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진 노무현

유권자들은 노무현의 통치를 계기로 투표는 함부로 하면 안된다, 투표결과에 따라 자신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무현의 위대한 업적

노무현은 자신이 역사에 태종같은 인물로 기억되길 원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 후 자기는 세종같은 훌륭한 후계자가 나올 수 있도록 나라의 기틀을 다질 것을 여러 번 천명했다. 태종 영종 세종 등 묘호는 왕이 죽은 후에 신하들이 왕의 치세를 평가해 붙여지는 것이다.

그런데 묘호중에서 으뜸이 바로 태종이란 묘호이다. 중국의 역대 최고의 통치자란 평가를 받는 이가 당태종 이세민, 신라의 태종무열왕 김춘추, 조선왕조 기틀을 다진 태종 이방원 등 태종이란 묘호는 결코 평범한 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 태종이란 명성에의 집착 때문인지 노무현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성없는 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또 후임자들이 자신의 정책을 이어받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얼마 전 남북정상회담 즈음에 자신이 김정일과 경제협력조약에 도장을 찍으면 후임자도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 발언이나, 기자실 폐쇄, 공무원 정년연장, 행정수도의 무리한 착공식 등은 후임자가 반드시 자신이 추진한 정책을 그것이 바람직하든 아니든 따르기를 원하는 몸부림일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이 역사적 평가에 집착했다면 비슷하지만 노무현은 태종같은 명성에 집착하는 꼴이다. 그래서 노무현의 발언중에 대못질하겠다는 말은 바로 태종이 되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이 비록 의도는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노무현이 바로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진 인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지고지순한 제도인 줄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는 인류가 만든 정치제도중 가장 훌륭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치명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주의는 고대 아테네에서 꽃을 피웠고 찬란한 문명을 자랑하다 민주주의 제도의 단점 때문에 최단기간에 망해 전제국가나 독재국가에 2000년 가까이 지배를 받았다.오늘날 그리스란 나라의 이름이 바로 노예란 이름이라는 것이 그리스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가 건전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가정하에서 성립할 수 있다. 그래서 고대 아테네에서도 투표권은 여자와 노예 그리고 아테네에서 출생하지 않은 사람들은 철제히 배제됐고 근대화 초창기에는 재산이 없는 사람도 배제됐고 지금도 중산층과 시민계급이 확고히 자리잡지 못한 사회는 민주주의가 꽃필 수 없다고 많은 정치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각 나라마다 민주주의에 걸림돌이 되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바로 폐쇄성일 것이다. 학연 지연 혈연 등 아주 지독한 폐쇄문화가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요새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도 사실은 이념싸움이 아니고 그들만의 폐쇄문화에서 파생된 헤게모니 싸움에 불과하고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도 이성적 판단보다는 지역과 이벤트적 굿판에 많이 좌우되었다.

그러던 것이 노무현의 통치를 계기로 투표는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투표행위의 결과는 누가 위정자가 되느냐가 전부인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국정능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투표결과에 따라 자기 자신이 간접적인 영향은 물론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투표는 충동구매하듯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것을 전국민 모든 계층에서 뼈저리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민주주의 전제조건인 유권자의 합리적인 이성화가 상당히 이뤄진 것이다. 그 공은 노무현의 공일 것이다. 역사엔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 전혀 뜻밖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아이러니가 아주 많다. 비록 노무현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은 민주주의 제도의 전제조건인 유권자의 이성화를 실현시킨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진 사람이다.

다음은 얼마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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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의 검증이 가장 중요하다

박근혜 후보측의 유승민 의원이 이명박씨에 대한 검증에 나서겠다고 한 것을 보면 꼭 당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생각난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측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했던 것을 그대로 그 당시 이회창 측근이었던 유승민의원이 이명박씨에게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같다.

검증이란 것이 고작 이명박씨의 군대면제, 이명박씨의 고향 불분명, 그리고 재산형성 과정이라는데 군대면제야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고향문제나 재산형성 과정을 따지는 것을 보면 정말 유치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태어난 곳이 포항이면 어떻고 일본이면 어떻단 말인가. 그리고 그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무슨 부정이라도 있단 말인가. 재산이라고 해봤자 주로 부동산이고 요새 감남 아파트 한 채가 기본은 10억 이상인데 과연 180억이 그렇게 과다한 것인가. 난 그의 현대에 대한 기여도에 비하면 결코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검증엔 도덕적 검증도 있지만 능력의 검증도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능력과 도덕중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풍토에서 검증이라면 도덕적 검증이 전부인 줄 안다. 난 우리나라 정치가 후진적인 이유가 도덕적 검증만 있고 능력에 대한 검증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여러나라중 권력자의 무능에 가장 관대한 나라가 북한과 한국일 것이다.

서양의 王權神受說(왕권신수설) 비슷한 동양의 天命(천명)사상이 있다. 덕이 있는 자에게 권력이 간다는 사상인데 그런 사상의 전통이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 한국이다. 그렇다고 한국정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윤리적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도덕성은 고사하고 위선만 발달하는 정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도 지키지 못하는 윤리를 남에게 강요하는 아주 위선적인 면이 강하다. 도덕성을 강조하는 자가 국정을 제대로 하는 것은 고사하고 비리도 만만치 않았다는 지난날의 경험을 상기한다면 한국정치가 발달하려면 도덕적 잣대만이 모든 것이란 단순한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2007.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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