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銀姬, 최초의 육성 에세이

(新刊안내)‘최은희의 고백-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 랜덤하우스 발간, 344쪽, 1만1000원.
제1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비롯, 청룡영화제 인기스타상, 국산영화상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 3회 수상, 아시아영화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은막의 스타, 한국의 대표적인 여배우 최은희. 그러나 그녀의 삶은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두 번의 납북과 두 번의 탈출로 대변되는 사랑과 모험으로 가득한 한 편의 드라마틱한 영화였다. 황소처럼 우직한 성품으로 연기에만 몰두하며 살았지만 세상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여배우로서뿐만 아니라, 한 여자로서의 그의 길도 평탄치만은 않았다. 그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해방과 전쟁 유신 군사 정권 등 우리 근현대사의 험난한 여정을 경험할 수 있다. 분단국의 여배우로서 납북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경험하는 등 격동의 세월을 살았던 최은희는 이 책을 통해 화려한 배우로서의 삶이 아닌 평범한 여성으로서 지우고 싶은 아픈 상처들까지 담담한 어조로 풀어놓았다. 최초로 책으로 엮어 낸 그녀의 파란만장했던 반세기 삶의 여정은 우리에게 흘러간 옛 시절에 대한 향수와 삶과 사랑에 대한 깊은 감동을 전해 준다.

[첫 번째 결혼과 전쟁 중의 씻을 수 없는 상처]
최은희는 영화 <새로운 맹세> 때 만난 12세 연상의 촬영기사 김학성 씨로부터 집요한 구애를 받고, 연민의 마음으로 결혼을 결심한다. 누구보다 평범한 행복을 꿈꾸었던 최은희에게 첫 번째 결혼이 남긴 것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생활고와 남편의 폭행뿐이었다. 전쟁 중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던 무기력한 남편은 첫 번째 납북과 탈출의 숨막히는 공포와 위험을 감수하게 했다. 그리고 전쟁은 그녀의 모든 것을 짓밟았다. 그녀에게 여성으로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전후 생사의 갈림길에서 어렵사리 살아서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따뜻한 위로가 아닌 인민군과 아군에게 강간당했다는 헛소문들과 남편의 의처증뿐이었다. 그러나 최은희는 냉혹한 현실 앞에 주저앉지 않고 전후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과 위안이 되었던 영화에 몰두하며 현실의 고통을 이겨낸다.

[운명적인 사랑, 신상옥 감독]
전후 폐허 위에서 신상옥 감독과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간통죄 1호라는 세상의 비난으로 감수해야 했다. 신 감독은 세상의 비난도, 첫 번째 결혼 실패와 전쟁의 상처, 그리고 모질게도 그녀를 따라다니던 숱한 소문까지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또한 누구보다 여배우로서의 최은희를 인정하고 신뢰하고 존중하고 배려해 주었다. 두 사람은 허름한 여인숙에서의 잊지 못할 결혼식 후 남편과 아내를 넘어 감독과 여배우로서 그리고 신상옥 감독의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 오직 영화만을 위해 살아간다. 그것은 두 사람이 콤비가 되어 만들었던 「꿈」 「어느 여대생의 고백」 「로맨스 빠빠」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상록수」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 「로맨스 그레이」 「벙어리 삼룡」 「열녀문」 「빨간 마후라」 등과 같은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의미 있는 영화들의 탄생이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의 행간 행간마다 배어 있는 절절한 두 사람의 사랑과 영화에 대한 열정은 어느 연애 소설보다 감미롭고 뜨겁다.

