 1백여명 정도 되는데 거의가 중동근로자들로서, 중동에서 일하기가 힘들다면서 소속회사에 대한 불만을 많이 털어놓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귀국하는 것이 좋은지 즐거워 하다가 기내식이 끝난 뒤에는 거의가 잠에 들었습니다. 아부다비에 도착하여 내릴 때, 이 근로자들이 죽을 것을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양심의 가책이 왔습니다만 김일성이 지시한 혁명과업의 완수를 위해서는 이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마음먹고 내렸습니다』
바레인 공항에서 경찰이 체포하려고 하자 김승일은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죽었다. 김현희도 독약을 깨물었으나 기절만 했다. 한국으로 압송되어온 김현희는 안기부 수사를 받았다. 처음엔 일본인으로 행세했으나 자신의 정체를 자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현희는 안기부 수사관과 함께 남대문 시장을 둘러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남대문 시장에 진열된 풍부한 상품과 상인들의 생동하는 모습을 보고 북한에서 교육 받은 것이 다 엉터리였음을 금방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독자적으로 김현희의 신분을 조사하여 북한 공작원이란 결론을 내리고 레이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다.
‘레이건 日記’의 624 페이지엔 이런 글이 있다. 1988년 6월28일 화요일에 쓴 것이다.
<최근 정보에 따르면 한국의 휴전선엔 북한군이 10개 사단을 더 배치했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위협하는 도박을 벌이려 할지 모른다. 소련은 그런 도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우리에게 약속했다>
미국은 1988년 9월17일에 서울에서 개막된 올림픽이 성공하도록 여러 모로 도왔다. 레이건은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을 통해서 북한정권이 위험한 게임을 벌이지 못하도록 견제해줄 것을 부탁했다. 소련과 동구권 국가도 서울 올림픽에 참여하게 되어 있었으므로 소련도 협조적이었다. 미국은 또 對테러 전문가들을 한국에 보내 人的 정보를 제공하여 위험인물들이 입국하지 못하도록 했다. 일본 정보기관도 한국을 도왔다. 이렇게 하여 12년만에 처음으로 온전한 올림픽이 열렸다.
서울 올림픽의 주제는 ‘벽을 넘어서’(Breaking down the wall)였다. 동서 이념의 벽을 넘어서 이뤄진 서울 올림픽은 그 다음해 동구 공산권 붕괴에도 일조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시위 군중은 서울 올림픽의 주제곡인 ‘벽을 넘어서’를 합창했다. 북한이 처참하게 망해가는 계기를 만든 것이 서울 올림픽이었다. 서울 올림픽을 저지하기 위하여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폭파 사건을 일으켰던 김정일이 그 죄값을 치러야 할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
기독교적 신앙에 기초한 反共 자유민주주의를 필생의 신념으로 삼았던 레이건 대통령의 對蘇 압박정책이 결국은 소련 및 東歐 공산권의 붕괴를 가져왔다. 로널드 레이건은 6.25 남침을 저지하여 한국을 구한 트루먼과 함께 한국인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서울 올림픽의 성공과 레이건 대통령
- 趙甲濟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7-09-28, 03: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