榴彈(유탄)의 추억

유탄은 직사(直射)가 아니라 은폐 엄폐한 대상을 처치하기 위한 무기이다.어느 大選후보의 유세에 이 무기가 터진다면…
유탄의 추억

우리 때는 군 훈련기간이 두 차례에 걸쳐 있었다. 첫 번째는 6주 동안 받는 전반기 신병 훈련이고, 두 번째는 자대 배치를 받기 전 군단에서 4주 동안 받는 후반기 교육이다.

나는 이 후반기 교육을 103보에서 받았다. 103보는 동부전선을 맡는 군단으로 나는 12사단 소속 원통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았다. 강원도 인제를 지나면 원통이 나온다. 여름이지만 서늘한 산 기운과 푸른 군복과 푸른 들판, 푸른 강물이 어우러지는 시퍼런 빛을 잊지 못한다.

자대로 배치받기 전까지 우리는 그곳에서 군 생활에 필요한 수많은 것들을 배웠다. 부대 담 너머로 아주머니들이 몰래 파는 경월소주의 맛을 익힐 무렵, 우리는 수류탄보다 한 차원 높은 유탄이라는 것을 배웠다. 유탄발사기에서 팽이 크기와 모양이 같은 유탄이 강 저쪽으로 날아갔을 때, 그 곡선의 우아함을 잊고 우리는 그만 그 위력에 눈을 감지 못했다. 하얀 화약연기가 그치자, 소대장님은 이런 말을 했다.

“아마, 떨어진 곳 사방 10m는 쑥대밭이 됐을 거야. 살아남은 게 없을 걸.”

2007년 12월7일, 강화도 군부대 소속 해병 2명이 신원불명의 남자들에게 습격당해 한 명은 숨지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그리고 숨진 해병에게서 75발의 실탄과 수류탄 1발 그리고 6발의 유탄 등 무기가 탈취당했다.

문제는, 이 탈취당한 무기류들이 어디에 쓰이느냐는 것이다. 대개 군부대 무기 탈취는 은행강도를 위한 예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차원이 다르다. 빼앗긴 무기 중에 유탄이 있기 때문이다. 유탄은 직사(直射)가 아니라 은폐 엄폐한 대상을 처치하기 위한 무기이다. 한 마디로 아무리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더라도, 유탄은 그 머리에서 터지게 되어 있다. 그것도 멀리에서 가격하게 되어있는 무기이다.

만약 어느 대선 후보의 유세(遊說)에 이 무기가 터진다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더구나 북한이 남한의 대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리라는 낭만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공산집단의 정체라는 것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수많은 테러가 그 일을 증명하고 있다. 문세광의 테러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사망부터 최근 북 공작원에 의한 이한영 테러까지 우리는 북의 움직임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군 시절 겨울은 내가 생전 처음 맞아보는 추위였다. 원통 어두리 골짜기에서 동초를 서는 밤이면, 눈까지 어는 것 같은 추위. 눈을 돌리면 얼어서 눈이 서걱거리고 뻑뻑해지는 추위. 지금이 바로 그런 추운 겨울일 것이다.

나는 그 해 겨울철 부대 막사에서 불발된 유탄을 갖고 놀다 그만 터진 사건을 전해 들었다. 막사가 온통 피바다였었고, 심지어 어떤 동료는 목이 잘려서 굴러다니더라는 소식에 얼마나 전율스런 공포를 느꼈는지 모른다.

오늘 33년 전, 군 시절 세상을 떠난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하늘을 향해 숨죽여 빌어본다.

“제발 제발 하느님, 저 유탄이 우리 민족의 머리 위에서 터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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