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감상 내신반영 물의

일부 학교 수행평가 과제로...높은 상영률 배경엔 중고생이 있다?
일부 학교가 反軍영화 「화려한 휴가」 감상문 제출을 내신용 수행평가 과제로 선정, 물의를 빚고 있다.

수행평가는 대학입시를 위한 내신성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화려한 휴가」 감상문 제출은 사실상 영화 관람이 의무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려한 휴가」는 80년 5월21일 전남도청 앞에서 있었던 공수부대의 「자위적 사격」을, 애국가를 부르는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집단적 발포」로 왜곡·날조해 논란이 돼 온 영화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공수부대가 누군가로부터 사격명령을 받고 탄창을 M-16 소총에 일제히 끼운 뒤 무릎 쏴 자세를 취한 다음 애국가를 부르는 시민들을 향해 아무런 경고도 없이 일제히 사격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날 전남도청 앞에서는 이 같은 사격도, 사격 명령을 내린 장교도 없었다. 95년 검찰수사는 《당시 공수부대 발포는 시위대가 탈취한 장갑차를 몰고 군인들을 향하여 돌진, 공수부대원을 깔아 사망하게 한 사건을 계기로 자위적(自衛的), 그리고 조건반사적(條件反射的)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반드시 화려한 휴가 봐야 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풍문여고는 「화려한 휴가」 감상문 제출을 1학년 국사와 3학년 한국근현대사 과목의 내신용 수행평가 과제로 선정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방학 중 「화려한 휴가」를 본 후 9월 개학 후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했다.

담당 교사들은 역사(歷史)영화를 보고 과제물을 작성하는 것이었을 뿐 「화려한 휴가」 관람이 강제적이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휴가」 감상문을 내도록 요구한 뒤 다른 영화를 볼 경우는 교사의 허락(許諾)을 맡게 해 사실상 「화려한 휴가」 관람이 의무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 역시 『화려한 휴가를 보고 감상문을 써야 하는 분위기였다』, 『다른 영화를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화려한 휴가 감상문 구합니다!>

「화려한 휴가」 감상문 과제는 풍문여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학교에서 「화려한 휴가」를 보고 과제를 내도록 했다』며, 「참고」 또는 「표절」을 위해 감상문을 구하는 중·고생들의 하소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의 과제가 일선 학교에서 광범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교조 교사들은 「화려한 휴가」 홍보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전교조 정진화 위원장은 8월23일 소위 「농어촌교육 살리기와 교육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육희망 행진21 대장정」의 공식행사로 합천에서 「화려한 휴가」를 관람하고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전교조 진주지회와 6·15실천전주본부는 7월26일 「화려한 휴가」가 상영되고 있는 진주시 극장가 앞에서 「일해공원 조성 규탄 및 현판 철거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5.18 문제를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의 개봉 등을 통해 전두환 공원 조성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에 직면했다』며 『독재자를 추앙하는 공원의 현판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높은 상영률 배경엔 중·고생>

「화려한 휴가」는 9월 들어 누적관객수가 700만 명을 넘어섰다. 높은 상영률 배경에는 중고생들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학교에서 제출한 과제물을 준비하기 위해 또는 논술학원의 관람유도로 영화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8월25일 여성신문 보도를 일부 인용해보자.

《영화 「화려한 휴가」가 중·고생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관객 수 530만 명을 넘어선 이 영화의 예매율이 개봉 한 달 후에도 떨어지지 않는 이유 중 1등공신이 중·고생 관객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화려한 휴가'는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영상화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역사 교재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이슈나 중요한 사건을 자주 출제하는 논술 출제 경향으로 볼 때 영화 「화려한 휴가」와 소재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대입 논술에 출제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일부 논술학원에서는 강사와 학생들이 단체관람을 하는 실정이다. 올 여름방학 숙제로 「이 영화 관람하기」를 내준 학교도 많다.》


<「화려한 휴가」 감상문, 내신 과제물로 선정한 교사와의 일문일답>
<『보라고는 했다. 그러나 강요는 안 했다』>


아래는 풍문여고 담당 교사 J씨(女)와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를 수행평가 과제로 내 준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으로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어서 과제로 선정했다.』

-화려한 휴가는 도청 앞 사격장면 등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해 물의를 빚고 있다. 영화의 왜곡 여부를 몰랐는가?
『내가 거기에 대해서 답해야 하나? 대답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사를 왜곡한 영화를 한국사 과제물로 선정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가?
『「화려한 휴가」를 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겠다. 「화려한 휴가」가 이슈가 되고 있으니, 우리 근현대사 이해를 위해서 보고 감상문을 써 내라고 했다. 「화려한 휴가」를 보기 싫은 사람은 교사의 허락을 받아 다른 역사 영화를 보아도 좋다고 했다. 실제 다른 영화를 보고 보고서를 낸 사람도 있다.』

