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중도마케팅, '우향 우' 전환?

[뉴스분석] 보수우익, 이회창 카드로 압박…심재철 "이회창 출마, 공작의 손길"

10월 말부터 신문과 방송은 온통 이명박-이회창 대결구도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아진 이후 예고된 흐름이다. 정동영 선거대책위원회는 비상이 걸렸다. 범여권 단일화 문제도 관심 사안에서 한 발 비켜나 있다.

정치인 이회창의 현실 정치 연착륙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이 전 총재는 다음 주 대국민 성명 형태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출마 가능성은 한결 높아졌다. 의문이 남는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치인 이회창은 '왜' 움직이고 있을까.

보수색채가 뚜렷한 이들은 한나라당 지지층의 분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창의 귀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상대적으로 선호했던 박근혜 전 대표의 '낙마'에 대한 아쉬움과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불안이 겹친 탓도 있다.

이명박 중도계층 흡수하며 지지율 방어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한나라당  
 
또 다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도 있다. 이명박 후보가 승승장구하며 50% 안팎의 지지율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의 한나라당 지지층은 물론 중도계층, 나아가 진보계층 일부까지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뒀던 이명박 후보가 청계천, 서울 숲, 버스전용차로 등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통해 추진력을 인정받으면서 중도계층의 호감도도 상승했다. 이명박 후보의 '중도마케팅'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였다.

중도계층이 대선 당일까지 이명박 후보를 선택할 경우 그는 12월19일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중도마케팅은 보수 우익의 불만이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대북 정책을 놓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명박 모호한 태도, 보수우익의 불만

햇볕정책과 대북 포용정책의 아류작이라는 것이다. 진보진영에서는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이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판단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백기투항 했다면서 역으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수구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중도마케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입장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 우익의 불만과 비판이 노골화되면서 '이회창 변수'가 등장하게 됐다.

보수우익은 이회창 대통령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이명박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국 보수세력의 뿌리인 기성층과 경상도 표가 대거 이명박 지지를 철회하고 이회창 지지로 옮겨갈 태세이다. 이들의 반란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이명박 후보의 기회주의적 대북자세와 안보불감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갑제 '안보 무시한 이명박, 이회창 안보제일주의로부터 도전 받게 돼'

   
  ▲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 ⓒ연합뉴스  
 
조 전 사장은 '한국에선 이념과 안보가 가장 큰 전략이다. 이념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이명박 후보는 적에겐 영합하고 동지를 멀리하려 했다가 보수층의 분노를 샀다'면서 '이제 안보를 무시한 이명박 후보의 경제제일주의는 이회창씨의 안보제일주의로부터 중대한 도전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조 전 사장은 '화가 난 이명박 후보가 이회창씨를 수구세력 또는 극우라고 몰아붙이면서 좌경화 할 경우 55%의 지지율 가운데 35%인 정통우파 세력은 거의 이탈하고 그의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이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이명박-이회창 양쪽의 갈등이 해결 불가능 수준으로 확대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2002년 불법대선자금 공론화는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방호 기자회견, 이명박-이회창 갈등 점화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공작'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통합신당 쪽에서) 역정보를 접하게 하고, 반드시 출마하셔야 된다고 부추기기도 하고 하는 등 여러 가지 작업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지금 듣고 있다. 그래서 이회창 전 총재가 출마하는 것은 공작의 손길이 뻗쳐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전 사장은 '이회창 출마와 BBK 사태는 한 덩어리가 되면서 제곱의 폭발력을 갖게 됐다. 이방호 한나라당 총장이 2002년 대선 자금 문제를 거론했으니 이회창씨는 정동영 후보보다 더 세게 이명박 후보의 부패의혹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압박을 통해 불출마를 이끌려는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이 전 총재를 자극함으로써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이 전 총재의 불출마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명분'을 던져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NLL 통일 될 때까지 지켜야'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직접적인 이유는 이명박 후보의 안보 스탠스가 모호하다는 판단이다. 쉽게 말해 보수우익이 강조해온 이념적 좌표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보수우익의 손을 들어주게 될 경우 이 전 총재의 행동도 제약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후보는 2일 경남 진해 해군작전사령부에서 군 간부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NLL(북방한계선)에 대해서 여러 얘기가 있지만 통일이 될 때까지 지켜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가 'NLL에 대해서 국민은 헌법적 해석을 떠나 영토라고 생각하고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NLL을 확고히 막는 것이 충돌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NLL을 제대로 안 지킬 때 마찰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갑제 '이명박 우경화 선언만이 정치적 파멸 막아'

이명박 후보가 안보와 관련해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보수우익의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에게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방향성에 있어 '우향 우' 이미지를 강화하게 될 경우 50% 지지기반을 유지시켰던 중도계층 이탈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전 사장은 '이명박 후보의 극적인 우경화 선언만이 자신의 정치적 파멸을 막아줄 것이다. 이번 선거는 한국 보수세력을 경멸해온 자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초입력 : 2007-11-02 17:33:51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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