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당) 경제가 죽어야 北경제가 산다

北경제의 명맥을 틀어쥐고 경제일군들의 사업열정을 사상성으로 억누르는 노동당이 있는 한 北경제의 기사회생은 불가능하다
얼마 전 노동신문은 설비혁신으로 비료생산과 기계생산의 정상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한 흥남비료공장과 용성기계공장의 노동자들이 김정일의 치하를 받았다고 전하면서 머지않아 강성대국 부흥의 영마루에 올라설 것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흥남 출신의 한 탈북자는 이 기사를 보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당 기관의 아첨군들이 또 거짓보고로 한건 했을 뿐이다”라며 노동신문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흥남비료공장의 정상가동 여부는 공장 굴뚝에서 나는 연기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지금 비료공장 굴뚝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 숨죽은 상태라고 말했다.

흥남비료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황색 연기는 공장을 방문한 김일성이 공해를 막을 방도를 찾지 못하면 비료공장을 폭파시키라고 말할 정도로 흥남일대의 공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환경파괴의 주범이었다. 그러나 농사를 전적으로 비료에 의존하는 북한 농업의 특성상 비료공장의 공해방지 대책은 김일성의 현지시찰 때만 잠시 거론될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세울 수 없었다.

흥남비료공장의 비료생산량을 알면 북한의 알곡생산량을 추산할 수 있을 정도로 이 공장이 북한 농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막대하다. 그래서 공장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성 연기 때문에 비료생산을 중단한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흥남비료공장의 굴뚝에서 황색연기가 멈춘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알곡생산량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며, ‘비료는 쌀이다’는 김일성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3차 7개년 계획목표를 세울 때 알곡생산량을 1500만 톤으로 정했고 3차 7개년 계획이 실패로 끝나고 3년간의 완충 기간을 설정할 때도 1500만 톤 알곡생산 목표는 그대로 유지했었다. 그러나 완충기의 경제정책마저 실패로 돌아가고 본격적인 경제파탄과 식량위기가 시작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알곡생산 목표를 1000만 톤으로 하향조정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흥남비료공장의 비료생산량이 급감한 데 있다. 흥남비료공장이 정상가동시 연간 비료생산량은 160만t이였으나 노후 된 생산설비와 전력시설을 제때에 교체하지 못한 결과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다.

흥남 비료공장의 생산설비를 제때에 교체하지 못한 원인은 국가자금을 당이 완전히 장악한데 있다. 노동당 간부 출신의 한 탈북자는 1987년 이후부터 당이 국가의 자금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에 경제를 총괄하는 정무원은 껍데기만 남은 허수아비기관으로 전락했다며, 북한의 경제가 회복되려면 당 경제가 먼저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 김달현 부총리가 흥남비료공장과 용성기계연합기업소의 노후된 생산설비를 갱신하기 위해 설비수입용 자금을 당에 요청했다가 사대주의분자, 수정주의 분자로 매도 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노동당이 자금을 틀어쥐고 있는 한 북한경제는 지금의 파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당시 김달현 부총리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로부터 현장에 내려가 '노동자들의 혁명적 열의를 발동시키면 얼마든지 자체의 힘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설비를 왜 수입하려 하는가,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이 부족한 사대주의, 수정주의의 발상'이라고 질타를 당했다.

그러나 김달현 부총리는 이미 현장에 내려가 기술자, 노동자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 뒤 자체의 힘으로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려 수입제의서를 올렸다. 그러나 사상성을 걸고드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무자비한 추궁에 현장 기술진과 노동자들은 겁을 집어 먹고 우리는 맨밥에 된장을 찍어 먹고 망치와 줄만 있으면 뭐든지 다 만들 수 있다고 자신들의 대답을 번복해 김달현 부총리를 곤경에 빠뜨렸다.

그러나 18년 전 자력갱생으로 뭐든지 다 만들 수 있다고 웨치던 흥남비료공장과 용성기계공장에서는 아직도 설비갱신에 필요한 고강도 유압설비와 고급 주강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요즘 김정일이 베트남의 개방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따라 배울 가능성이 있다는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을 얼마나 수용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정일은 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이 북한의 베트남식 개혁개방정책에 대한 언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었고, 현재 미북관계의 진전이 해빙무드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기대 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

더욱이 아직도 경제의 사령탑을 노동당이 장악하고 있는 북한 체제의 비정상적인 구조 속에서 북한경제가 베트남이 이룬 괄목할 경제발전을 이루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본다.

북한경제가 살아나려면 먼저 당 경제가 죽어야 한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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