- 다른 영화를 보려면 교사 허락(許諾)까지 받아야 되는 것이었다는 말인가? 다른 영화를 보려면 허락까지 받아야 되는 상황이었다면, 학생들은 「화려한 휴가」를 안 보면 나쁜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나? 교육받는 학생들 입장에선 결국 강제된 것 아닌가?
『역사 영화인지 아닌지 검토 받으라는 것이었을 뿐이다. 화려한 휴가를 보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수행평가 과제를 내면서 「화려한 휴가」를 보라고 한 것은 사실 아닌가?
『그렇다. 그러나 강요하지는 않았다.』

-학생들 대부분이 「화려한 휴가」를 본 것도 사실인가?
『그렇다』

-선생님께서는 전교조 소속인가?
『답변하고 싶지 싫다. 왜 그런 질문을 하나? 그러나 굳이 말해야 한다면 전교조에 공식적으로 가입해 있지는 않다.』

-전교조 소속이 아니라니 편한 마음으로 묻고 싶다. 선생님께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도청 앞 사격장면 등이 왜곡돼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특정 장면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 주면서 영화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영화가 이슈가 되고 있으니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라는 취지에서 과제를 냈다.』

- 영화과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는가? 그렇다면 영화에서 날조된 부분을 지적해 줬었나?
『날조? 날조라는 단어는 교육적으로 좋지 않아서 쓰고 싶지 않다.』

-좋다. 왜곡. 왜곡이라고 생각지 않았나? 왜곡된 부분을 지적하거나 교육했었나?
『수행평가 과제를 내 줄 때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이었다. 특정 장면에 대해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었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과제로 정했나? 그렇다면 영화를 본 후 문제 장면을 다시 지적하거나 교육시켰나?
『영화를 본 후 개학을 해서 고3학생들은 수능기간에 돌입했다. 영화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솔직하게 묻고 싶다. 개인의견은 어떠한가? 영화가 왜곡된 것을 알았나? 그런 것을 관람시킨 것은 문제라고 보지 않는가?
『말하고 싶지 않다.』

<담당 교감, 『고3정도면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다』>

기자는 J교사와 통화 후 풍문여고 교감을 맡고 있는 O교사(男)와 통화했다. O교감은 사실 관계 자체를 모르고 있다며 다시 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30여 분 후 기자는 다시 전화를 돌렸다.

-선생님께서는 문제를 알아보셨는지?
『알아 봤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행평가는 올 3월 7명의 국사 교사들이 결정했다. 역사영화 한 편을 보고 감상문을 쓰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방학 중에 「화려한 휴가」가 개봉돼서 우연히 「화려한 휴가」를 많이 본 것 같다. 「화려한 휴가」를 꼭 보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무슨 말씀이신가? 담당 교사가 「화려한 휴가」를 수행평가 과제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다른 영화를 보고 과제물을 내려면 교사에게 허락을 받도록 했다. 학생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했을 리가 없다』

-담당 교사와 학생들이 확인해 준 내용이다. 학생들은 被교육자인 약자이다. 강제했건 추천했건 권장했건, 교사가 수행평가를 내면서 「화려한 휴가」를 보라고 했다. 다른 영화를 보려면 허가를 받으라고 했다. 학생들 입장에선 다른 영화를 보면 불리하다고 생각했을 것 아닌가? 사실상 강제 아닌가?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화려한 휴가를 보았나?
『보지는 못했다.』

-화려한 휴가의 역사 왜곡·날조 부분을 수행평가 과제로 선정한 것은 문제라고 보지 않나?
『영화나 드라마라는 것이 어느 정도 왜곡이 있는 것 아닌가?』

-화려한 휴가는 국군을 학살집단으로 날조했다. 대한민국은 이들을 비호한 나쁜 나라로 왜곡했다. 도청 앞 사격장면 날조와 왜곡은 심각하고 본질적인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 그것도 국군을 학살집단인 양 조작한 영화를 보라고 하고 이것을 대입내신에 반영시킨 건 문제 아닌가?
『고3이면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는 나이라고 본다』

-스무 살도 안 된 학생들이다. 배우는 학생들에게 날조된 역사를 보여주고 판단하라니? 이것은 문제 아닌가?
『아까 말한 것처럼 강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

-국사 담당 교사들은 전교조 소속인가?
『그렇지 않다. 기간제 교사 2명과 일반 교사 4명이다』

-귀 학교에 전교조 소속은 얼마나 되는가?
『30%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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