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씨의 피아노 햄머질

가장 치기 어려운 피아노곡이란 함머클라이버를 45분간 친 그는 밤10시20분부터 약500명의 팬들에게 사인을 시작했다.
어제(13일) 밤8시부터 약 두 시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白建宇(백건우)씨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全曲(32개) 연주 6일째 공연이 있었다. 소나타 27, 28, 29번을 연주했다. 모든 피아니스트들에게 가장 치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져 있는 피아노 소나타 29번 Bb장조 Op.106 일명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 연주엔 45분이 걸렸다. 오늘 세 곡을 더 연주하여 일주일간의 全曲 연주회를 끝낸다. 마지막 곡은 피아노 소나타 제32번 C 단조 Op.111.
베토벤이 57세로 죽기 5년 전에 작곡된 것이다. 온갖 질병 속에서 이 곡을 지을 무렵의 베토벤 메모엔 “부디 당신의 종을 마음 편하게 가게 해주십시오”라는 글이 있다. 스위스의 피아니스트 에드윈 피셔는 “1악장 후에 오는 아다지오는 형용할 수 없는 순수한 아름다움과 투명함과 깊이로 차 있어 천사의 소리 같다”고 평했다.

백건우 공연 해설서를 만든 이지영씨는 이런 당부를 했다.
<긴 여정을 함께 떠나는 분들에게 꼭 당부할 것이 있다. 14일, 마지막 프로그램인 제32번 소나타 C 단조, 2악장의 마지막 건반이 울릴 때, 우리는 반드시 박수를 치지 말고 잠시 기다려야 할 것이다. 연주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 만큼 박수는 보류하고 긴 여운 만큼 가져 갈 수 있는 樂興의 순간을 누려보자. 무엇보다, 광활한 세계로 정신을 해방시켜주는 마지막 울림이 사라지고 묵묵히 자리하고 있던 베토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때까지, 이 위대한 사랑이 완성되는 장면을 숨죽이고 지켜보자. 이것은 여기 모인 우리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어제 마지막 곡이었던 함머클라이버는 베토벤이 독일어로 붙인 별명이다. 영어로 ‘hammer-keyboad'라는 의미이다. 백건우씨는 어제 그야말로 건반을 햄머질하듯이 두들기기도 했다. 해설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소나타는 외면적으로나 내용적으로 피아노 음악의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음악이다. 피아노라는 악기의 한계를 넘어서는 곡으로 '교향곡적 소나타'라고도 불린다. 高淡한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깊은 정서의 표출을 요구한다. 구조와 내용은 극도로 방대하다. 베토벤 자신이 ’내가 죽은 뒤 50년은 지나야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

체격이 좋고 체력 또한 초인적이라는 평을 받는 ‘건반의 求道者’ 백건우씨만이 소화할 수 있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62세인 白建宇씨는 베토벤이 죽은 나이인 57세 때부터 베토벤 소나타를 본격적으로 연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내 인생의 베토벤은 이제 시작입니다'면서 그가 32곡 全曲을 7일 동안 8회의 연주로 完走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일주일에 한곡씩, 한달에 한곡씩 하게 되면 쉽지만 음악이 끊기지요. 32곡을 한꺼번에 8일간 연주하는 이유는 한 작곡자의 세계에 완전히 들어갔다 나오고 싶어서입니다. 첫날의 흥분이 다음날로 이어지고, 또 그 다음날로 이어져 첫날의 흥분에서 헤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연주자와 청중이 처음부터 끝까지 베토벤과 함께 살다가 끝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것은 예전부터 꿈꿔오던 것인데, 이것이 현실화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

나는 피아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함머클라이버를 들을 때 이해를 돕기 위하여 자연과 인생을 생각했다.
빗방울 소리, 실개천이 흐르는 소리, 천둥과 번개, 들판, 그리고 유장한 강물, 그러다가 격류와 폭포, 그리고 바다.
탄생, 성장, 갈등, 실패, 좌절, 투쟁, 성취와 여유, 寂寞과 고독, 觀照, 그리고 평온과 죽음. 이런 것들을 상상하면서 연주를 따라갔다. 교향곡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힘이 있고 복잡하고 컸다.
연주를 끝내고 나오니 많은 명사분들이 보였다. 한 분은 매일 皆勤(개근)한다고 했다. ‘초인적이다’, ‘인간승리’라는 말들도 나왔다.
연주에 몰입하여 시종 진지하고 경건했던 백건우씨, 그는 연일 계속되는 연주기간에 체력 소모를 어떻게 보충할까 궁금해졌다. 그런데 홀 바깥엔 백건우씨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약300m의 행렬이 있었다. 사인을 받으려고 종이를 들고 줄지어 있었다. 백건우씨는 밤 10시20분부터 책상 뒤에 앉아 사인을 시작했다. 약500명은 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다 해주면 한 시간은 더 걸릴 것 같은데 白씨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나에겐 이게 더 超人的으로 보였다. 겸손이 고귀함보다 낫다는 말이 실감 났다. 그의 겸손이 그의 大器晩成을 만들어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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