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1주만에 기로에 선 李會昌

이회창 지지세력은 순혈 보수층이다. 이들은 이회창이 자신들을 흥분시켜주기를 바란다. 그 기대를 빨리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그들은 냉담해질 것이다.
李會昌씨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상당히 성공적인 출마 선언 이후 李 후보의 행보는 그렇게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의 지지층 사이에서 '너무 구태의연한 모습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운동이 아니라 군수 선거운동 같다' '비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李會昌 후보는 자존심을 버렸다고 말했다. 인간은 생명을 버리는 것보다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 더 어렵다. 히틀러는 강제수용소에서 육체를 살해하기 전에 먼저 자존심을 말살했다. 자존심이 상실된 인간은 살아 있는 시체와 같다. 정치인이 자존심을 버리고도 얻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라 살리기일 수밖에 없다. 비장한 선거운동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사실상의 경선불복을 국민들이 잊도록 할 수 있는 言動이 지난 1주일 사이에 보이지 않았다.

시장을 방문하고 떡집을 찾아가는 그의 행보는 어디서 많이 보아온 통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런 상투적인 선거운동 방법으로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나 큰 오산이다. 안보와 法治 회복이 이회창 후보의 출마 이유이다. 거창하고도 본질적인 주제이다. 그 주제에 어울리게 선거운동도 굵고 본질적이며 생명을 거는 모습이라야 한다. 예컨대 지난 11월 11일 서울시내에서 있었던 좌파단체들의 불법폭력 시위 현장이 李會昌 후보의 선거운동 무대일 수 있었다. 진압 전경들을 찾아가 연설을 하고 '우리 같이 법 질서를 지키자'고 말했다면 '공공의 敵을 엄단하겠다'는 그의 말은 실천력의 무게를 갖게 된다. 그 자리에서 시위대가 던진 돌을 맞았다면 李會昌 후보의 지지율은 올랐을 것이다.

李 후보는 집권좌파의 급소를 때려야 한다. 동시에 정통보수층의 심금을 울려야 한다. 李會昌씨에겐 대구 시장바닥보다는 NLL을 사수하는 백령도의 해병대 방문이 더 어울린다. 그는 李明博 후보의 대운하 계획을 비판했다. 그런 비판보다는 '나는 6.15선언과 10.4선언이 헌법을 위반하므로 폐기시키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그런 다짐을 할 수 없는 李明博씨에 대한 본질적 비판이 된다.

이회창씨는 자신의 對北정책이 이명박씨와 어떻게 다른지를 정리된 문서로 빨리 국민들 앞에 내어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를 무작정 지지한 20% 이상의 보수층이 품은 불만을 대변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李會昌씨의 출마선언에 자극을 받은 이명박 후보도 '안보제일주의'를 천명하고 햇볕정책을 비판했다. 이회창씨의 對北정책과 무엇이 다른지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이회창 후보가,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핵폐기 이외에 남침 사과와 국군 포로 및 납북자 송환을 요구하는지의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그는 출마선언에서도 이명박씨의 햇볕정책 계승 발언을 비판했을 뿐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수 보수층이 염원하는 친북반역세력 斷罪에 대해서도 통쾌한 공약이 있어야 한다. 자위적 핵무장론을 주장했던 그의 지금 생각도 궁금하다.

투표까지 30여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난 1주일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李會昌 후보는 목숨을 걸고 안보와 法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비장한 모습을 보이는 데 실패했다. 이는 국민들에게 마음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보와 법치 회복은 정치인이 全인격을 걸고 승부해야 할 주제이다. 그 처절한 승부의 자세가 신념과 이념에 기초할 때 유권자들은 알고 느끼게 된다. 단순히 텔레비전에 잘 보이기 위한 것인지, 모든 것을 내던진 승부사의 몸짓인지는 대중이 본능적으로 잘 안다.

이회창 후보의 약점은 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말이 너무 분석적이고 관념적이란 점이다. 이는 자기확신의 不在를 의미한다. 이회창 지지세력은 순혈 보수층이다. 이들은 이회창이 자신들을 흥분시켜주기를 바란다. 그 기대를 빨리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그들은 냉담해질 것이다. 李會昌 총재는 대담, 비장, 단호, 처절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보이려면 본인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 救國투쟁의 화신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본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싸우고도 지면 남는 것이 있다. 그 정치적 자본을 잘 투자하면 선명보수당을 만들 수 있다. 군수선거운동처럼 하다가 지면 남는 것이 없게 된다.

李會昌 후보는 지지율이 3위로 떨어지면 오래 버티기가 어렵다. 지금과 같은 진부하고 통상적인 선거운동 방식으로는 지지율이 20% 아래로 갈 가능성이 있다. 이회창 후보는 국가적 비상상황에 맞는 혁명적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정치인 이회창은 혁명가 이회창으로 변신하여야 한다. 국가재건과 국가안보를 위한 전투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그는 出馬 7일만에 기로에 섰다. 지금이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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