[최은희 신상옥 납북사건에 관한 오해와 진실]
화려했던 1960년대와는 달리 70년대는 최은희에겐 상실의 시기였다. 유신체제하의 검열로 인한 한국 영화의 추락과 신 감독과의 이혼, 신필름의 등록 취소, 그리고 운영하던 안양영화예술학교의 자금난 등 그 골이 깊었다. 1978년 학교 문제로 홍콩에 간 최은희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을 즈음 돌연히 한국 영화계에서 증발하고 만다. 영화광이었던 김정일이 낙후된 북한 영화를 되살리기 위해 납치한 것이다. 이혼 후 헤어졌던 최은희와 신 감독은 5년 만에 북한 땅에서 숙명처럼 극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그리고 치밀한 탈출 시나리오가 시작된다.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북한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으며,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북한 영화의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곳은 그들이 영원히 머물 조국은 아니었기에 자유를 찾아 숨 막히는 탈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국내 사정으로 인해 창작의 자유가 있는 미국으로의 망명을 결정한다. 이 책은 북한의 실상, 김정일과의 일화, 북한에서 찍었던 영화 제작 에피소드들, 그리고 사랑하는 조국으로 돌아오기 위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탈출 과정들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깊은 상처로 남은 여인, 오수미에 대해 말하다]
탈출만 하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던 두 사람에겐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증발로 인해 정지되어 있던 두 사람의 가슴 아픈 인연의 끈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납북 전 신 감독과의 스캔들의 주인공 신인 배우 오수미.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두 아이가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불임으로 인해 아이들을 입양해 키웠던 최은희에게 있어서 오수미라는 존재보다는 그 아이들이 더 가슴 저미는 아픔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렵게 새출발한 오수미와 사생아로 자라게 될 아이들의 앞날을 생각해 오수미의 동의하에 절차를 밟아 미국으로 아이들을 데려온다. 그리고 최은희는 평생 꿈꾸어오던 평범한 주부이자 엄마로서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랐던 오미는 다시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게 되고, 결국 타지에서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간 최은희와 오수미의 관계에 대해서 수많은 억측들이 있었다. 이 책에는 오수미에 대한 같은 여인으로서 느끼는 연민의 정과, 그간 오해를 받으면서도 차마 말하지 못했던 그녀에 대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평생의 반려자를 떠나보내며]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고 또 영화를 사랑했다. 그러나 창작의 자유를 위해 선택한 미국으로의 망명은 언어와 문화의 벽이라는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오랜 숙원이었던 영화 <칭기즈칸>의 완성을 꿈꾸며 영구 귀국했지만 국내 영화계는 더 이상 그들의 무대가 아니었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다시 한 번 영화인으로서의 삶을 꿈꾸었으나 20년이라는 공백은 두 사람에게 척박한 현실만 실감하게 했고, 결국 그 상실감은 신 감독의 죽음으로 동지요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영원한 이별을 맞게 했다. 마지막 장은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한 여인의 애절한 사랑이 담겨 있다. 파란만장한 한 평생을 살면서 자존심과 고집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았지만, 배우자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는 일은 최은희에게 극복해낼 수 없는 고통이자 공포였다. 자타가 공인하던 ‘천생연분’이던 두 사람. 자신의 모든 것처럼 사랑해 주던 신상옥 감독을 떠나보내며 최은희가 눈물로 쓴 이야기는 가슴 저미는 깊은 감동을 준다. 온갖 어려운 일을 겪으며 늙어온 노부부의 따뜻한 사랑은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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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프로필)
최은희는 1930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1943년 배우 문정복의 소개로 극단 아랑의 연구생이 된다. 「청춘극장」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 후, 극단 아랑과 극예술협의회 등에서 연기력을 쌓는다. 1947년 「새로운 맹세」로 영화계에 데뷔한 후, 「마음의 고향」 「밤의 태양」에 출연하며 영화계의 신예로 떠오른다. 피난지에서의 연극 <야화>와 1953년 다큐멘터리 영화 「코리아」를 계기로 신상옥 감독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영화에 미친 야생마” 신상옥 감독의 동지로서 영화를 위한 삶을 살았으며 5,60년대 대표적인 은막의 화려한 스타로 부상하게 된다.

「꿈」 「지옥화」 「동심초」 「로맨스 빠빠」 「이 생명 다하도록」 「백사 부인」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연산군」 「열녀문」 「로맨스 그레이」 「빨간 마후라」 「벙어리 삼룡」 「다정불심」 「이조 여인 잔혹사」 등이 대표작이며 그 외에 100여 편의 작품을 신상옥 삼독과 함께 했다. 다른 감독의 작품 「맹진사댁 경사」 「가거라 슬픔이여」 「다정도 병이런가」 「자유결혼」 「촌색시」 「돈」 「저 눈밭에 사슴이」 등 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어느 여대생의 고백」으로 제1회 국산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상록수」「청일전쟁과 여걸 민비」로 대종상 여우주연상, 아세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65년에는 우리나라 세 번째 여성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며 「민며느리」 「공주님의 짝사랑」 「총각선생」 등 세 작품을 연출했다. 감독 겸 배우로 출연했던 「민며느리」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북한에서도 영화 「약속」을 연출했다.

