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고도 책임지지 않는 이회창 캠프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출마는 보수분열이라는 우려를 가져왔지만 선거당일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계기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정권교체(政權交替)에 한 몫을 했다.
이회창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당선 가능성이 있었다. 출발부터 20%대를 보인 이회창 후보가 12월초까지 지지율을 30%대로 올려놓았다면 큰 변화가 왔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와 그의 선거캠프는 지지율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회창 후보가 선전하지 못하고 2위 자리마저 내주고 3위에 그친 이유는 무엇일까? 쓴소리가 되겠지만 측근들로부터는 들을 수 없는 소감을 밝힌다.
무소속 후보의 조직, 자금 면에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후보 등록 전에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전국적으로 신당(新黨)바람을 일으키면 지지자들과 인재들이 모여들 것이라고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 인사들에게 신당 창당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측근들은 신당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그들은 그냥 이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 했다.
이회창 후보는 BBK 검찰 수사 발표 즈음해서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시점을 놓쳐버린 맥 빠진 신당 창당 선언은 대선용이라기보다 총선용이라는 오해를 샀고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회창 캠프는 거의 실전 경험이 없는 무경험자들로 채워진 아마추어캠프였다. 정책, 이념 노선 경쟁은 없고 BBK에만 매달린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했다.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이회창 후보의 측근들이 ‘스패어 후보’를 언급해 김을 뺀 것이나 선거막바지에 박근혜를 찾아간 삼고초려(三顧草廬)는 박근혜 이회창과의 연대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큰 실책이었다.
국민중심당과 연대했지만 연대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출마당시 지지율이 20%대인 이회창 후보가 지지도 0.1%의 국민중심당에 얹혀 15% 득표에 그쳤다. 이회창 후보의 대선삼수(三修) 실패라는 쓰라린 대가로 국민중심당은 이회창 후보와의 M&A에 성공하여 0.1%의 한계를 넘어 총선에서 활로를 찾았다.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의 정체성, 리더십, 도덕성 면에서 비교우위를 부각하는데 실패했다. 선거 중반의 원칙 없는 잡탕(雜湯)밥식 인사영입은 이회창 후보가 출마명분으로 표방한 정통보수(正統保守) 성향을 의심하게 해 달아나는 표가 더 많았다.
이회창 후보를 패배하게 한 주요 원인은 측근들의 무능과 전횡, 돕겠다는 외곽인사들은 철저히 배제한 폐쇄적 ‘인(人)의 장막’의 재현이다. 이회창 캠프는 1997년, 2002년과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선거운동 첫날인 11월 27일 오전 출정식을 2시간 넘게 지연시켜 출발부터 감이 좋질 않았다. 기자들과 지지자들을 추위에 떨게 한 것에 대해 이 후보는 자금문제로 돌렸지만 이는 이회창 선거캠프의 관리 능력 부재에서 온 큰 실수였다. 이회창 캠프는 실수하고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큰 소리 치는 이상한 선거캠프였다.
이회창 新黨은 새로운 것이 없다.
이회창 전 대선후보가 대선 때 자신을 도왔던 선거캠프의 측근들과 구(舊)정치인들, 그리고 국민중심당을 주축으로 신당(新黨)을 만든다고 한다. 이회창 신당은 새로운 것이 없다.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측근’으로 불리는 그들 만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인적 쇄신 없이 대선체제 그대로 신당을 만들려 한다면 지역정당, 구태정당, 잡탕정당이 되고 말 것이다.
보수층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의 참여가 없는 이회창 신당은 보수정당이라 하기 힘들다. ‘신보수(新保守)’라는 용어를 한나라당이 선점해 이회창 신당은 ‘신보수’를 표방할 명분을 잃었다. 이회창 신당이 보수정당으로 가고자 한다면 한나라당과 보수의 선명성 투쟁으로 ‘정통보수’를 지향해야 한다. ‘반(反)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전략만으로는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구태의연한 인사, 투쟁경험 없는 약체(弱體)형 인적 구성으로는 보수정당도 투쟁야당도 가능성이 없다. 게다가 국민중심당이 주축이 된 이회창 신당은 지역당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회창 신당이 내건 자유주의, 국제주의, 공동체주의라는 창당이념에서 공동체주의는 자유주의와 융화, 공존할 수 없는 의미로 좌파정당 또는 종교단체에서 쓰면 모를까 보수정당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뉴라이트의 창립정신이기도 한 ‘공동체자유주의’는 짐승머리에 사람의 형상을 한 기형적(畸形的) 용어에 불과하다.
이회창 후보가 대선 기간 중에 줄곧 주장해 온 ‘연방제 강소국(聯邦制 强小國)’은 내용은 좋아 보일지 몰라도 표현에 오해 소지가 있다. ‘연방제’라는 용어는 북한이 주장해 온 ‘연방제’와 혼동할 우려가 있고 ‘강소국’이라는 표현은 우리나라를 스스로 과소평가(過小評價)하는 면이 없질 않다.
‘연방제 강소국’을 신당의 정책으로 또 내놓을 모양인데 ‘연방제’는 ‘지방분권강화’ 정도로 표현했어야 했다. ‘강소국’이란 생소한 표현은 폐기함이 옳다고 본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국가는 ‘통일한국’으로 세계 속의 ‘강대국(强大國)’이기 때문이다.
이회창 신당이 성공하려면 타락하거나 부패하지 않은 ‘깨끗한 보수’ 가 주축이 되어 ‘보수대연합(保守大聯合)’을 이루어야한다. 측근들과 지역정당, 구(舊)정치인들이 중심이 된 이회창 신당은 한나라당과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대선보다 더한 참패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회창 신당 창당은 대선기간동안에 이회창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특정정당이나 단체, 정치지망생들에게 보상차원의 빚 갚기에 불과하다. 자신을 도운 인사들의 정계진출만을 목적으로 만드는 신당이라면 이회창 후보가 나서지 않는 것이 좋겠다.
새롭게 출현해야 할 보수당(保守黨)은 낡은 보수, 타락한 보수, 부패한 보수로는 곤란하다. 과거 부정부패에 조금이라도 연루되었던 인사들이 신당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회창 후보 주변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새로운 보수라 칭할 인물이 거의 없다. 한나라당과 차별성도 보이지 않는다. 노회하고 구태의연한 인사들은 보수신당을 만들 자격이 없다. 이회창 신당 창당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보수세력도 이회창 신당에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이회창 당(李會昌 黨)’이 아니더라도 정당구도를 ‘보수 대 보수’로 바꾸어 친북좌파정권의 재등장 가능성을 봉쇄하고, 한나라당의 절대 권력화로 인한 부패(腐敗)와 독주(獨走)를 견제할 선명 보수야당이 필요하다. 이회창 신당과 관계있든 없든 좌파세력과 부패 정치,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정치선진화를 주도할 ‘젊은 보수’ ‘유능한 보수’로 정통보수정당이 나와야 한다.
시대가 원하는 보수당은 이념으로 무장된 좌파세력을 완전 척결할 선명한 정통보수정당, 부패세력과 맞서 싸울 투쟁력을 갖춘 강한 투쟁정당, 대한민국 수호의지가 확고한 애국정당, 특정지역에 치우치지 않는 전국정당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2007.12.25
봉태홍/라이트코리아 대표
실수하고도 책임지지 않는 이회창 캠프
- 봉태홍(라이트코리아)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7-12-26, 1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