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부시 대통령 '親書'에 '口頭' 답신

북측 민화협 관계자 "미국이 우리 공화국에 정치적으로 무릎 꿇어"
 
북한 독재자 김정일이 부시 미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며 6자 회담의 합의 사항을 이행해 나가겠다는 내용의 구두 답신을 이달 초 워싱턴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viewimages.com
미국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 독재자 김정일에게 보낸 친서와 관련, 북한으로부터 구두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고든 존드로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뉴욕 외교채널을 통해 북측의 구두 답변을 받았다”고 언급했으나, 김정일의 구두 답변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존드로 대변인은 이어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이 2005년 9월19일 공동성명의 충실한 이행과 한반도 비핵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고맙게 여기고 있으며 북핵 6자회담 합의에서 약속한 부분을 두 국가가 성실히 이행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전했다”고 밝혔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 후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정권을 겨냥해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와 핵 확산 의혹을 밝힐 것”을 거듭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내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냄으로써 그의 주목을 받았고, 김정일 위원장 또한 추출된 플루토늄과 핵 확산 의혹 등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함으로써 나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신고를 재차 강조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통해 친서를 전달했다. 힐 차관보는 5일 평양을 떠나기에 앞서 박의춘 외무상에게 그 친서를 건네줬다.

이어 고든 존드로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최근 “부시 대통령이 지난 토요일(1일) 북핵 6자회담 참여국 지도자 모두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친서와 관련, 미국은 “친서가 북한에 대해 연내에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었다”며 대북 압박수위를 높여왔다.

아울러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김정일의 직접적인 반응 또는 답신을 기다려왔으며, 김정일의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필요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해왔다.

실제로 데이너 페리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친서와 대해 여러 해석과 의문이 제기되는 데 대해 이달 “31일까지 북한이 ‘완전’하고도 ‘정확’한(complete and accurate) 핵 신고를 해달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페리노 대변인은 또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면서 “특히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약속했던 시한이 다가오는 만큼 이달 말까지는 북한의 의무사항이 완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이처럼 부시 대통령의 친서 내용을 명확히 하고 나선 이유는 핵 신고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고, 완전한 핵 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미국의 보상책도 집행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김정일의 이번 구두 답신과 관련해 정부 당국자들은 대체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통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북한의 구두 답신과 관련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반응을 보였다면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아직 북측의 정확한 입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공신 답신을 보내기에 앞서 어떤 식이든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답신이 공식 문서 형식이 아닌데다 김정일의 발언인지도 확실하지 않다는 점에서 공식 반응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 대통령과 김정일간의 친서 전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재임 당시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일에게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 이후 경수로 발전소 건설과 대용에너지 보장에 필요한 자금 조성 및 이행을 확약하는 담보서한을 전달했으며, 1999년 5월에는 방북한 윌리엄 페리 당시 대북정책조정관을 통해 친서를 전달했다.

김정일은 이후 2000년 10월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통해 친서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에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한 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통해 친서를 김정일에게 전달했으나 북핵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한편, 대북지원사업의 현황 점검을 위해 최근 평양을 찾은 남한의 모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북측 민화협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장군님께 보낸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친서는 미국이 우리 공화국에 정치적으로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리존뉴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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