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6명의 대통령 후보 토론을 다 들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말을 잘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체로 말이 부정확하고 과장되고 예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한국 정치, 한국 지도층의 수준일 것이다. 그중에도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가 가장 심했다. 그는 대학교 입시를 없애고 대학을 평준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다른 다섯 명의 후보가 모두 이런 기상천외의 발상에 반대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李明博 후보는 대학은 스스로 발전해야지 국가가 一流로 만들어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대학이 미국 정부가 만들어준 一流가 아니란 이야기였다. 이번 토론에서 가장 정확한 지적이었다. 문국현 후보는 “이 정권은 학교를 잠 자는 곳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서 자고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학부모라면 과외공부를 시키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질문을 하라고 하면 질문 대신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시간으로 도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방식의 토론은 학생들에게 反교육적 효과를 줄 것이다. 李會昌 후보는 교사를 10만 명이나 증원하겠다고 말했다. 전교조의 親北반미 교육에 대해선 李會昌 후보를 포함하여 한 후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전교조에 대한 제재조치 없이 교사만 10만 명 증원한다고 교육이 정상화될까? 오히려 전교조의 힘만 키워주지 않을까?
鄭東泳 후보는 수능시험을 없애고 내신과 면접시험만으로써 대학생을 선발하도록 하겠다는 혁명적인 大入 정책을 내어놓았다. 민노당과 대차 없는 환상적 발상이다. 이 토론을 마무리하는 논평에서 李會昌 후보는 李明博 후보가 정직하지 못하고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인물이라고 비판하더니 대통령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도중에 앞서 가는 상대 선수를 향해서 사퇴하라고 하면 그 게임이 어떻게 되나?
李會昌 후보가 李明博 후보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면 李明博 후보측은 李會昌씨의 사실상 경선불복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수 후보끼리 싸우게 된다. 보수 후보끼리는 노선투쟁을 해야지 이런 식의 인신공격을 해선 안 된다. 李會昌 지지자 몇 분은 이 토론을 듣고 흥분하여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회창 후보는 왜 같은 편을 공격하고 정동영 후보는 비판하지 않는냐는 질책이었다. 그런 식으로 한나라당을 욕하면 찍고 싶은 마음이 달아나버린다는 불평도 했다. 이회창 후보는 한나라당을 탈당함으로써 이 당에 폐를 끼친 것이 사실이므로 미안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李會昌씨 지지자들은 李明博 후보나 한나라당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李會昌 후보가 너무 심하게 李明博씨를 비난하면 지지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李會昌 후보가 李明博 후보의 불투명한 對北觀과 안보관을 갖고서 본격적인 論戰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누가 진정한 보수 챔피언인가를 가려줄 것이니까. 그러지 않고 도덕성 논쟁을 벌이면 이는 부메랑이 되어 李會昌씨를 칠 것이다. 李會昌씨가 李明博씨보다 선명한 안보관을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나 훨씬 나은 도덕수준을 갖고 있다는 보장은 없다.
李明博 후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이날 토론에서 그가 쏟아지는 공격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고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예의를 벗어난 공격은 공격자의 기분을 풀어줄지는 모르나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피공격자에 대한 동정론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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