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유석춘 교수를 비난하는가?

지지 후보가 달라도 보수우익은 결국 동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유석춘의 조언에 따랐다면 이회창 출마도 없었을 것


  유석춘 교수의 이회창 지지선언

 

 프리존 대표필진 가운데 한 분인 유석춘 교수가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25일 프리존에 올린 글에서 이회창 지지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 “한나라당 후보에 의한 정권교체가 가능하지도 않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후보는 경제적 능력뿐만 아니라 도덕성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대표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석춘 교수의 선언에 대해 혹자는 “진정한 애국자”라며 환호하고, 혹자는 “궁물 찾아 삼만리”라며 ‘궁물족’으로 매도한다.


나는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보수우파의 외연이 넓어지는 동시에 진보좌파는 이제 '마이너 리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제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라며 “좌파 재집권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지금, 이제 보수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이길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것인가'에 대한 이념과 노선의 문제”라는 유교수의 현실인식에 공감하지 않는다.

나는 12월19일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수 후보의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선 이후의 ‘보수혁명’을 위해서라도 범보수세력은 대동단결해서 범좌파세력을 압도적으로 눌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나라당이 아무리 기대에 어긋나고 못났다고 해도, 한나라당이라는 ‘진지’를 그렇게 간단하게 포기해도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나는 “유석춘 교수나 그와 함께 행동한 이상돈 교수, 전원책 변호사 같은 분들이,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사상전의 진지’를 구축하는 작업을 해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국자 유석춘


하지만 나는 유석춘 교수의 결단이 고뇌에 찬 결단이며, 그분의 진정어린 우국충정의 발로임을 믿는다. 특히 유교수의 다음과 같은 고백은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저는 그간 한나라당에서 '참정치운동본부장'과 '경선관리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승리라는 무지개를 쫒는 분들에게는 엄청남 프리미엄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겐 엄청난 좌절의 시간이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을 겪으면서 저는 한 걸음 두 걸음 보수 지식인에서 보수 활동가로 변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한나라당이 제안한 '참정치'를 통해 보수 정당의 이념과 노선, 즉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세울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았습니다. 중도를 향한 '좌클릭 이동'이 대선에서의 패배를 자초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올해 초 저의 경고를 한나라당은 쓰레기통에 던졌습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가치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할 한나라당이 중도라는 기회주의에 포획되어, 급기야는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여도 제가 생각했던 올바른 노선과 인적 구성을 만들어 나가기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판단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유교수의 그간의 행적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고백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유교수는 ‘진보’지식인을 자처해야 동료 지식인들과 학생들로부터 ‘의식 있는 지식인’,‘양심적인 지식인’으로 대우받는 학계와 대학가의 풍토 속에서도 일찍부터 “나는 보수지식인”이라고 커밍아웃한 몇 안 되는 젊은 지식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유교수는 말로만 ‘보수지식인’임을 자처하고,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쓰고, TV에 얼굴을 내밀어 자신을 알리려 안간힘 쓰는 인사들과는 달랐다. 그는 ‘유교 이념이 한국 등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적 보수이념의 뿌리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한 진지한 학자였다. 그의 이러한 연구는 아마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윤리’ 못지 않은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만들어질 당시, 지식인 사회에서는 그와 몇몇 보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한 또 하나의 뉴라이트 조직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그는 “지향하는 바가 같은데 굳이 별개의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흔쾌히 뉴라이트전국연합에 합류했다.

흔히 ‘뉴라이트’라고 하면 사시(斜視)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유석춘 교수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안에서 정통보수의 이념과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애써왔다.


유교수의 충고에 따랐으면 이회창 출마는 없었다


작년 말 한나라당에서 ‘참정치운동본부’를 만들 때, 유석춘 교수는 “한나라당 내 NGO가 되겠다”면서 참정치운동공동본부장을 맡았다.


유교수는 한나라당 내에서 원희룡, 고진화 류의 진보연하는 자들을 숙정해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중도’라는 ‘산토끼’에 한눈을 파는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집토끼’부터 단속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의 외침은 정말 처절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강재섭 대표 등은 유교수에게 “제발 일 벌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유교수는  참정치운동공동본부장 자리를 던져 버리고 말았다.


만일 유교수가 지금 그가 이회창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궁물 찾아 삼만리’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자들의 주장처럼 ‘궁물족’이었다면, 강재섭의 주문대로 잠자코 있었으면 될 일이었다.

그가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장으로 있으면서,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했던 젊은 보수지식인’이라는 이력을 바탕으로 ‘얼굴마담’노릇을 충실히 해 주었다면, 그는 전국구 상위순번이건, 지역구건 얼마든지 따낼 수 있는 위치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가 국회의원 뱃지나 탐내서 이회창 지지를 선언했다는 식의 비난은 천박하고 비겁한 중상모략이다.


