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의 이념성향이 바뀌고 있다

'대한민국 민족주의'라는 보수적 민족의식 성장
서울대 통일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국민 통일의식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젊은 세대들의 통일과 북한, 주변국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 비해 북한에 대한 호감도는 줄고 미국과 일본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북한에 대한 호감도는 20대와 30대에서 2년 사이에 각각 38.3%→21.5%, 39.3%→24.8%로 대폭 줄어든 반면, 미국에 대한 선호도는 33.5%→46.7%, 36.4%→46.8%로 급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 대한 호감도도 20대와 30대에서 각각 11.8%→19.5%, 6.5%→13.1%로 높아졌다.

특히 20대의 의식변화는 30대보다 더 ‘보수화’하는 추세다. 북한에 대한 ‘긍정’ 인식이 30대의 82.5%보다 낮은 78.5%이며 적대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30대의 4.8%보다 많은 7.3%를 차지한다.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20대의 66.6%가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30대의 59.9%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50대의 56.2%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고 6·25를 겪은 60대 이상 세대의 61.2%보다도 높은 것이다. 또 20대 응답자 가운데 통일이 필요하다는 비율은 53.3%로 30대 이상의 평균 67.3%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20~30대의 통일과 북한에 대한 무관심 내지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미국과 일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20~30대의 통일과 북한 및 주변국에 대한 인식의 틀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낸 이른바 ‘386세대’가 40대 기성세대로 ‘노화’된 이후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나갈 20~30대의 젊은이들은 386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통일·북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남한’과 ‘북한’이라는 2개의 미완성 국가로 보면서 남과 북의 같은 민족이 통일국가를 형성해야만 진정한 독립국가가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들에게 통일은 당연한 것이고 민족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은 386세대를 마지막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30대 젊은 세대는 우리나라를 더 이상 ‘남한’으로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갖고 자라난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20~30대 젊은이들은 분단된 남한이 아니라 완전한 독립국가로서의 대한민국에 태어나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라는 국가 정체성을 갖고 성장했다. 2002년에 외쳤던 ‘오! 필승 코리아’와 ‘대~한민국’은 새로운 세대의 자기의식을 강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 20∼30대 젊은이들을 굳이 이념적 지형으로 갈라본다면 진보보다는 보수에 가깝다. 남북을 하나의 민족으로 보고 함께 통일된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는 진보적 민족주의가 아닌 ‘대한민국 민족주의’라는 보수적 민족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30대는 기본적으로 탈이념적이며 실용적이다. 반미 또는 친미를 하더라도 이념적으로 무장된 저항이나 투쟁이 아니라 따질 건 따지고 즐길 건 즐긴다는 다분히 도구적이며 실용적인 생각을 한다. 북한 - 미국의 축구 경기가 있을 경우 전적으로 북한을 응원한다. 하지만 핵실험과 같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서는 기성세대보다 오히려 더 단호하다.

이러한 젊은 세대들의 현실 인식은 양극화와 흑백논리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에 비해 탈냉전 글로벌 사회에 걸맞은 바람직한 태도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지리적 폐쇄성과 엄청난 군사비 지출과 같은 소모적인 분단의 유산들을 하루속히 구조조정해야 할 필요성과 책임은 기성세대의 몫으로 남는다.

[[김병로 / 서울대 통일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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