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 단동을 오가며 북-중 무역에 종사하는 한 중국인 무역업자는 얼마 전 평양에 갔을 때 '메뚜기 시장'에 다녀왔다고 했다. 주로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쌀값이라도 벌려고, 퇴근 후에 집안에서 쓰던 물건이나 중국에서 보따리 상인들이 가져 온 물건을 싸게 넘겨받아 되파는 '메뚜기 시장'은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직장 월급으로는 죽도 먹기 힘든 형편이어서 평양시민들은 '메뚜기 시장'을 통해 하루 먹을 식량을 벌어들인다. 이렇게 생계를 위한 주민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에 당국도 속수무책으로 방치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평양시내에는 외부인원의 출입이 금지되고 유동이 통제되고 있어 주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메뚜기 시장'도 문을 닫았다. 주민들은 행사준비를 위해 도로와 건물 청소를 하고 행사에 동원되어 고생을 하고 있다. 평양 시민들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행사가 끝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간절한 바램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일은 뜬금없이 3일에 진행된 회담에서 남한 대통령에게 평양에 하루 더 머물라고 말했다. 김정일은 평양에 하루 더 머무르는 문제는 혼자서 결심할 수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에 “대통령이 그런 것도 결정 못합니까?”라고 신경질을 부리다가 회담이 끝날 무렵에는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으니 시간을 더 연장할 필요는 없다. 남측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가셔야지”라고 선심을 베풀듯이 말했다.
북한은 지금 쌀 가격이 폭등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북한주민들은 며칠씩 장사를 못하면 생활에 적잖은 타격을 받는다.
‘보릿고개’라 불리는 춘궁기에도 1300원 이상 오르지 않았던 북한의 쌀 가격이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 1kg당 1700원까지 폭등했다. 북한소식통에 의하면 회령과 청진, 무산을 비릇한 북부 국경지역의 쌀값은 1kg에 1500원, 함흥과 평양 등 내륙지역은 160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거의 살인적인 가격폭등이다. 선진국에서 쌀 가격이 이렇게 오른다면 당장 폭동이 일어나 정권이 열 번도 더 바뀌었을 것이다.
김정일이 곤궁한 생활에 허덕이는 주민들의 생각을 눈꼽 만큼이라도 하는 지도자라면 “평양시민들이 이번 행사 때문에 고생이 많습니다. 이번에 노대통령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 것 같으니 고생하는 평양시민들을 위해서라도 회담을 연기하면 안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가 평소에 내세우는 인민의 지도자라는 평판에 어울리는 언행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은 개혁,개방 단어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해 근본적인 변화의도가 없음을 드러냈다. 남북한의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경제협력교류 사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먼저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북한당국이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같은 초보적인 자유권을 보장하고 대외개방 정책으로 선회하지 않는다면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나와도 그것은 하나의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1차 남북정상회담이 있은지 7년이 지났지만 북한은 아직도 주민들의 식량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대북지원이 이루어지고 경협이 활성화 되었지만 체제 개혁과 개방이 없는 지원과 경협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북한정권 살찌우기에만 악용되어 왔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고 남북한의 경제협력을 활성화 시키려면 우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 북한당국의 근본적인 개혁, 개방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
김정일, 당신이 평양시민의 고통을 아는가?
- 자유북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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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0-05, 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