유석춘 교수를 놓친 것은 한나라당의 비극이고, 이명박 후보의 비극이다. 한나라당은 유석춘 교수가 주장해 온 것처럼 우익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어야 하고, 이명박 후보는 박형준 같은 얼치기 좌파가 아니라 유석춘 교수 같은 분을 곁에 두었어야 했다.

한나라당이 유교수의 충고에 따랐다면, 이념적 방황도 없었을 것이고, 이회창의 출마도 없었을 것이다.

애국우익들이 비판해야 하는 것은 유석춘 교수가 아니라, 한나라당이고, 이명박 후보인 것이다.


비판은 해도 비방은 말자


물론 이회창 후보의 출마가, 그리고 그가 세(勢)를 얻어가는 것이 범우파 진영의 분열을 가져온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아무리 못났어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주장에도 나는 공감한다. 때문에 나는 이회창 후보의 출마에 비판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유교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이성과 논리에 근거한 비판이어야지, 감정어린 인신공격이나 비방어서는 곤란하다.


그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유교수가 좌익인가? 대한민국의 적(敵)인가? 김정일 추종자인가?

이회창 지지를 선언한 지금, 유교수가 ‘이명박 캠프의 적(敵)’일수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의 적’이라고 해도, 그는 보수진영의 중요한 논객이고 행동가이다. 박형준 같은 얼치기 좌파, 정두언이나 공성진 같은 얼치기 중도에 비하면 유교수는 진정한 보수우익이고, 애국자다.

그런 이를 지금 이회창 지지를 선언했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적으로 매도한다? 그건 안 될 말이다.


지금 나는 유석춘 교수 한 사람만을 위해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지금 그런 터무니없는 비난을 받는 이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이동복 선생은 얼마 전 이명박 후보를 향해 “박근혜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라”는 글을 썼다가 “이 늙은이가 미쳤나?“라는 욕설을 들어야 했다.

이건 그 주장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70평생을 국가에 헌신해 온 노애국자에게 할 말이 아니다. 과거 고위 공직에 계셨던 분 가운데 그분만큼 사심없고, 겸손하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한결같은 분을 나는 보지 못했다.

북한이 남북대화 때마다 가장 껄끄럽게 생각했던 사람이 바로 이동복 선생이다. 그 분이 아니라 이종석이니 이재정이니 하는 인간들이 통일부 장관을 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 모양 이 꼴이고, 그 분이 아니라 정형근 같은 자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짰기 때문에 ‘이회창 출마’라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또 어떤가?

그 분보다 먼저, 그 분보다 끈질기게 김대중의 반역성을 고발해 온 사람이 있는가? 없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수많은 애국집회의 뒤에는 늘 그 분이 있었다.

그 분은 한나라당 경선 때에는 이명박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박빠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았다. 지금은 BBK 사건에 관련된 실체적 진실에 근거해 이명박을 비판하고, 이회창의 이념적 정체성에 공감한다는이유로 명빠들로부터 매도당하고 있다. 그런 자들 가운데 지난 10년 동안 그 분의 반만이라도 좌파들과 싸워온 사람이 있는지,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성욱 기자. 우리 시대의 젊은이 가운데 이 사람만큼 끈질기게 좌파들의 인적 커넥션과 언동을 추적하면서 사실상 적화(赤化)된 조국의 현실을 통렬하게 고발해 온 사람은 없었다. 그는 진짜 ‘전사(戰士)’였다.

그런 그도 요즘 BBK의 진실을 추적하면서 '이회창을 지지하는 듯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별의별 험한 소리를 듣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콱콱 막혀온다.

인터넷 상에서, 혹은 거리에서의 투쟁에서, 김대중-노무현-김정일을 상대로 싸울 때에는 동지요 전우였던 사람들이,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아니 ‘누구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느냐’에 따라 독기를 품고 달려드는 현실이 정말 미치도록 싫다.


도대체 왜들 그러는가? 12월19일 이후에는 좌익과의 싸움이 없단 말인가?

12월19일 이회창이나 이명박이 이기건, 아니면 정동영이 이기건 간에 좌익과의 전쟁은 계속 될 것이다.

이렇게 상대의 가슴에 못을 박아 놓고도 그때 가서 보수우익이 다시 하나가 되어 좌익과 싸울 수 있을까?

그때 가서 “당신은 박근혜 지지자였으니 빠져라”, “이명박 지지자였던 궁물족과는 일 같이 못하겠다”,“이회창 지지한 분열주의자인 당신과는 함께 못 간다”고 서로를 배척한다면, 도대체 누구와 손잡고 좌익과 싸울 것인가?


이명박을 지지하건, 이회창을 지지하건, 박근혜를 지지하건, 진정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우익이라면, 상대 지지자들을 비판할지언정, 비난하고, 비방하지는 말아야 한다. 좌익과의 전쟁터에서 우리는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워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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