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과, 孔眼科, 公安課

의미가 없는 것은 말이 아니라 소리이고 의미를 혼동시키는 것은 말이 아니라 암호이다.
성남시 분당에는 전철역으로 梧里驛이 있다. 오리역이라고 한글로 써놓으면 뜻이 없으나 한자로 쓰면 梧里 李元翼을 떠올린다. 李元翼은 선조와 광해군 때 영의정을 지낸 사람으로서 세금제도를 개혁한 大同法을 실시했다. 南人으로서 柳成龍과 함께 임진왜란의 戰局을 지도하였다. 그의 호가 梧里인데 벽오동 나무가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성남시 분당구 오리동이란 마을에도 옛날엔 벽오동이 많았던 모양이다. 梧里란 마을은 다른 지방에도 더러 있다.

서울 무교동의 한 건물 벽엔 '공안과'라고 크게 쓰여 있다. 孔眼科라고 쓰면 의미를 알터인데 '공안과'라고 하니 검찰 公安部 아래의 公安課(공안과)로 이해하게 된다. 한글로 쓰여진 한자어 간판은 의미가 전혀 모르거나 의미를 혼동시키는 것이 많다. 의미가 없는 것은 말이 아니라 소리이고 의미를 혼동시키는 것은 말이 아니라 암호이다. 소리와 암호가 난무하면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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