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공사 실패의 교훈

北核해결책으로 시작됐다 북한의 核포기 약속 위반으로 중단한 함남 신포의 경수로 공사는 北에게도 매력있는 사업이었다.
2008년은 함경남도 신포에서 경수로 1호기의 완공이 예정됐던 해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전력 발전에 쓸 수 있도록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했던 건데요. 하지만 북한이 2002년 핵포기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경수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그때나 지금 상황을 비교해 보면 유사점이 많기 때문에, 북한이 배워야 할 교훈도 많다는 지적입니다.

문대근: 만약…지금은 중단돼 유감스럽습니다만, 경수로 사업이 완공이 됐다면, 북한 핵문제도 해결됐다고 볼 수가 있겠죠.

1994년 10월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로 구성된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 즉 KEDO는 2001년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리 등 9개 마을을 통합해 개편한 금호지구에서 100만KW(킬로와트) 경수로 2기를 짓는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이 70% 가량의 비용을 대기로 해 당시 남북 협력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평가됐으며, 2008년이면 경수로 1기가 완공될 예정이었습니다.

북한에게 경수로는 완공만 됐었다면 전력 생산 이상의 의미를 가졌을 거라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한국 통일부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의 단장 직무대리로 일하면서 2007년 11월 기획단이 13년 만에 공식 해체되는 걸 지켜본 문대근 현 <통일교육원> 교수부장입니다.

문대근: 2008년도 1기 완공이 예정돼 있었는데요. 경수로 사업이 완성이 된다면 그야말로 평화통일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1994년 당시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100만 킬로와트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약속했고, 더불어 관계 정상화 전 단계로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데도 합의했습니다. 핵만 포기했다면 북한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물론이고 지금쯤이면 미북 관계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해 국제 금융기구의 지원을 통한 자력갱생의 틀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숩니다.

김용현: 경수로가 완성이 됐다면, 사실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한 분수령들을 거의 다 넘어서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고. 그 과정에서 북미관계의 정상화라는 것도 실질적인 단계로 접어들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금호 경수로 단지는 완공만 됐다면 북한에게는 좋은 외화벌이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었습니다. 경수로 부지 총 270만평 가운데는 한국과 외국의 기술인력 약 3600명이 살 수 있도록 20만평의 생활부지가 조성됐었기 때문에 완공됐다면 상시적인 외화벌이 창구가 하나 생기는 셈이었고, 때문에 북측도 2006년 1월 경수로 공사 인력이 철수할 당시 상당히 아쉬워했다는 후문입니다.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북한이 경수로 공사 중 벌어들인 수익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997년 착공 이후부터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2002년 10월까지 경수로 부지에서 북한 당국이 한국과 외국 기술 인력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은 2000만 달러였습니다. 문대근 <통일교육원> 교수부장입니다.

문대근: 그 과정에서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수입이 있었구요. 여러 가지 통신운영, 차량, 비행기, 그리고 큰 게 주변에 7개의 봉사소가 있었습니다. 식당. 거기서 벌어들인 수입도 좀 만만치 않을 거 같구요. 전체적으로 보면 한 2000만불 내외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2년 10월. 북한은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약속과는 달리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어서 경수로 건설 공사는 2004년 중단됩니다. 2002년 당시 2차 핵 위기가 불거진 상황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때문이었고, 현재 6자회담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 역시도 바로 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가 핵심 사안으로 걸려 있기 때문에, 당시나 지금이나 북핵 문제의 본질은 우연히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평가합니다.

김용현: (2002년 당시는) 북핵 문제의 전반적 퇴보, 그리고 북핵문제에 있어서 상당한…한반도의 긴장이랄지…이런 부분들이 좀 재생산되는 그런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 현재의 모습도 사실은 신고와 불능화의 문제 때문에 핵문제가 좀 허덕거리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을 포함한 핵 프로그램 신고 단계에서 현재 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신고에 이은 핵 폐기만 제대로 된다면 금호 경수로는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갑니다.

먼저 입지 조건이 좋기 때문입니다. 함경남도 금호에 있는 경수로 단지는 바다를 끼고 있고, 서울 여의도의 세 배가 넘는 총 270만평으로,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마련한 최적의 부지로 손꼽힙니다. 금호지구는 또 이미 34% 가량의 공정이 끝난 상태여서 만약 경수로 사업을 재개할 경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금호지구가 최적지라는 평갑니다. 문대근 통일교육원 교수부장입니다.

문대근: 지금 현재 금호 생활부지에는 학교 빼 놓고는 모든 게 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절, 성당, 교회까지…

북측도 금호지구 경수로 사업이 재개될 것을 고려해 지금도 짓다만 건축 현장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대근 통일교육원 교수부장입니다.

문대근: 저희들이 2006년 1월8일 완전히 철수를 했습니다. 그때 북한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상당히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모든 것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을 테니… 연필 한 자루도 손 안 대고 있을 테니까… 공사가 재개되면 다시 만나자…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짓다 만 구조물은 철골로 되어 있고 또 바닷가여서 쉽게 부식될 수 있지만, 건설현장에서 철수할 당시 부식 방지 처리를 해 뒀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할 필요는 없어 보이며, 따라서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겠냐는 게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의 평갑니다.

이은철: 공사를 재개하게 되면, 그 구조물을 그대로 쓸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하고, 그리고 필요하다면 아마 보완 공사를 할 겁니다. 그러니까 재개하는 문제는, 하느냐 않느냐… 그게 더 중요한 거지, 할 수 없다고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북한은 이미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어김으로써 2차 핵위기를 불러와 안정적 전력 공급은 물론이고 미북 관계 정상화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로 6자회담이 다시 답보상태를 거듭하는 지금. 북한은 6자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핵 프로그램을 제대로 신고하고 궁극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2005년 9월19일 성명에 명시된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할 '적절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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