1967년 안양영화예술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하며 후진 양성에도 열정을 쏟는다. 1978년 학교 문제로 홍콩을 방문하던 중 납치되어 9년간이나 북한에 억류된다. 납북된 지 5년 만에 신상옥 감독과 재회해 북한에서 영화를 찍었고, 신상옥 감독과 함께 만든 「돌아오지 않는 밀사」로 체코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에서 특별감독상을, 「소금」으로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8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미국 대사관으로 탈출한 후 10년 넘는 망명생활을 하다가 1999년 영구 귀국했다. 2001년 국단 ‘신협’의 대표로 취임하여 그해 헤밍웨이 원작의 뮤지컬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 제작 및 출연했으며, 2002년 뮤지컬 「크레이지 포 유」를 기획 제작했다. 2006년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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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속눈썹이 긴 여자 아이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 삶이란 긴 여행이 시작되다/ 바위 위의 초가삼간
어린 시절은 아름다워라

2. 인생의 안개 속으로
시집가고 싶지 않아요/ 방공호에서 시작된 운명/ 극단 아랑 연구생의 가출/ 잊을 수 없는 데뷔 무대, 「청춘극장」/ 반대를 무릅쓰고/ 주인공이 될 기회를 놓치다/ 패기의 수업 시대/ 해방 후의 연극 무대

3. 돌아오지 않는 강
「새로운 맹세」로 영화에 데뷔하다/ 어긋난 만남/ 오누이의 구애/ 잘못된 선택/ 레디메이드 인생/ 눈 오는 밤/ 「밤의 태양」/ 내가 사랑했던 라디오 드라마/ 맹세는 깨어지고

4. 여배우의 슬픈 전쟁
나만의 이미지를 갖다/ 전쟁이 터지다/ 운명을 제비뽑기에 맡기고/ 북으로, 북으로/ 탈출 계획/ 목숨을 건 첫 번째 탈출 / 군번 없는 용사/ 돌이킬 수 없는 상처/ 생사의 갈림길/ 귀환 후의 뜬소문/ 아내의 자리를 지키며/ 더러운 돈/ 모진 사람, 모진 인연/ 피란지에서 연극을 하다/ 계속되는 설득/ 13일의 금요일

5. 은막의 스타, 최은희
청년 신상옥을 만나다/ 내게 너무 따뜻한 사람/ 나와 함께 영화를 해 보지 않겠소/ 간통죄 1호/ 잊지 못할 결혼식/ 감독과 여배우/ 신 감독이 사랑했던 영화/ 맨손으로 시작하다/ 폐허 더미 위에서/ 드디어 비상하다

6. 신필름 전성시대
내 마음의 장충동 집/ 영화밖에 모르는 야생마/ 신필름의 첫 영화/
세기의 대결/ 기이한 꿈/ 나는 의상 아주머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신상옥 감독의 아내로 산다는 것/ 권력과 영화인/만자가 되고 싶어요/ 베를린 영화제와 「열녀문」/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여배우

7. 배반과 이별
귀하디귀한 신의 선물/ 하늘의 사나이들/ 「빨간 마후라」 그 영광의 이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아, 안양영화예술학교/ 검열, 한국 영화의 추락/ 신 감독과의 균열/ 그토록 믿었던 당신이/ 남편의 여자/ 마지막 이발/ 신감독과의 이혼

8. 최은희 신상옥 납북사건
증발되기 위한 여행/ 내레 김정일입네다/ 내가 북한에 와 있다니/ 전혀 즐겁지 않은 만찬/ 은정아, 나 여기 있어/ 달갑지 않은 선물/ 문오장 그 새끼래/ 김정일 생일에 초대받다/ 나를 죽이려 하오/ 동북리 초대소에서/ 미스 공과의 슬픈 인연/ 자유와 인권은 어디에/ 주체사상을 교육받다/ 박정희가 죽었습네다/ 무지개 꿈/ 신 감독과의 기적 같은 재회/ 이제부터는 우리 인생을 연출해요

9. 필사적 탈출 시나리오
신필름, 북한에서 부활하다/ 자유의 냄새/ 「돌아오지 않는 밀사」/ 월북한 배우들을 만나다/ 사투리를 쓰지 못한 <탈출기>/ 신감독과의 결혼식/ 북한 영화에 돌풍을 일으키다/ 내가 책임지겠소/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 정을 주고 정을 떼고/ 베를린 영화제/ 탈출 시나리오의 시작/ 감시원들의 의심/ 자유를 찾아 탈출을 감행하다/ 웰컴 투 더 웨스트

10. 조국은 저 하늘 저 멀리
망명자들/ 10년 만의 재회/ 이태영 어머니/ 가톨릭 신자로서 영세를 받다/ 내겐 모두 소중하고 귀한 아이들/ 평범한 일상의 행복/ 신 감독은 멀티 플레이어/ 여보, 고마워요/ 『조국은 저 하늘 저 멀리』 수기 출판/ 재일 교포의 도움으로/ 신필름의 할리우드 도전기/ 남은 인연의 고리/ 나는 너를 후배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 지난 세월은 훌훌 털어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기만을

11. 임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정한 예술가는 조국의 문화를 반영해야/ 20년간의 공백이 우리에게 남긴 것/ 말을 잃은 신 감독/ 나를 두고 어디로 가려 하오/ 거장이 떠나가는 길/ 여생은 당신을 위해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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