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의 '李會昌두들겨패기'는 왜 효과가 없는가?

독자들의 반란! 보수층의 이명박에 대한 이념적 배신감을 제대로 읽지 못한 논조의 한계.
오늘 아침 李會昌 지지율은 26%로 올랐다(한겨레 신문 조사). 이 지지층은 골수 보수층이다. 이들이 가장 믿고 보는 신문은 조선, 동아, 중앙일보이다. 李會昌 지지자들의 조중동 구독률은 아마도 80% 이상일 것이다.
조선, 동아, 중앙일보는 지난 7일 동안 기사, 해설, 사설을 통해서 李會昌씨의 출마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나의 기억으로는 세 신문이 거의 같은 論調로써 한 정치인을 이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비판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李會昌씨는 지역과 집단의 기반이 없는 사람이다. 언론의 이런 공격에 대한 보호막이 없는 李會昌씨는 동네북이 되었다. 이회창씨의 출마를 변호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 일방적인 비판이었다.

두들겨만 맞는 李會昌씨는 처량하고 가련하게 보일 정도였다. 두들기는 기자, 논설위원들의 글에서는 그 어떤 ‘조심성’도 보이지 않았다. 이회창씨는 아무리 공격해도 반격할 수 없는 사람이란 안심감이 느껴지는 글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조중동 3대 신문의 집중폭격에도 불구하고 李會昌 지지율은 떨어지기는커녕 그 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이는 독자들의 반란이다. 3대 신문의 골수 독자들이 3대 신문의 논조를 무시하고 반대의 선택을 했다는 뜻이다.
그 충성스러운 독자들은, 李會昌씨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출마한다는 것의 문제점을 모를 사람들이 아닌데 왜 李會昌 지지로 돌았는가.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李會昌씨의 사실상 경선불복 출마에 대한 비판의식을 누를 만한 다른 분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분노의 핵심은 李明博 후보에 대한 이념적 배신감이다. 그들은 李明博 후보가 경선 직후 버시바우 대사에게 했던 말대로 하기를 바랐다. “이번 선거는 친북좌파 대 보수우파의 대결이다”고 했던 李明博 후보의 모습은 그 뒤 실종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國益과 안보를 상납하는 합의를 하고 왔을 때 가장 분노했던 것은 이들 보수층이었다. 그들은 李明博 후보가 시원하고 든든한 말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들의 영웅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李明博 후보는 그 결정적 순간 싸움을 피했다. 오히려 자신의 시원치 않는 對北정책을 다시 수정하여 망국적 합의에 영합하는 자세를 취했다. 여기에 화가 난 보수층은 代案이 없어 꾹 참고 있었다. 그런데 李會昌씨가 김정일을 세게 비판하면서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지난 10월24일 서울시청광장, ‘NLL死守’라고 쓰여진 현수막 아래서 연설하는 모습이었다. 이 영상은 텔레비전과 신문사진을 통해서 李會昌의 이미지로 널리 퍼졌다.

李會昌씨는 김대중, 박근혜씨와 같은 골수 지지자가 많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 ‘NLL死守’ 연설 이후 그런 골수 지지세력이 결집했다. 출마촉구 집회가 자발적으로 전국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벌어질 정도가 되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자신들의 독자층 사이에서 일어난 이런 변화를 感知하지 못하고 고전적 당위론을 되풀이하면서 李會昌씨를 난타했으니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조중동의 論調가 설득력을 상실한 또 다른 이유는 조심성을 잃은 李會昌 공격을 통해서 자신들이 李明博 후보의 성공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노출시켰다. 언론은 형식적 객관주의를 포기하면 설득력을 잃게 된다. 해가 동쪽에서 뜬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찾아내어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것이 기자사회의 金言이다. 조중동의 李會昌 두들기기는 언론의 正道를 벗어났다.

김대중씨가 불출마 약속을 깨고 출마를 강행했을 때 어떤 지면을 만들었는지 조사부에서 그날짜 신문을 찾아와서 비교해보면 왜 독자들이 그 수많은 논설, 칼럼, 기사에 대해서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있는지를 알 것이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