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다음 정권까지 核신고 미룰 것"

게리 새모어 美외교관계협의회(CFR) 부회장: Ś자회담은 별 진전 없이 매우 느리게 진행될 것…참가국들도 동의"
▲ 개리 새모어 외교관계협의회(CFR) 부회장.ⓒ macfound
전면 핵 신고를 둘러싸고 미국과 김정일 정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핵 신고와 관련된 북한의 입장이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부시 미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핵 신고를 했다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최근 주장과 관련, 아직 핵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조속한 신고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아직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받지 못했다”며 “6자회담에서 합의된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북한이 빨리 신고를 제공할 것을 우리는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 측의 핵 신고 주장에 대해 “북한이 약속한 것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최종 신고서를 내겠다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아직 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핵 신고를 둘러싼 미국과 김정일 정권의 이같은 대립과 관련, 게리 새모어 미 외교관계협의회(CFR) 부회장은 6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플루토늄 양을 제대로 신고하고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과 핵 이전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명을 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새모어 부회장은 “부시 행정부가 UEP와 시리아 핵 이전 의혹에 대해 불완전한 신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이상 북한은 다음 정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특히 “부시 행정부가 보인 경수로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감안하면 북한으로선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경수로 건설이 재개될 것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모어 부회장은 이어 지난 12월 초 평양을 방문한 힐 차관보에게 북측이 핵 신고 초안을 건넸지만 ‘내용이 불만족스럽다’면서 받기를 거부했다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뒷얘기까지 공개, 미국과 북한이 보다 심각한 국면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게 했다.

구체적으로 새모어 부회장은 “당시 힐 차관보의 평양 방문 목적은 핵 신고서 초안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북한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핵 신고 수준과 내용을 얘기했고, 힐 차관보는 신고 내용이 충분치 않다고 얘기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북한이 제시한 핵 신고 내용을 갖고 워싱턴으로 돌아가 '정확한 신고 초안'이라고 설득할 수 없다면서 플루토늄 생산량, 핵무기 수,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과 핵 확산 등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중략) 앞으로 6자 회담은 별 진전 없이 매우 느리게 진행될 것이지만 참가국들 모두 현재의 상황이 유지되는데 그리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그는 이어 “부시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에는 미국 등 6자 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고 북한은 핵 시설을 재가동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남북간 경제협력은 계속 이뤄지면서 내년 초 들어설 미국의 새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기존 합의사항의 이행을 위해 북한과 다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새모어 부회장의 이 같은 주장은 알렉산더 버시바우(유태계·CFR멤버) 주한 미 대사의 최근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버시바우 대사는 2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주최한 국방포럼 강연에서 북핵문제와 관련,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2009년까지 수순을 밟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내년 11월 미국 대선 이전까지 북핵 폐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부시 행정부가 강경책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뒤집는 것이다. 다만 현재처럼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인지 대북 강경책으로의 회귀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북한이 핵 불능화와 신고 등 의무를 다하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법을 해제할 것”이라며 “북한이 모든 것을 다 준수해 비핵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의 행동에 따라 새롭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미국 내 현실주의자들의 대북관은 사실상의 유태계 정당인 ‘민주당’(Democratic Party)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최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힐러리 로담 클린턴의 도전에 맞서 승리한 민주당의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은 지난 해 10월 2일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오바마 의원은 지난 2002년 자신의 이라크전쟁 반대연설을 기념해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가진 유세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할 것”이라며 “전 세계 모든 핵무기의 제거를 주장하면서 북한을 ‘핵클럽국가’로 지칭했다.

그는 또 미국의 핵정책에 대해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국가인 소련을 억제하는 데 여전히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핵 정책과 핵에 대한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인도와 파키스탄, 북한이 핵무장국가 클럽에 합류했고, 이란은 (핵클럽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핵무기가 더 많아지고, 핵무장 국가들이 더 많아지면 미국은 더 위험해진다”고 주장했다.

부시 미 행정부는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오바마 의원은 김정일 정권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 미국의 북핵 정책에는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존뉴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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